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7.26 11:50최종 업데이트 24.07.2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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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의 부모로 산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막막하고 힘들지만 이 삶을 사는 기쁨 또한 있기 마련이지요. 장애 진단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특수교육대상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하나씩 짚어가 봅니다.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 조금 덜 힘들고 조금 더 웃을 수 있길 바라면서요.[기자말]

특수학교 교실 내 CCTV 설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unsplash

 
최근 대구 달서구의 한 특수학교에서 특수교사와 사회복무요원 등 4명이 장애 학생 한 명을 수차례 폭행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두 달 전인 지난 5월에는 부산 사상구의 한 특수학교에서 특수교사가 삼단봉으로 학생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죠(경찰이 호신용으로 들고 다니는 '삼단봉'이 학교라는 공간에 있었다는 자체가 놀라운 사건이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언론에 노출되었던 비슷한 폭행 사건들을 떠올려 봅니다. 이 학교, 저 학교 이름이 스쳐 지나가네요. 그런데 그 사실 아세요? 발달장애인 학생이 피해자인 폭행 사건이 일어난 장소가 대부분 특수학교였다는 사실이요.

분명 특수교육 대상자의 3분의 2는 통합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훨씬 더 많은 발달장애인 학생이 통합교육에 분포해 있는데, 오히려 통합교육 아래서는 언론에 노출될 만큼 '정도가 심한' 폭행 사건이 덜 일어난다는 뜻이죠.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학생들의 전달력'이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라고 생각을 해 봅니다.

대다수 발달장애인의 의사소통 능력, 그러니까 '언어 전달력'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비장애인 유아보다도 낮습니다. 어린이집 CCTV가 '어린이의 전달력'을 이유로 설치됐다면 그보다 앞서 CCTV가 설치돼야 했던 건 특수학교여야 했다는 뜻입니다.

통합교육에서는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집에 와서 쫑알쫑알 전달할 '보는 눈'이 학교 안에 많습니다. 일종의 '걸어 다니는 CCTV'가 비장애 학생 수만큼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죠.

하지만 중증 장애인 학생들만 모이는 특수학교에선 아무리 상위 1% 학생이라 해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능숙하게 말로 풀어 설명하지 못합니다. 대다수 학부모는 교사가 말해주지 않는 한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전혀 알 수 없어요. 특수학교 교실 내 CCTV 설치에 대한 요구가 지금 이 순간에도 끝없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당당하게 말하기 어려운 이유

특수학교 교실 내 CCTV 설치. 논란이 될 것을 알기에 쓸까 말까 백만 번 고민하다 씁니다. 왜 당당히 하고 싶은 말을 못 하냐고요? 제 아들이 특수학교에 재학 중이라서요.

특수학교 교실 내에 CCTV 설치하는 것을 본격적으로 논의해 보자고 말하는 학부모를 아들의 학교 선생님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저를 향한 감정이 혹여라도 제 아들한테 갈까 봐 망설여지는 겁니다.

제가 애정하는 몇몇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도 부담입니다. 그런 분들이 혹여라도 상처를 받을까 그 부분도 신경이 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실 내 CCTV 설치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미움받을 게 두려워 회피할 이유를 하나씩 찾다 보면 종국엔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서, 그러다 보면 '체념'이 삶의 태도로 몸에 익어버리기 때문입니다.

CCTV 설치 찬성: 최소한의 안전장치
 

지난 17일 대구의 한 특수학교에서 장애학생이 사회복무요원 등으로부터 폭행당한 사실이 드러나자 장애인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24일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조정훈

 
대구 특수학교 폭행 사건이 알려지게 된 건 심리안정실에 설치된 CCTV 덕분이었습니다. 아이의 등교 거부, 원인을 알 수 없는 멍이 두 달 전에도 있었지만 이번에 CCTV를 보면서 두 달 전에도 폭행이 있었다는 사실까지 알아낼 수 있었죠. CCTV는 그런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크고 작은 범죄에 대한 형벌 규정이 있어요. 그렇다면 법은 대한민국 모든 국민을 살인자, 성범죄자, 강도로 치부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모든 국민이 범죄자라는 게 아니라 언제고 그런 사건이 일어났을 때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은 겁니다.

특수학교 교실 내 CCTV 설치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특수학교가 폭행의 소굴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하지만 언제고 (심지어 몇 년에 한 번이라 하더라도) 그런 사건이 일어났을 때 자신의 언어로 상황을 설명할 수 없는 발달장애인 학생을 대신해 당시의 정황을 알려줄 사실상의 유일한 증거, 유일한 언어, 유일한 방어수단이 CCTV뿐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자는 겁니다.

최근 언론에 나오는 특수교사 및 특수교육지원인력은 아주 극소수라는 사실도 잘 압니다. 하지만 아주 극소수의 확률이라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할 수단은 있어야 합니다.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그런 대사가 있어요.
"대한민국 어디에도 왼손에 쥔 칼로 제 오른팔을 잘라낼 집단은 없다."

선생님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학교 내에서 "저건 아니다" 싶은 상황을 목격할 때가 있을 겁니다. 그럴 때 당당하게 동료 교사에게 가서 "그러지 마시라"고 말할 수 있나요. 동료 교사가 선배면요? 부장이면요? 그것도 한 번 직장이 평생직장이 되는 사립 특수학교라면요?

