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8.09 17:33최종 업데이트 24.08.1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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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의 부모로 산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막막하고 힘들지만 이 삶을 사는 기쁨 또한 있기 마련이지요. 장애 진단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특수교육대상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하나씩 짚어가 봅니다.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 조금 덜 힘들고 조금 더 웃을 수 있길 바라면서요.[기자말]

지난 2월 5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2학기부터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늘봄학교가 시작됩니다. 올해는 1학년, 내년엔 1~2학년에 이어 내후년엔 모든 학년으로 대상이 확대됩니다. 특수교육대상자도 늘봄학교 대상입니다.

늘봄학교는 '돌봄+방과후교실'의 결합모델 같은 것입니다. 매일 2시간씩 맞춤형 프로그램이 무료로 제공되고, 프로그램만 이용할지 이후의 돌봄까지 이용할지, 돌봄까지 이용한다면 몇 시까지 이용할지 등을 정할 수 있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제 아들은 중학생이라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없지만 만약 아들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이 제도가 있었다면 이용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특수교육대상자도 늘봄학교를 무리 없이 이용하기 위해선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합니다.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고려 없이 무조건 이용하라는 건 "국가가 책임지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과 돌봄"을 기치로 내건 늘봄학교에서 사실상 특수교육대상자는 제외하겠다는 뜻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수학교 늘봄학교

특수교육대상자의 늘봄학교는 특수학교냐 통합교육(특수교실)이냐에 따라 사정이 달라집니다. 일단 특수학교는 늘봄학교 운영에서 어느 정도 연착륙이 가능할 듯합니다.

기존의 방과후 프로그램이나 돌봄교실을 운영하며 축적된 '인력풀(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이 있고 '경험(맞춤형 프로그램과 돌봄 운영)'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부 특수학교는 아직도 프로그램 강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지만요.

제 생각에 특수학교 늘봄교실 운영의 가장 큰 난관은 '공간'일 듯합니다. 남는 교실이 없기 때문입니다. "늘봄학교라고 해서 별도의 교실을 따로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 교실을 이용하는 것"이라는 게 교육부 입장인 듯한데요. 그건 특수학교의 사정을 모르고 하는 얘기입니다.

특수학교에는 초등학교만 있지 않습니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전공과가 한데 모여있는 게 특수학교입니다. 일반 초등학교야 내후년(늘봄학교 전면 시행)이면 기존의 방과후교실과 돌봄교실을 그대로 늘봄학교에 내어주면 되지만 특수학교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초등에서 늘봄학교가 전면 시행돼도 중고등학생을 위한 방과후교실과 돌봄교실은 동시에 계속 운영돼야 합니다. 미술 수업이야 각 교실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체육활동엔 강당이 필요하고 요리 교실 등 특별 프로그램엔 특별실이 필요합니다.

기존 방과후교실에도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초등, 중고등이 나눠서 잘 사용하지 않았냐고요? 그건 방과후교실이었기에 가능했어요. 방과후교실은 늘봄학교처럼 주 5일 내내 운영되지 않았고 인원수 제한도 있었습니다.

특수학교의 고질적 문제인 공간 부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수도권 특수학교들은 교실 하나 더 늘릴 공간조차 없어 대부분이 과밀학급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공간에 대한 대책 마련, 후속 조치 및 지원 없이 늘봄학교가 전면 시행되면 특수학교 학생들은 말 그대로 공간 때문에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나 돌봄을 받을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요리 교실에 사용할 특별실이 없어 모니터로 밀가루 반죽법을 보고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통합교육 늘봄학교

지난 3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강원도 원주시 명륜초등학교의 늘봄학교 '초1 맞춤형 프로그램'에 참여해 어린이들과 술래잡기 놀이를 함께하고 있다. ⓒ 대통령실


통합교육 중인 특수교육대상자의 늘봄학교는 특수학교와는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바로 지원인력 문제입니다.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전담인력이나 예산에 대한 계획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은 것입니다.

늘봄학교는 늘봄지원실장을 필두로 늘봄실무직원, 늘봄전담사, 늘봄프로그램 강사를 기본 인력으로 하되 시도교육청이나 학교별 여건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교육부에 문의했더니 학생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특수교육대상자 지원인력도 얼마든지 신청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그것으론 안 됩니다. '필요하면 신청'이 아니라 처음부터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전담인력이 '필수인력'으로 지정돼 있어야 합니다.

통합교육에서의 늘봄학교는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맞춤형(특수학교처럼)'이 아닌 비장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과 돌봄 과정이 운영되고 그 안에 특수교육대상자도 들어가는 형식이 됩니다.

기존에도 초등학교에선 방과후교실이나 돌봄교실이 운영 중이었지만 대다수 특수교육대상자는 방과후교실도 돌봄교실도 이용하지 않았어요. 싫어서가 아니라 이용할 수 없어서였어요. 비장애 학생의 속도와 진도에 맞춰 운영하는 방식에 지원인력마저 없으니 특수교육대상자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될 수밖에 없었거든요.

반대의 경우도 많았습니다. 특수교육대상자 중에도 지원인력 없이 프로그램이나 돌봄 이용 가능한 학생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런 학생이 방과후나 돌봄을 이용하려 하면 오히려 학교 측에서 난감해하며 거부하곤 했어요. "따로 지원인력이 없다"는 게 이유였죠.

기존에도 이런 상황이었는데 방과후교실이나 돌봄이 늘봄학교로 이름이 바뀐다 해도 전담 지원인력 없이는 같은 일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고려

늘봄학교가 들어옵니다. 늘봄학교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2학기부턴 전체 초등학교에서 시행됩니다. 내후년이면 모든 초등학생이 늘봄학교 대상자가 되고요.

비장애 학생들에게 늘봄학교가 어떻게 다가오는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발달장애가 있는 특수교육대상자에게 늘봄학교가 시행될 때는 어떤 고려가 있어야 하는지 눈에 보입니다.

특수학교엔 공간이 필요합니다. 통합교육엔 전담인력이 필요합니다. 두 가지 모두 예산이 필요합니다. 편성된 예산을 기반으로 미리 준비가 돼 있어야 특수교육대상자도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늘봄학교 시행 상황을 보면 특수교육대상자에 고려가 너무 없다고 느껴집니다. 특수교육대상자는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과 교육의 대상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요.

아직 시행 초기라 미처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꼼꼼한 고려가 없었다면 지금부터라도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고민해 주시길 바랍니다. 9월이 시작되기까지 아직 20여 일 남았네요. 그 정도면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발표하기까진 충분한 시간이라 여겨집니다.

류승연 작가 scaletque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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