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공천 개입' 육성 녹음 공개가 일파만파인데도 윤석열 대통령이 버티는 배경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달 중 나올 이 대표 선고 공판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국면이 완전히 전환될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건희 여사 문제 등 국정 수습책 논의도 뚜렷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명태균 게이트' 파문이 워낙 커 이 대표가 유죄가 나오더라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대통령실에선 지난주까지만 해도 김 여사 리스크 해소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 여사에 대한 여론 악화와 집권 이후 최저치 수준으로 추락한 지지율을 마냥 외면할 수 없다는 견해가 적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나 김 여사의 직접 입장 표명 또는 사과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됐다고 합니다. 일각에선 대통령실 인적쇄신이나 부분개각 등에 대한 얘기도 흘러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이 대표 선고에 대한 기대가 부각되면서 탄력을 받지 못했다는 전언입니다. 이 대표 판결이 임박한 상황에서 대통령이나 김 여사의 사과는 오히려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다는 겁니다. 실제 대통령실에선 이 대표의 두 개의 선고 중 적어도 하나 이상에서 유죄가 나올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입니다. 1심이라도 이 대표에게 유죄가 선고될 경우 여론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릴 것으로 용산은 보고 있습니다. 이 대표 판결을 계기로 보수층에서 "윤 대통령을 지키자"는 결집 움직임도 생길 거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명태균 녹취록 공개 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대통령실
이런 계산은 윤 대통령 녹취가 공개된 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양상입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이달 중 어떤 형태로든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시기는 유동적입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 임기반환점을 도는 이달 10일 전후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조만간 추가 녹취 공개와 폭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섣부른 입장 발표가 발등을 찍을 거라는 신중론도 내부에서 만만치 않습니다. 윤 대통령이 11년 만에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하기로 한 것도 이를 보여줍니다.
이 대표 선고가 반전의 카드가 될 거라는 기대는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동훈 대표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개혁의 동력을 키우기 위해선 11월내에 먼저 매듭지어야 할 것들이 있다"고 말한 건 이 대표 선고를 염두에 뒀다는 게 중론입니다. 친한계에선 이 대표 유죄가 나오면 중도층이 한 대표쪽으로 쏠릴 걸로 전망한다고 합니다. 그전에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하면 한 대표가 변화와 쇄신책을 제시해 세몰이를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그러나 이런 전략도 윤 대통령 육성 공개로 수정이 불가피해졌습니다. 한 대표가 4일 윤 대통령에게 국정 전반에 대한 쇄신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낼 거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전문가들은 여권이 기대하는 '이재명 위기설'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없다는 데 무게를 싣습니다. 이 대표는 15일과 25일 각각 공직선거법과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를 받게 되는데, 설령 유죄가 나오더라도 정치적 위상에 당장의 치명상은 없을 거란 전망입니다.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수준(벌금 100만원)의 처벌이 뒤따르지 않을 수 있고, 벌금 100만원 형을 넘기더라도 대법원 확정판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직접적인 공천 관여 의혹이 제기되면서 판이 달라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김 여사의 전방위적인 국정 개입 의혹이 커지는 와중에 윤 대통령 육성까지 공개됐다는 건 '명태균 게이트'의 둑이 무너졌음을 의미합니다. 그러지않아도 윤 대통령은 이미 정치·경제·안보 모든 면에서 사면초가에 놓여 있습니다. 이 대표 판결만 기다리다가는 자칫 통치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는 비상시국입니다.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스스로 특검 수사를 자청하고 협조하는 게 최선의 방안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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