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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 표지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 표지
최근 절필 선언과 함께 (가칭)정치혁명과 국민통합을 위한 개혁적 국민정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한 유시민의 새 책이 나왔다. 그는 우리 시대의 정치와 언론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비판한다. 특히 국민경선을 통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노무현과 조선일보의 싸움이 갖는 의미를 본질적으로 파헤친다.

방송토론 진행자로 방송토론의 참맛을 제공하며 한창 주가를 높였던 유시민은 사실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이 높다. 그가 쓴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청소년과 대학 신입생들의 필독서로 군림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이 출판계에 끼친 영향도 자못 컸다.

그러나 유시민이 처음 세상에 등장한 건 이보다 한참 전이다. 서울대 복학생 협의회 대표였던 그가 1984년 가을 폭력 혐의(서울대 학원 프락치사건)로 1년 6개월 징역형을 받을 당시 썼던 '항소이유서'를 통해서다.

절필선언과 함께 나타난 유시민의 정치선언

네크라소프의 시구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말로 마무리한 이 항소이유서는 명문장으로 언론에 실리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다. 아마도 유시민이 글을 쓰는 삶을 살게 된 최초의 계기가 '항소이유서'에 있다는 생각이다.

유시민은 최근 평생을 '지식소매상'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칼럼을 쓰고, 책을 쓰는 등의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뜻이다. 그런 그가 더 이상 칼럼을 쓰지 않겠다는 선언과 함께 (가칭)정치혁명과 국민통합을 위한 개혁적 국민정당을 창당하겠다는 선언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바리케이드 앞에 선 심정'이라는 표현과 함께 우리 정치의 암울함을 온몸으로 헤쳐나가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상식과 몰상식의 싸움, 타협은 없다!'라는 책표지에 새긴 구호에서 그가 바라보는 우리 정치의 단면을 이해할 수 있다.

자 이제 책으로 돌아와서, 책제목이기도 한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해보자.

국민경선을 통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된 노무현, 발행부수 1위에다가 '대한민국 1등신문'이라는 <조선일보>, 이 둘의 싸움은 과연 둘 만의 싸움인가, 아니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싸움인가?

"노무현과 <조선일보>의 싸움에는 대한민국을 반세기 동안 지배해온 '앙시앵 레짐(구체제)'의 목숨이 걸려 있다. … <조선일보>를 상대로 한 노무현의 전쟁은 바로 이 '앙시앵 레짐'의 해체를 겨냥한 것이다. 노무현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무관하게 이 싸움은 그런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조선일보>는 수구세력의 선봉

유시민은 노무현과 <조선일보>의 싸움이 갖는 성격을 이처럼 거시적으로 바라본다. 이는 그가 절필선언과 함께 현실정치에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유시민은 <조선일보>의 역사를 들추면서 <조선일보>가 수구세력의 선봉임을 입증한다. 이로부터 노무현이 개인적으로 <조선일보>와 어떤 악연이 있어왔는지를 살피고, 결국 노무현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거부하는 등 <조선일보>와의 싸움이 치밀한 전략에 따른 것임을 주장한다.

유시민은 머리말의 제목을 '공정하게 편파적으로'라고 달았는데, 언론이 갖고 있는 힘의 원천인 '객관성'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읽힌다. 결코 객관적이지 않음에도 언론이라는 이유로 객관성을 확보한 듯 사회적 영향을 미치는 위선을 고발하는 셈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상식'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또한 민주사회의 한 영역인 언론이 제 모습을 갖지 않을 때 사회적 소통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정작 노무현은 <조선일보>와의 싸움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해 11월 19일 노무현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민주화 과정에서 남은 마지막 특권세력이자 성역이며, 이 특권세력을 실질적 법치주의의 지배 아래 놓이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완성시키는 민주화운동이다."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

유시민 지음, 개마고원(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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