공립 특수학교라도 마찬가지입니다. 5년 후 다른 곳으로 발령 나더라도 있는 동안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혹시 보고도 못 본 척 눈을 감은 적은 없나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CCTV가 필요합니다. 이상징후가 있을 때 학부모가 직접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애정하는 제자가 아주 극소수의 사례에 걸려들어 삶이 망가지지 않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되어줄 수 있는 CCTV가 필요합니다.
 
CCTV 설치 반대 입장도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특수학교 교실 내 CCTV를 설치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분명 그로 인한 반작용도 눈에 훤히 그려지거든요.

요즘 시대의 학대는 폭행으로만 드러나지 않습니다. '티 나지 않는' 방치와 방임으로도 옵니다. 아무런 교육활동에 '참여'시키지 않는 것으로요.

만약 특수학교 교실 안에 CCTV가 있다고 가정해 봅니다. 어떻게든 하나라도 가르치고자 하는 교사에게 학생이 공부하기 싫다고 거부하며 분노합니다. 이전 같으면 혼도 내고 기다려 주기도 하면서 어떻게든 끌고 가려 하겠지만 교실 뒤 천장의 동그란 물체에서 빨간 불이 깜박이고 있습니다.

"하기 싫으면 말아라". 굳이 교육하려 했다가 학생이 폭발해 진정시키는 과정에서 오해를 사느니 그냥 둬 버릴 겁니다. 학생은 학교에서 아무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은 채 학교에서의 시간을 그냥 버티고 견디다 집에 올 겁니다.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학부모 민원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CCTV가 없는 지금도 이와 비슷한 사례는 많이 접수되고 공유되고 있습니다. CCTV가 설치되면 이런 상황은 더 늘어날 겁니다.

학부모 각성이 먼저

그럼에도 저는 특수학교 교실 내 CCTV를 설치하는 쪽에 한 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단 한 명의 갓난아기를 위해서도 분유가 만들어져야 하고, 단 한 명의 학생을 위해서도 학교가 세워져야 하듯, CCTV가 없으면 묻히게 될 '어떤 상황'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학생을 대신해 상황을 전달할 '전달자'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저는 학교에 가서 두 번이나 CCTV를 열람했습니다. '가해자의 엄마' 입장에서요. 제 아들이 작년 한 해 동안 두 명의 학생을 가해했거든요. 미치는 일이었어요. '차라리 자해를 하지 왜...'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가해자의 엄마'일수록 CCTV를 봐야 합니다. 그래야 집에서와는 또 다른 어화둥둥 내 새끼의 실체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특수학교 교실 내 CCTV 설치를 요구하기 위해선 학부모들도 먼저 각성해야 합니다. 내 자녀의 '문제적 모습'을 회피하는 게 아니라 보기 싫어도 똑바로 현실을 직면하고 어떤 문제가 있다면 해결을 위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심해야 합니다. 교사와 학교에게만 미루는 게 아니라 학부모의 적극적인 개입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수학교 교실 내 CCTV를 설치한다는 건 그만한 각오가 학부모들에게 먼저 서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논의의 무대' 시작되어야
     
지금 당장 특수학교 교실 내 CCTV를 설치하자고 소리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교사와 학부모 등 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해 CCTV 설치에 관해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최선의 길을 찾을 수 있는 '논의의 무대'가 교육부 차원에서 시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총대는 교육부 특수교육과가 매야 합니다. 이쪽저쪽 눈치만 보느라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면 학부모들의 불안과 불신은 더욱 높아져만 가고, 특수교사들은 더욱 방어적이 될 것이며, 특수학교들은 위축되고 말 겁니다.

'통합'이 제1의 가치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세상이지만 특수학교도 특수학교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학생 입장에선 특수학교에 다니기에 누릴 수 있는 행복감이란 것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렇게 행복해야 할 학교에 서로를 믿지 못해 마지막 방어선으로 놓아야 할 CCTV를 설치하자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방법이 있다면 다른 방법을 찾고 싶은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혹 다른 방법을 아는 분 있을까요. 답답한 현실입니다.

만약 CCTV가 설치되면 열람 규정은 매우 철저해야 할 겁니다. 툭하면 "CCTV 좀 봅시다"라고 하는 건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습니다. 관리도 중요합니다. 수업 종료와 함께 각 교실 CCTV는 모두 꺼져야 합니다. 관리자가 교사 감시용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만약 '논의의 장'을 거쳐 CCTV가 설치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나도 좋습니다. 논의의 과정에서 CCTV를 대신할 어떤 방법들이 이야기되고 현실화 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동안 특수학교 교실 내 CCTV 설치는, 해당 사안이 수면 위에서 논의조차 된 적 없었습니다. 과거 공청회 등을 한 적도 있다고 듣긴 했는데 사회적 이슈로서가 아닌 '물 밑 액션' 차원이었다고 들었습니다.

특수학교 교실 내 CCTV 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높습니다. 무시하면 잠잠해지겠지, 그냥 넘기지 말아주었으면 합니다. 이전과는 분명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거든요. 수면 위에서 정식 논의가 시작되길 바라봅니다.

류승연 작가 scaletque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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