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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던 21대 총선, 0.7%p 차로 갈린 20대 대선,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난 2022년 지방선거까지. 지난 4년, 민심은 끊임없이 요동쳤습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22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오마이뉴스>는 전체 의석수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격전지를 찾아 각 지역구를 가로지르는 이슈와 인물을 살펴봅니다.[편집자말]
 14일 부산시 사상구 주례동에 지난 12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의정보고회 현수막이 붙어있다.
14일 부산시 사상구 주례동에 지난 12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의정보고회 현수막이 붙어있다. ⓒ 김보성
 
22대 총선이 4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거리에서 자신의 의견을 시원하게 말하는 주민을 접하는 건 쉽지 않았다. 경기 탓인지 상가가 밀집한 곳에도 사람이 드물었다. 어렵사리 만난 이들도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지나치기 일쑤였다.

그때 반가운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부산 사상구 주례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늘어선 택시들 사이에서 기사 3명이 진한 부산사투리로 주거니받거니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들에게 다가가 지역구 3선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불출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솔찌이 예상을 몬했지만 불출마 선언 잘한기라. 윤석열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는기 마 낫다 안카나."


수십 년째 택시를 몬다는 70대 김아무개씨는 장 의원이 다음 총선에서 빠지는 게 당연하다고 봤다.

그러자 옆에 있던 동료 기사 이아무개씨가 받아쳤다.

"글타고 그 사람이 정치를 그만두나. 의원 꼴랑 세 번 안했나? 또 해도 된다, 을메나 잘했노."

이씨는 "장 의원이 그래도 참 일을 잘했다 아이가. 쪼매만 더 마무리를 더 해야카는데"라며 아쉬워했다.

김씨는 이런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라꼬? 마 하더라도 일단은 뒤로 물러스는 게 맞다아이가. 그게 윤석열이 욕 덜멕이는기다." 그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논란이 현 정부 지지율을 다 깎아 먹고 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총선 불출마 선언한 장제원 의원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총선 불출마 선언한 장제원 의원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지역민심은] '원조 윤핵관' 장제원 불출마에 들끓는 부산 사상

장제원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를 찾아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사상구민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또 한 번 백의종군의 길을 간다. 이번이 마지막 국회의원직"이라고 말했다. 이후 장 의원은 마지막 의정보고회 일정과 함께 "하늘같은 은혜를 꼭 갚겠다"라고 새긴 펼침막을 지역구에 내걸었다.

<오마이뉴스>는 장 의원의 발표 이후 이틀째인 14일 오전 사상구 일대를 찾았다. 지역 주민들의 생각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택시기사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만난 상당수의 50~70대는 불출마 선언을 충격적인 소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부산보훈병원 인근에서 만난 68세의 정아무개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일을 몬한 것도 아이고 이건(불출마가) 잘못된기라. 왜 3선이나 했겠노? 잘했으니 그체."

정씨는 장 의원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단 태도였다. 그는 "외국 같으믄 7선, 9선도 있다카던데"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동네마트를 운영 중인 자영업자 박아무개(55)씨도 같은 의견이었다. 그는 지역 이슈 중 하나인 부산구치소 이전 논의도 장 의원의 덕을 본 걸로 풀이했다. 그는 "구치소 옮기는 문제도 힘쓰고 복지도 나아지고, 장 의원이 노력을 많이 했다. 한 번 더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장 의원에게 우호적인 건 아니었다. 괘법동에서 만난 30대 3명은 '잘 모른다', '관심이 없다'라며 인터뷰를 피했다. 아이를 안고 있던 이들은 지난 선거에서 투표장으로 가지 않았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딱히 달라지는 걸 못 느끼겠다"라는 냉소 섞인 답이 되돌아왔다.

사상터미널로 향하던 20대인 김아무개씨는 이미 표심을 정했다. 그는 "대통령이 싫어 일단 여당을 찍진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좀 더 이야기를 들어보려 했으나, 그는 바쁘다며 가던 길을 재촉했다.
 
 “을메나 잘했노” “뭐라꼬?” 장제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내년 총선 불출마에 대해 14일 사상구에서 만난 택시 기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을메나 잘했노” “뭐라꼬?” 장제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내년 총선 불출마에 대해 14일 사상구에서 만난 택시 기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 김보성
 
[여당 누가 나오나] 무주공산에 국힘 후보 몰릴까

지역민의 반응처럼, 20만 인구의 사상구는 장 의원이 오랫동안 터를 닦아온 곳이다. 아버지인 고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대를 이어 정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곳은 일가의 사학재단이 소유한 동서대가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물론 그의 정치 여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장 의원은 2008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했지만, 2012년 총선에서는 '박근혜 키드'로 불렸던 손수조 후보에 밀려 불출마했다. 2016년 총선 때도 공천받지 못하자 무소속으로 나섰고, 재선에 성공한 후 2020년 선거까지 연거푸 당선했다. 그러나 올해 총선을 앞두고 영남·중진, 친윤계 의원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압박 끝에 불출마를 결정하면서 다시 뒤로 물러났다.

