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던 21대 총선, 0.7%p 차로 갈린 20대 대선,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난 2022년 지방선거까지. 지난 4년, 민심은 끊임없이 요동쳤습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22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오마이뉴스>는 대표적인 '스윙보터'이자 전체 의석수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각 지역구를 가로지르는 이슈와 인물을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
재래시장, 유명 대학, 원룸촌과 하숙집, 재개발지구, 한옥, 다세대 주택, 역세권 주변의 아파트 단지...
공통점을 찾기 쉽지 않은 이 단어들이 조화롭게 모여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서대문갑(충현동·천연동·북아현동·신촌동·연희동·홍제제1동·홍제제2동)이다. 22대 국회의원선거를 보름 앞두고 서대문갑 유권자들의 선택에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지역은 2000년 이후로 한 번도 여야 후보가 바뀐 적 없기 때문. 16대 총선부터 연세대 동문인 이성헌 전 의원과 우상호 의원이 주고받고 하다가 19대, 20대, 21대엔 우 의원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장장 24년간의 타이틀 매치가 마무리된 서대문갑의 '새 얼굴'은 과연 누가 차지할까.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서대문갑이지만, 가장 큰 특징 하나를 꼽으라면 '젊음'이다. 지역구 내 유명 대학 두 곳을 비롯해 여러 대학이 많이 위치한 까닭에 젊은층 인구가 눈에 띄게 많다. 이 때문에 대학가 표심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울 열린데이터 광장 '서울시 주민등록인구' 통계(2월 5일 갱신)에 따르면, 특히 신촌동의 경우 20~29세가 1만3578명이나 되었고, 30~39세 또한 4450명에 달했다. 연희동 또한 20~39세 거주자만 1만 4795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촌동 60세 이상 인구는 2704명에 그쳤다. 젊은층의 인구가 눈에 띄게 많은 곳은 연희동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연희동의 경우 고급 주택이 위치해 있어 60세 이상 인구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품은서대문 공공데이터플랫폼 '주민등록인구현황(2월 29일 기준)'을 살펴봐도 서대문갑은 18세 이상 인구수가 12만9907명, 65세 이상 인구수가 2만5718명으로 젊은층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성별에서도 미세하게 여성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야말로 '무주공산'이 된 이번 선거의 서대문갑 후보로는 최종 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우상호 의원이 내리 세 번 선택받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서대문갑을 '청년전략특구'로 결정하고 경선을 치렀다. 그 결과 87년생 '대장동 변호사' 김동아 후보가 본선 진출권을 꿰찼다.
국민의힘은 재선 이용호 후보를 단수 공천했다. 전북 남원·임실·순창에서 각각 국민의당, 무소속 후보로 두 번 당선했고 2021년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 후보가 전북 외 지역구에서 출마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서울 마포갑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서대문갑으로 선회했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고 국민의힘 국회의원 친윤 내부 모임 '민들레'를 주도하는 등 친윤계로 꼽히는 인물이다.
개혁신당 이경선 후보는 현 국민의힘 계열의 보수정당에서 25년간 활동해왔다. 제7·8·9대 서대문구 구의원을 역임하며 제8대 때는 후반기 부의장을 맡기도 했지만, 올해 초 국민의힘을 탈당해 개혁신당에 입당했다. 현재 정책위부의장을 맡고 있으며 '서대문 전문가'란 슬로건으로 다크호스의 반란을 노린다.
"정권 심판 투표하겠다"
"경험 많은 여당 후보 찍겠다"
지난 19일 저녁, 신촌동 신촌연세로에서 쌀쌀해진 날씨에 옷깃을 여미며 발길을 옮기는 시민들에게 이번 총선 때 어느 후보를 뽑을 예정인지 물었다.
인근 대학교에 다니는 한 대학생(24)은 "젊은 사람이 국회의원을 해야 청년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그래도 셋 중 가장 젊은 김동아 후보에게 가장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21)도 "청년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인 만큼, 유일한 30대 후보인 김동아 후보가 (우리 지역과) 가장 어울린다"고 했다. 반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김동아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밝힌 50대 후반 상인도 있었다.
이용호 후보를 지지하는 대학생들도 있었다. 한 대학생(24)은 "김동아 후보의 이력을 보니 '대장동' 정진상을 변호한 것 외에는 딱히 뭐가 없더라"라면서 "특히 20대들에게 이재명 대표의 선호도가 높지 않은데, 아마 20대 표는 많이 얻지 못할 것이다. 난 이용호 후보를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젊고, 이곳과도 연고가 있는 후보를 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덧붙였다.
60대 초반의 한 시민은 "(이용 후보가)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경험이 풍부하고, 여당 의원으로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군소 정당인 개혁신당의 이경선 후보를 뽑을 거라는 이도 만날 수 있었다. 대학생인 그는 "양당 그리고 두 후보가 모두 마음에 안 들어 투표장에 안 갈 생각도 했는데, 이경선 후보는 서대문에 오래 살았고 서대문을 잘 알아서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선배라는 점도 마음에 든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젊은이들 마음 + 재개발 사업 진척 + 교통 개선
서대문갑에선 단순히 '젊은이'들의 마음만 얻어서는 당선을 자신하긴 어렵다. 지역 내 오래된 '숙제'가 있기 때문. 주택 수요는 많지만 노후 주택이 많고, 특히 북아현 2·3구역과 홍제3구역 등 오래된 주택에 대한 재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곳들이 상당수여서 관련 공약에 주민들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불편한 교통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숙원사업이다.
민주당 김동아 후보는 25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재개발 예정 지역은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면서도 하숙업을 운영하시는 시민들과 조화로운 상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교통 문제 역시 해결돼야 될 핵심적인 문제"라며 "도로 교통체계 개선이나 대중교통 부분도 확실히 챙겨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이용호 후보 또한 지난달 23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경의선 지하화 추진 및 입체 복합개발 ▲홍제지구 중심 활성화 및 서북권 랜드마크 조성 ▲북아현 재개발을 비롯한 모아주택·모아타운 신속 추진 ▲홍제역·무악재역 에스컬레이터 설치 및 무악재역 엘리베이터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정책건의서를 전달했다. 북아현2·3구역 재개발과 경의선 지하화 추진 등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서대문갑은 최근 국회의원 선거에서 최근 3번 연속 우상호 의원이 당선된 민주당 우세 지역구로 꼽힌다. 하지만 2022년 3월 치러진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50.13%를 얻어, 45.46%를 얻은 이재명 후보를 눌렀다. 그로부터 3개월 뒤 치러진 6월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이성헌 후보가 서대문구청장으로 당선됐다.
일련의 과정을 보다보면, 서대문갑은 언제든지 다른 선택이 가능한 '캐스팅보트'이기도 하다. 또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이화여자대학교 등 대학가가 많이 포진해있어 젊은 유권자 비율이 높고, 정당 지지세가 뚜렷하지 않은 이들의 특성상 인물과 이슈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번에도 역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누가 서대문갑의 새 일꾼으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