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정신> 몽테스키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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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스키외는 '사람이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물의 본질에 따라 권력이 권력을 저지해야 한다'는 지론을 펼치며, 귀족이든 인민 집단이든 삼권분립이 안 된 권력을 갖게 되면 자유는 사라질 것임을 경고한다. 정치적 지론의 출발이 인간과 사물의 본질 혹은 추이에 대한 성찰로부터 비롯됨을 시종일관 확인하며 법 고전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성찰하는 지표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특히 좋은 권력이냐, 나쁜 권력이냐와 상관없이 권력이 권력을 저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통찰을 접하면서 '보수나 진보나 권력을 쥐면 다 똑같다'는 식의 의미 없는 빈정거림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던 우리의 인식 수준이 왜 그렇게 머물러 있었는지 성찰할 수도 있었다.
공화국의 덕성은 '평등에 대한 사랑'이며 참된 평등정신이 필요한 이유는 동등한 인간에게 복종하고 동등한 인간을 지배하도록 하는 데 있다는 몽테스키외의 언어는 행복론의 진정성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게 해 주었다.
<조국의 법고전 산책>이 두 번째로 안내한 곳에는 서글픔과 무력함에 대한 조언이 있다. '인민은 폭정을 폭력으로 제거할 권리가 있다'는 존 로크, '권리 침해에 저항하는 것은 의무다'는 루돌프 폰 예링, '불의한 것이 당신에게 남에게 불의를 행하는 하수인이 되라고 강요하는 경우에는 법을 어기라!'라고 설파했던 소로의 말에 그 답이 있다.
철학자의 고뇌와 진리 탐구가 불의에 대한 저항에 닿아있다고 생각하니 내게는 이보다 더 강렬한 선동은 없을 것 같았다. 정부의 목적은 인류의 복지이며, 인민의 복지가 최고의 법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은 내가 타인을 대상으로 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원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과 조건을 불문하고 권위 없는 힘의 사용에 대한 진정한 치유책은 힘으로 대항하는 것이다. 권위 없이 힘을 사용하는 자는 항상 침략자일 뿐이다. 해악의 치료 시기를 놓쳤을 때 구제를 기대해보라고 말하는 것이나 노예가 된 다음에 자유를 지키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저항권은 선제적으로 발동되어야 한다. 인간은 폭정으로부터 벗어날 권리뿐만 아니라 그것을 예방할 권리도 가지고 있다'는 말이 얼마나 명확히 다가오던지 로크의 말은 이후 중요한 순간마다 판단과 선택의 근거가 될 것 같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함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로의 말과 '권리 침해에 저항하는 것은 도덕적인 자기 보전의 명령이며 공동체에 대한 의무'라는 예링의 지론은 불의한 것에 저항할 수 있는 근거가 되며 인간으로서 지키고 가꾸어야 할 합당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양보와 화해, 관용과 온유, 조정 등을 이유로 수없이 권리를 포기했던 상황들이 스쳐 간다. 나의 판단과 선택이 정의의 관문을 통과했을 때 비로소 온유와 관용의 가치가 온전히 실현될 수 있음을 되새겼다.
저자는 저항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는데 이것이 바로 <조국의 법고전 산책>이 주는 세 번째 무기이다. 저항권의 정당성 또는 사법부의 역할 및 사법 통제의 중요성에 대한 부분인데, 예링은 '사법살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법률의 수호자와 파수꾼이 살인자로 변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국가와 사법이 특정 계급에 의해 장악되어 좌지우지되고 시민의 정당한 권리를 억압한다면, 그 불법은 이에 반발해 저질러진 시민의 불법보다 더 비난받아야 한다는 그의 말은 작금의 대한민국을 겨냥하는 말 같아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로크 역시 무사 공평한 재판관에 의해 분쟁이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해밀턴은 사법부에 '법원의 완전한 독립'과 '입법적인 행위를 무효화하는 법원의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의 위반을 견제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편파적인 법률에 의해 재발할 수 있는 가혹함을 완화하고 제한하는 사법관의 확고함이 부각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헌법의 기본권으로서 저항권의 인정, 위험심사 또는 사법 통제를 강조하는 제도가 이러한 논리로부터 시작되어 현대민주주의 체계의 근간을 이루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조국의 법고전 산책>을 통해 깨닫고 마음을 다지게 된 마지막 진리는 의견 개진과 토론, 진실을 향한 치열한 논쟁의 중요성이다. 밀은 진실과 허위가 자유롭고 공개적으로 대결할 때 진리가 확보될 수 있다는 '사상의 자유 시장' 이론을 제시하며 사상과 토론의 자유가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 강조했다.
진리와 정의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수 의견자의 독설을 규제하기보다는 다수 의견자의 독설을 규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통찰과 어떤 의견 표현을 침묵시키는 것의 해악은 전 인류의 권리를 강탈하는 것과 같다는 강력한 표현 속에서 그 중요성을 헤아릴 수 있었다.
'파벌의 존재는 인류의 본성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없앨 수 없다. 오직 파벌의 영향을 조정하는 방법에 의해서 치료할 수밖에 없으며 다수의 전제를 막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당이 필요하다'고 갈파한 매디슨의 주장도 내게는 같은 맥락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시좌에서 바라보는 견해의 한계는 다양한 입장과 소통하는 가운데 넓어질 수 있으며 이렇게 조정하고 통합해가는 과정 속에서 진리와 정의가 구현되는 것임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인간의 본성과 한계에 대한 성찰이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겸손과 포용으로 이어지는 것임을 깨닫는다.
깨달음의 시대로 나아가는 길잡이
<조국의 법고전 산책>은 대한민국에서 여러 지위와 역할을 지니고 살아가는 나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현대 민주주의 체계의 사상적 기초 속에서 국가와 개인, 권리와 의무, 자유와 평등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국가의 존재 이유와 목적 속에서 고민하게 안내해준 책이다.
이것이 '고전의 힘'이라는 것을 절감하며 '온몸을 던져 투표하라. 당신의 모든 역량을 던져라. 소수가 다수에게 고개를 숙일 때 가장 무력하다. 그렇지만 혼신을 다해 막을 때는 거역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된다'는 선각자의 말을 되새긴다.
명확한 견해로 용기 있게 집필한 이 책의 저자에게 경의를 표하며 진리를 향한 갈구가 험난한 시대를 살아가는 버팀목이 되기를 소망한다. 국가와 헌법을 자랑하고 싶은 날이 오기를 꿈꾸며, <조국의 법고전 산책>이 깨달음의 시대로 나아가는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조국의 법고전 산책 - 열다섯 권의 고전, 그 사상가들을 만나다
조국 (지은이), 오마이북(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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