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채널의 상품 판매에 대한 열의(?)는 이미 도를 지나친지 오래다. 그들이 내건 사은품의 부실성, 광고의 과장, 허위 등은 사기행각에 다름 아닌 것임이 조사결과 밝혀지고 있다.
8월 6일 서울경찰청은 한약재 오가피(五加皮)가 월드컵 대표팀의 건강식품으로 쓰인 사실이 알려지자 가짜 가시오가피 제품을 급조해 1300여상자를 인터넷과 홈쇼핑을 이용해 팔아온 사람을 구속했다.
이것은 판매에 있어 어떤 과정상의 조사와 물품에 대한 확실성 없이 팔아서 이윤을 남기면 된다는 상업적인 이윤추구에만 혈안이 된 결과라고 하겠다.
차라리 위와 같은 경우는 속아서 할 수 있다고 자위를 해본다. 하지만 그 전에 있었던 가짜 산삼 사건은 국민들의 원망을 사기에 충분했다.
한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하던 가짜 산삼은 관련 분야 교수와 짜고 가짜 인증서를 받아 서로 검은 돈을 거래한 이후에 행해진 명백한 홈쇼핑 관계자와의 사기행위였다.
최근 9월 1일에는 살빼기 허위광고에 김형곤씨를 출연시켜 다이어트 식품을 판매한 회사 대표를 구속하고 광고를 제작, 방영한 홈쇼핑 PD 등 4명을 약식기소하는 사건까지 있었다.
홈쇼핑 채널의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판매기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 홈쇼핑 업체의 매장 판매가 부풀리기와 세트로 팔지 않는 물건의 세트 가격까지 임의로 정하는 등의 파행이 방송위에 적발되었다.
모 홈쇼핑은 접이형 자전거를 16만9000원에 팔면서 시중가는 24만원대라고 방송했으나 확인 결과 자전거 매장에서 16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이런 식의 속여 팔기와 아예 홈쇼핑으로만 유통되는 제품에 시중가를 매긴 경우까지 있었다.
그들이 내건 사은품들의 질 또한 문제였다. 사은품을 준다는 김치 냉장고가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생각하는 제품의 김치 냉장고가 아니라 기능도 몇 개 빠지고, 그 회사 공장에서 나오지 않은 김치 냉장고라는 것이 밝혀졌다.
모 일간지에 따르면 한 주부는 한 홈쇼핑 업체에서 건강보조식품을 구입하고 사은품으로 받은 명품 숄더백을 받았는데 그것이 진품이 아니고, 너무 조잡해서 물품구매까지 철회했다고 실었다.
이렇듯 사은품의 질까지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홈쇼핑업체의 무책임한 상행위는 결국 소비자의 불신만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홈쇼핑 채널은 성인 케이블 채널인가?
판매에 있어서의 문제점 뿐만 아니라 유독 홈쇼핑 채널에서 눈에 거슬리는 것중 한가지가 방송의 내용이다. 시도 때도 없이 케이블방송 중간 중간에 나오는 쇼핑광고 때문에 시청권까지 침해받는 마당에 그 프로그램의 내용을 보자면 상품은 뒷전이고, 자극적인 화면으로 주의를 끌려는 것이 역력하다.
속옷을 판매한다는 목적으로 나오는 홈쇼핑업체의 광고를 보면 반라의 여성 모델들이 나와서 시청자의 눈길을 먼저 잡는다. 속옷 광고니 어쩔 수 없겠지 라고 인정하고 넘어가기에는 불필요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요상한 깃털장식의 목도리를 야하게 흔들면서 야한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속옷 광고에서의 제품의 선전과 따로 전개되는 모델들과 연출의 불건전성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삼류 도색 잡지의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것이었다.
비단 이런 광고의 선정성은 속옷 광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컴퓨터 광고를 보는데도 컴퓨터와 상관없이 짧은 핫팬츠 차림의 여성들이 나와 광란에 가까운 춤을 춘다든지, 침대광고에도 꼭 속옷을 입고 여성이 누워서 선전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든지 하는 것은 홈쇼핑 채널의 선정성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홈쇼핑 채널이 뛰자, 수수료도 뛴다?
