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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손발이 꽁꽁 얼어붙을 것 같더니
낮이 되니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이 따가웠습니다.
집회하고 홍보하며 돌아다니는 일보다
가만히 앉아 있는 일이 더 힘이 듭니다.

단식한 지 일주일이나 지났는데도 왜 아침마다 배가 고픈 걸까요? 엊그제 생강차를 끓여온 한 시민이 또 다시 생강차를 끓여오셨습니다. 덕분에 지지방문 오는 사람들에게 대접할 게 생긴 거죠.

우리 단식자들은 방문객들에게 음식(컵라면, 유과 등)을 대접하는 게 큰 낙입니다. 다만 우리들이 보는 앞에서 먹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답니다. 대리만족이라고 할까요?

노동부에서 우리의 식량인 생수를 떠다 먹었는데 어제부터 노동부가 정수기 물을 갈지 않고 있습니다. 민원실에 가 물었더니 '생수 회사에 문제가 생겼다'더군요….

오늘부터 민주노총 공공연맹에서 저희들의 투쟁에 결합했습니다. 내일은 또 전국자동차운전학원 노조지부장이 대거 이곳에 모인다는군요. 투쟁은 만들면 된다더니 그 말이 맞다는 걸 실감합니다.

처음에 김형우 지부장의 단식으로 시작한 것이 이제 도내 사회단체로, 그리고 민주노총의 전국단위의 사안으로 확장되었잖아요? 바로 이것.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 것'. 이것이 우리가 믿을 수 유일한 희망인 것 같습니다.

오후에 전주지방노동사무소 공희송 소장과 면담을 했습니다. 면담에서 우리는 동아자동차운전학원의 근로기준법 위반사례와 김형우 지부장 부당해고 등을 지적하며 다시 한 번 특별감독을 요구했습니다.

공 소장은 부당노동행위가 있다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특별감독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더군요.

민주택시연맹 산하 삼화택시노조에서 노동부를 향해 날마다 트는 상여소리에 대한 반응이 다양합니다. 주로 상여소리에 대한 반응은 나이드신 분들이 보이는데요. 지나가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꼭 한 번씩 고개를 기웃거립니다.

"어∼어 어∼어 어이야 어∼야"
서글픈 곡조에다 가사를 들어보자면 지나온 삶을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상여소리.

그런데 이 소리가 아이들에게 더 빠른 반응을 주나봐요.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아이 둘이 찾아와서 노래가 좋아 배우고 싶다고 가사를 복사해갔지 뭡니까? 노동부 근처 아파트에 사는 이 아이들은 며칠 '소리'를 듣더니 따라하고 싶어졌다네요.

또 한 아주머니는 7살 먹은 아들이 "어이야 어이야"하면서 이 가락을 자꾸 따라한다고 음악을 바꿔줄 수 없냐고 하더군요. 역시 민속음악은 피를 땡기게 하는 뭔가가 있나봅니다. 저희들도 이 기회에 상여소리를 배워볼까 하고 가사를 복사해놨답니다.

지원단식 7일째인 오늘도 이렇게 참 잘 싸웠습니다.


2002. 1. 9

지원단식단: 공병오(전국자동차운전학원노조위원장) / 오두희(전북평화와인권연대) / 김영옥(전북평화와인권연대) / 박정하(익산노동자의집) / 김연탁(전주가톨릭노동자센터) / 여은정(군산노동자의집) / 이민영(새만금사업 즉각중단을위한 전북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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