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0.24 07:01최종 업데이트 24.10.24 07:36
  • 본문듣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연합뉴스

명태균씨를 둘러싼 의혹이 날로 확대되고 있지만 검찰 수사는 좀처럼 진척이 없어 비판이 커집니다. '공천 개입' '여론조사 조작' 등 제기된 의혹들이 모두 중대하고 심각한 범죄행위에 해당하는데도 검찰은 이상하리만치 신중한 모습입니다. 명씨 입에 두 달 가까이 정국이 요동치는데도 명씨를 소환조사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 수뇌부도 지방 검찰에 수사를 맡겨 둔채 팔짱을 끼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직접 관련된 사안이라 검찰이 또다시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명씨 의혹을 수사 중인 창원지검의 행보는 굼뜨기만 합니다. 이 사건은 경남선관위가 지난해 12월 김영선 전 의원의 세비 절반이 매달 명씨에게 건네진 정황을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시작됐습니다. 통상 선관위가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사건은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자료를 첨부하는 게 관행입니다. 고발된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이었지만 선거법 혐의도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들 증거를 토대로 수사하면 신속하게 혐의를 입증할 수 있어 검찰에선 비교적 쉬운 수사로 통합니다.

하지만 검찰은 사건을 방치하다 최근 명씨 의혹이 언론에 불거진 뒤에야 관련자들 압수수색을 실시했습니다. 수사가 시작된 지 9개월만으로, 공직선거법 시효만료까지 불과 열흘을 남긴 시점이었습니다. 결국 검찰은 지난 10일 명씨와 김 전 의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내사 종결을 결정했습니다. 검찰의 늑장수사로 제대로 수사도 해보지 못한채 종결한 셈입니다. 검찰의 직무유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검찰의 이상한 행태는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드러납니다. 검찰은 당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명씨 휴대폰이 이른바 '깡통폰'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뒤 당일 돌려줬습니다. 당시 명씨는 "6개월마다 휴대전화기를 바꾼다" "휴대전화가 여러대"라고 언론에 말해왔습니다. 검찰은 명씨가 핵심 증거를 다른 장치로 옮겼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추가 압수수색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최근에야 압수수색을 다시 시도하고 있지만 김 여사의 음성이 담긴 녹음파일 등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검찰 수뇌부의 안이한 태도

심우정 검찰총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유성호

검찰 수뇌부의 안이한 태도도 의심을 키웁니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지난 21일 서울중앙지검으로의 수사 이관을 촉구하는 야당의원들에게 "지금 창원지검에서 수사중"이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심 총장은 관련자들이 주로 창원에 거주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주요 의혹의 당사자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등 서울 지역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습니다. 수사팀 인력도 2명을 충원했다지만 고작 검사 6명으로 윤 대통령 부부가 연루된 '정치 게이트'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됩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수사 확대를 꺼리는 것은 사건의 폭발력이 워낙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서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명씨의 불법 여론조사 대가로 김 전 의원의 공천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검찰 수사로 사실로 드러날 경우 윤 대통령은 실정법에 저촉될뿐 아니라 대통령 선거 과정의 정당성마저 흔들리게 됩니다. 사건의 얼개가 워낙 단순해 여러 단계를 거칠 필요도 없이 명씨에서 바로 윤 대통령 부부 의혹으로 직결되는 구조입니다. 검찰로선 그야말로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이유로 야권 일각에선 상설특검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어차피 검찰 수사에 기대할 게 없다면 상설특검으로 신속하게 수사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주장입니다. 도이치모터스와 관저공사 등 기존의 '김건희 특검법'과 별도로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과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떼어서 추진하는 방식입니다. 상설특검은 활동기간이 짧고, 수사 인력이 적다는 한계는 있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어 국회 의결만으로 출범할 수 있습니다. 검찰이 지금처럼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검토할 만한 주장으로 보입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