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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긴급한 위기 상황에서 모르는 사람의 생명을 구한 적이 있다. 유치원생 딸이 다니는 피아노 학원 복도였다. 장난치며 뛰어오던 예닐곱 살 남자아이가 넘어지더니 숨을 못 쉬었다. 나는 얼른 아이를 안고 하임리히법으로 당겨주었다. 알사탕이 ‘톡’ 하고 튀어나왔다. 그제야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하임리히법은 목에 무언가 걸렸을 때, 뒤에서 양팔을 갈비뼈 밑에 두르고 배꼽 위 부위를 양손으로 세게 당겨서 목에 걸린 것을 토해내게 하는 응급처치다. 나는 아무도 모르게 숨어 사는 영화 속 슈퍼 히어로(superhero)가 된 기분이었다. 인생 주기에도 명확한 대비대처 요령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십 세가 다가오자 문득 ‘중년의 위기’를 느꼈다. 몸은 하나둘씩 노화의 경고를 보내왔고, 마음은 지나간 날의 후회와 미래의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가족이 주는 안락함과 행복 속에 오롯이 느끼는 외로움과 상실감의 혼란이었다. 중년이란 긴급 위기 상황에서 시작한 ‘글쓰기’는 마음의 심폐소생술이었다.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풀고, 타인의 내밀한 사정에 감응하면서 시야는 사회와 세상으로 확장됐다. <오마이뉴스>에 기고하며, 주눅 든 중년의 자존감도 ‘글쓰기’를 통해 조금씩 회복해간다. 중년을 대비대처하는 행동요령으로 ‘글쓰기’를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어 메가폰을 들었다. 글을 쓰면서 ‘행복과 불행은 같은 썰매를 타고온다(일희일비하지 않기)’ ‘벌기만 하는 장사없고, 이기기만 하는 도박없다(도전하되 실망하지 않기)’ 등 나만의 행동요령을 하나씩 세워간다. 이 연재 기사를 본 누군가도 자신의 언어로 글을 쓰며, 자신만의 행동 요령을 하나씩 세워 가길 바래본다. 평범한 내가 간단한 응급처치법으로 한 사람의 생명을 살렸듯이, 평범한 당신과 나의 소박한 글이 한 사람의 마음을 웃게 하고 위로할 수 있다면, 우리의 중년은 빛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참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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