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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줄이 인류의 미래를 바꿔놓는다고? 이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인가 의아해 할 독자들이 있을 줄로 안다. 아니 의아해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말은 전적으로 사실이다. 빨래줄은 인류의 미래를 바꿔놓은 정말 중요한 물건 중 하나다.
물건 중 하나라는 말에 주목한 독자들이 혹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 미래를 바꿔놓을 물건들은 빨래줄 말고 여섯 개가 더 있다. 그것들은 모두 빨래줄만큼이나 일상적이며 사소한 것들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실로 엄청나다는 말로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당신의 고정관념을 뒤집어라
지구를 살리고 미래를 바꿔놓을 이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 중 첫 번째는 바로 자전거다. 이제야 좀 감이 잡히는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은이에 따르면 이 자전거는 인간이 발명해낸 기계문명 중 가장 우수하고 효과적이며 모범적인 운송수단이요, 운동기구라고 극찬한다.
자전거는 인간이 발명해낸 교통수단 중에서 가장 에너지 효율이 높다고 한다. 걷는 것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다고 하니 더 이상 말해 무엇할까. 게다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교통수단들과 비교해 해로운 가스를 내뿜지도 않고, 적은 공간에 보관이 가능하며 어지간한 길만 뚫려 있으면 왕래가 가능할 만큼 활동성 면에서도 결코 모자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구상의 자동차를 줄이고 자전거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지구의 대기 상태가 좋아지는 것은 물론 자동차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원자재에 대한 소비량도 줄 것이기 때문에 일석이조, 아니 일석다조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불가사의한 물건 중 두 번째 것이 바로 콘돔이다. 천연 고무를 원료로 만들어지는 이 대표적 피임기구는 가장 무서운 성병인 AIDS부터 수십 가지의 성병을 예방해주는 것은 물론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한 낙태와 여성들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도구라는 것이다.
한번 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점과 그 재료가 천연고무라는 점에서 역시 지구 자원의 낭비와 소모가 아니냐고 반문할 독자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콘돔을 쓰지 않아서 발생하는 각종 질병과 인구의 증가, 그로 인한 식량의 부족과 사회문제의 발생 등을 고려해볼 때 콘돔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은 거듭 강조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다.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
이제는 빨래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차례다. 빨래줄을 만드는 데는 아주 적은 양의 원료만이 들어갈 뿐이다. 금속 재질의 건조대라 해도 그것을 만들기 위해 드는 재료와 에너지의 양과 빨래 건조기에 들어가는 재료와 에너지의 양을 비교해보면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이며 지구에 보탬이 되는지 눈 감고도 맞출 수 있을 정도다.
지구에 무한정 쏟아지는 태양광선과 기압차에 의해서 발생하는 바람만 가지고도 빨래를 말리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게다가 자연 상태에서 건조시킨 옷들은 그렇지 않은 것들보다 더 오래 간다. 게다가 부가적인 오염물질이나 에너지를 소모하지도 않으니 핵발전소를 짓거나 댐을 건설해서 인간과 자연 생태계의 질서를 파괴하지 않아도 되니 지구상에 이보다 더 좋은 도구가 있으면 나와보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태양광과 바람만을 이용해 빨래를 말린다면, 그래서 지구상에서 빨래 건조기라는 이름의 기계도구가 사라지고 그것에게 투여되었던 자원과 에너지가 좀더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곳에 돌려질 수 있다면 빨래줄이 미래를 바꾼다는 말이 그저 공허한 선언으로만 그치지 않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이 가진 미덕은 바로 이것이다. 생태주의를 위한 이론적인 당위성이나 원칙론적인 방법만을 강요하고 늘어놓는 대신 아주 사소하고 작은 부분에서 이뤄질 수 있는 실천들이 마침내 어떤 거대한 변화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
지은이 존 라이언은 이미 '녹색 시민 구보 씨의 하루'(그물코)라는 책을 통해 국내 독자들과 안면을 익힌 노스웨스트 환경기구의 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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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
존 라이언 지음, 이상훈 옮김, 그물코(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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