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8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과 관련한 회담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들어서만 한일 정상회담을 7번 했다. 산술적으로 7주에 한 번꼴로 만난 셈이다. 이 정도면 막역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양 정상은 매우 흡족해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정반대였다. 일본과는 재임 기간 내내 불화했다. 악연이다. 왜 그랬을까. 문 대통령이 취임한 뒤 이전 정부가 남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게 대체로 일본과 부딪힐 경로에 서 있었다.
정부 출범 이후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화해·치유재단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재단은 복잡한 운명을 타고났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부 장관 회담이 열렸다. 두 장관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를 했다고 발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기자회견장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발표했다. 대독(代讀) 사과다.
양국 합의에 따라 피해자 지원 재단을 한국 정부가 설립기로 했다. 일본은 10억 엔을 출연했다. 일본은 '진정한' 사과나 국가의 법적 책임에는 고개를 저었다.
2016년 1월 12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 의원이 아베 총리에게 직접 사과할 용의가 있는지 물었다. 아베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를) 말했다. 같은 문제를 2년, 3년 뒤에도 말하라고 요구하면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끝나지 않게 된다. 중요한 것은 책임을 갖고 이 문제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종결'에 위배 되기 때문에 직접 사과를 거부한다는, 기묘한 논리다. 계기만 있으면 사과하는 독일과 천양지차다.
2016년 10월 3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총리 명의로 사죄 편지를 보내겠느냐"라는 질의가 나왔다. 아베 총리는 "합의 밖의 내용이다. 우리 정부는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변했다.
그 사이 2016년 7월 화해·치유재단이 설립됐다. 피해자 할머니들은 분노했다. "돈은 중요하지 않다." 출연금 반환과 재단 해산을 요구했다.
과거를 묻은 채 미래로 갈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문 대통령은 양국 합의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조사를 지시했다. 외교부는 2017년 7월 31일 장관 직속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다. 여성가족부도 화해·치유재단 운영 실태를 점검했다.
TF는 다섯 달 동안 활동했다. 12월 27일 결과를 발표했다. TF는 전시 여성 인권에 관한 국제사회 규범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중심 접근'이 한일 협의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루 뒤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조용하고 신속하게 설립을 추진하라"고 지시했고, 외교부와 함께 민관 태스크포스를 꾸려 재단 설립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단은 할머니들을 회유했다. 김태현 화해치유재단 이사장은 이런 말까지 했다. "받을 건 받아야죠. 할머님 받으셔야죠. 돌아가시고 난 다음엔 해주지도 않아요. 억울하지도 않으세요? 저는 받을 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성가족부는 재단 해산이 답이라는 결론을 냈다. 장관 직권으로 해산 절차를 밟았다.
정세가 복잡해졌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 합의와 관련, "1미리(㎜)도 움직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2017년 12월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두 가지 원칙에서는 물러서지 않았다. 잘못했으면 사과하고 손해를 문다. 과거를 묻은 채 미래로 갈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 아베 총리와 통화했다.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민간 영역에서 일어난 문제에 대해 정부가 해결하는 건 한계가 있어 시간이 필요하다. 국민 정서와 현실을 인정하면서 양측이 공동으로 노력하자"라고 말했다. 통성명하는 날이었다. 불편한 관계가 되더라도 국민이 보기에 잘못된 점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뜻이다.
두 달 뒤인 7월 7일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대좌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때다.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더 가깝지 못하게 만드는 무엇이 있다.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양국이 공동으로 노력해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자"라고 말했다. 일본 처지를 고려해 '무엇'이라고 표현했다. 누구나 아는 그 무엇 말이다.
'한일 관계를 일본 자국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