여기서 걸림돌이 되는 또 하나가 수수료 문제이다. 홈쇼핑 채널의 급성장과 더불어 상품을 판매해주는 대가로 제조업체에서 받는 수수료가 최근 2-3년 사이에 유명 백화점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홈쇼핑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수수료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것 일수도 있지만 대리점을 통하지 않고 직거래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수준의 수수료를 챙기는 것은 무리가 있다.
또한 소비자에게 줄 사은품이나 경품을 제조업체에게 부담할 것을 강요하는 사례도 일어나고 있으니 업체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제반의 현상들은 어떠한 결론으로 귀결될 지 뻔하다. 홈쇼핑 채널이 업체의 이익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업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제품 또는 사은품과 경품의 질을 떨어지게 할 것이고, 결국은 그 낮은 품질의 제품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피해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498명중 35%가 품질 불량 등과 관련한 피해를 경험했다고 하니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현재의 방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홈쇼핑 채널을 보고 충동구매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사실 주의깊게 행동하지 못하는 소비자의 과오로 인정할 수도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시청자이자 소비자인 당사자가 조심해야할 부분이지만, 필요한 물건을 홈쇼핑을 통해 심사숙고해서 구입한다 한들 그 제품의 질에 문제가 있다면 그 피해와 불쾌한 경험은 누가 보상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물론 홈쇼핑이 이러한 단점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점포 유통채널인 홈쇼핑을 통해 국내시장에서 힘들게 버티고 있는 중소기업의 활로를 개척해주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주는 등 그 공로 또한 외면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홈쇼핑 채널의 변질되고 파행적인 모습이 지속된다면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커질 수밖에 없고 소비자의 신뢰 또한 얻을 수 없게 될 것이다.
홈쇼핑, 신(愼)유통혁명이 신(新)유통혁명이 되기를 바라며
홈쇼핑 방송이 새로운 유통혁명으로서 이익을 주면서 소비자에 대한 신뢰와 방송의 공익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행되어야 할 일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방송의 공익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각성해야 한다. 홈쇼핑도 전파를 이용하는 엄연한 방송이다. 동네 어귀에서 자판을 펼치고, 컵 안의 돌을 숨기는 야바위꾼의 사기성 자판이 아니란 말이다.
그래서 돈만 벌면 '장땡'이고, 팔면 '안면몰수'라는 생각을 버리고, 합리적인 판매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또한 방송 내용면에서 윤리적인 면도 고려하며, 선정성에 대한 비판을 면하기 위해 자각해야 할 것이다.
둘째, 상품에 대한 신뢰성과 안전성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독성물질 다이어트제가 최근에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이 다이어트제의 판매도 홈쇼핑이 시초였다. 검증도 안된 식품을 판매하여 그 이후에 일어날 일련의 위험한 사태에 대해서 피해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소비자가 생명에 위협을 느낄 사건이 터진 후에야 부랴부랴 수습하러 나설 것이냐? 그래서는 절대 안될 일이다. 상품에 대한 철저한 사전심의제가 법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적어도 국민 건강이 걸려 있는 식품에 대한 사전심의제를 국가의 관할하에 진행하여 인증된 제품만이 판매 가능하도록 하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 홈쇼핑 채널의 파급력과 성장을 통해 볼 때 국민건강이 걸려 있는 사안을 자체 검사로 인정하고 넘어가기에는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기에 이러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홈쇼핑 채널의 성격상 방송법뿐 아니라 상행위와 관련된 공정거래법과도 마찰이 있는 지금 시점에서 다른 채널 자체의 문제도 해결하고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유통마진을 떨어뜨려 낮은 가격에 소비자에게 좋은 품질의 제품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이점을 가져다주고, 또한 홈쇼핑 채널이 방송으로서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소비자에게 신뢰성을 회복해야만 여타 중소기업과 제조업체도 함께 공생하는 길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