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병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정책브리핑
8월 7일, 국방부는 병사 휴대전화 사용 시간 확대 계획을 백지화하고 현행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2021년 11월부터 3차에 걸쳐 휴대전화 사용 시간을 확대하기 위해 시범 운영 기간을 가져왔다.
현행 제도가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일과 후에만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반납하게 하는 방식이라면, 시범운영은 아침 점호 때 나눠주고 밤 9시에 거둬가는 방식이었다. 간부들과 마찬가지로 휴대전화를 상시 소지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다만 군사비밀을 취급하는 보안구역 등에서는 간부와 마찬가지로 휴대전화를 소지할 수 없고, 근무 시간과 경계 근무, 당직 근무 투입 시에는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게 했으며 점심시간, 개인 체력단련 시간 등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 실상 휴대전화를 쓸 수 있는 시간이 크게 늘어난 건 아니었지만 간부에 준하는 수준의 자율성을 보장하며 병사들이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다닐 수 있게 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돌연 국방부가 시범운영 결과를 발표하며 현행 유지 방침을 밝힌 것이다. 보안위규, 불법 도박, 디지털성폭력 등의 악성 위반행위가 지속 적발되고 있고, 시범운영 기간 적발된 위반 건수가 시범운영 전과 유사하다는 근거도 덧붙였다. 실제 시범운영 기간 위반 건수는 1005건으로 시범운영 전 1014건에 비해 9건 정도 줄었다. 일과 중 근무, 교육훈련 집중력이 저하되고 동료와의 대화가 단절되며 단결력이 저하된다는 일부 간부들의 의견이 있었다는 근거도 제기되었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근거들이다.
시험운영 기간 규정 위반 적발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면 이러한 국방부의 설명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과 후에만 휴대전화를 쓰게 해줄 때와 종일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근무 중 사용을 통제할 때의 규정 위반 적발 건수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어들었다면 휴대전화 사용 방식과 규정 위반 적발 건수 간에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게다가 국방부가 문제점으로 꼽는 불법 도박, 디지털성폭력은 애초에 병사들이 병영 내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와는 상관관계가 없다. 이미 사회에서도 휴대전화를 쓰던 병사들이 병영 내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불법 도박에 중독되고 성범죄자가 되었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용 시간 확대와는 더더욱 관계가 없는 사항들이기도 하다. 보안위규 역시 보안 구역에서는 애초에 스마트폰을 소지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사용시간이 확대되었다고 해서 군사 보안에 타격이 간다고 보기도 어렵다. 근무 시간에는 쓰지 못하는 휴대전화 때문에 근무, 훈련 집중력이 떨어진다던가, 동료와의 대화가 단절된다는 지적 역시 아전인수일 뿐이다. 문제 상황과 원인 진단이 엇박자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한심한 국방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