덕분에 사상구는 여당의 공천을 둘러싼 격전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그동안 장 의원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보니 경쟁자는 전무했다.

불출마 직후 장 의원의 바통을 누가 넘겨받을지 예측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아직 윤곽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결과 일부는 출마 의사를 굳혔고 일부는 아직 출마에 거리를 뒀다.

우선 이명박 정부 시절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을 지낸 김대식 경남정보대 총장이 물망에 오른다. 김 총장은 전화 통화에서 "언급된다는 건 알지만, 지금은 출마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 송숙희 부산시 여성특보, 김민수 해양수산부 장관 정책보좌관도 출마예상자로 거론된다. 박형준 부산시장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이 부시장 역시 당장은 시정 현안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국비 확보 문제와 산업은행 이전 등이 어떤 형태로든 결론이 나야 거취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이와 달리 송 특보는 선거 도전으로 기울고 있다. 휴가 중에 연락이 닿은 그는 "(사상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송 특보는 사상구에서 구의원부터 시작해 시의원을 거쳐 두차례 구청장을 지냈다. 김민수 정책보좌관의 출마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22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12일 사상 지역위원장인 배재정(맨 오른쪽) 전 의원 등 20여 명의 더불어민주당 출마예정자들이 부산시의회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2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12일 사상 지역위원장인 배재정(맨 오른쪽) 전 의원 등 20여 명의 더불어민주당 출마예정자들이 부산시의회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보성
 
[야당 누가 나오나] '낙동강 벨트' 탈환 노리는 민주당

장 의원의 불출마는 야당의 입장에선 호재로 볼 수 있다. 공단이 밀집한 사상구는 국민의힘 강세이면서도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만만찮은 곳이다. 장 의원이 지난 21대 총선에서 얻은 득표율은 52.03%. 상대였던 민주당 배재정(46.54%) 후보와 불과 5.49%P 차이였다.

19대 총선에서는 첫 민주당 의원이 나오기도 했다. 주인공은 민주통합당 주자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당시 문 후보는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와 대결에서 11.65%P 격차로 승리했다. 사상구가 '문재인의 정치적 고향'이자 '낙동강 벨트' 지역으로 분류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 탓에 벌써 3명이 출마를 공식화하는 등 민주당 내 공천 경쟁이 뜨겁다. 언론인 출신으로 19대 국회의원(비례),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지낸 배재정 민주당 사상구 지역위원장이 설욕전을 다짐하고 있다.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으로 경찰 압수수색을 받았지만, 정면돌파 중이다.

신상해 전 부산시의회 의장과 서태경 청와대 전 행정관은 첫날부터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8대 시의회에서 후반기를 이끈 신 전 의장은 오는 16일 출판기념회를 연다. 서태경 전 행정관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근무 이력과 30대 기수론을 앞세우며 주민을 만나고 있다.

새로운 인물이 추가될 수도 있다. 이날 국회에서 민주당의 두 번째 인재영입 인사로 나온 이재성 전 엔씨소프트 전무이사가 서부산 출마 의사를 피력하면서다. 이 전 이사는 비례가 아닌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서부산(사상구·사하구·북구·강서구)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장 의원의 불출마가 가져올 유불리를 따져보며 선거를 준비하겠단 계획이다. 민주당 부산시당의 한 인사는 "장 의원이 나온다고 보고 선거에 대비했는데, 그게 아닌 상황이 됐다. 다들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당의 전략공천 가능성도 우려했다. 윤 대통령의 측근 등 장 의원의 경쟁력을 대체할 친윤 인사가 갑자기 투입되면 구도가 또 급변할 수 있단 얘기다.

지난 총선이 한자릿수 득표율 차이로 희비가 갈린 탓에 소수정당 후보가 누군지도 관심사다. 지역 진보정당 가운데에선 양미자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부산본부장이 진보당 예비후보로 '정권 심판'과 '야권 일대일 구도'를 외치며 뛰고 있다. 정의당은 아직까지 후보가 없다.

#22대총선#장제원#부산사상#국민의힘#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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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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