이태원 참사 1년, 김유철 시인 “행복해야 할 젊음이 사라졌다” - 오마이뉴스 모바일

이태원 참사 1년, 김유철 시인 “행복해야 할 젊음이 사라졌다”

등록 2023.10.25 14:21수정 2023.10.2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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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시인(경남작가회의)은 10·29 이태원 압사 참사 1주기를 맞아, 경남대책회의가 25일 창원 한서빌딩 앞 광장에서 연 추모행사에서 추모시 “행복해야 할 젊음이 사라졌다”를 낭송했다. 다음은 추모시 전문이다.

“그날 저녁도 그랬지/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173으로 들어설 때/행복은 곁에 있었고 마음은 즐거웠지/3년 만에 마스크 없는 토요일이었어/축제처럼 여겨지던 그날/골목에서 골목으로 웃음은 넘쳤어//무엇이 잘못된거야/도대체 무엇이 막혀서 오도 가도 못하는 사람들/우린 젊었을 뿐이라고 소리쳤고/우린 기뻤을 뿐이라고 아우성쳤고/우린 사랑했을 뿐이라고 발버둥치는 동안//우리의 손은 허공을 부둥켜 잡았고/우리의 발은 무릎을 꿇었으며/우리의 가슴은 막히고 터졌어//막을 수 있었잖아/뻔히 예상한 일이잖아/젊음이란 혈기가 그날 어디로 향하는지/너희가 신봉하는 도사들에게 물어보지 않아도/너희가 풍수지리로 찾아든 용산이기에/사람들을, 젊은이들을 잘 보호할 수 있는 거리였잖아//국가는 없었어/진도 앞바다 세월호의 텅 빈 메아리처럼/또 그 날 그 시간 그 자리에 국가는 없었어/책임져야 할 순간이 다가오면/너희는 매번 어디로 사라지는거야/도대체 너희의 정체는 무엇이냐//있어야 할 국가가 사라진 날/10대가 바다에서 죽고/있어야 할 국가가 사라진 날/20대가 땅바닥에서 죽고/그래, 다음은 무엇이냐/도사들아, 개봉박두냐//사라진 책임자들아/숨어버린 책임자들아/억울한 영령들 앞으로 나와 한 맺힌 목소리를 들어라/자신이 있거들랑 영정속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로보라/희생자들이 구천을 떠돌지 않도록 진상조사 특별법을 제정하라//행복해야할 젊음이 사라진 것은/희망의 불씨를 짓밟아 꺼트린 것이다/10월의 단풍처럼 붉게 물들어 떠나간 영령들이시어/그날의 진실을 끝내 밝혀내리다/잊지 않고 함께 하리다 안녕.”
윤성효 (cjnews) 내방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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