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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만해도 NEIS시행에 강력 반대하던 교총의 방침이 급선회한 데에는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사의 '오락가락식' 관련 보도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교육부가 NEIS를 구축하던 당시 사생활 등 인권침해의 가능성을 제기하며 "정부는 중앙집권에 대한 시대착오적 발상을 버리라"고 충고하기까지 했다.
<조선>의 양근만 기자는 지난해 9월23일자 <기자수첩>을 통해 다음과 같이 정부의 정보인권에 대한 이해 부족을 탓했다.
"(NEIS)시스템이 구축되면 교육부는 책상에서 학생 상담 내용, 교사의 재산, 학부모 주민번호, 학생 이메일 주소 등 신상정보가 낱낱이 입력된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기존 시스템 구축에 든 수백억원을 고스란히 날려도 될 만큼 절실한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아직도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한 손'에 틀어쥐고 있어야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교육부는 한번쯤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이보다 며칠 앞서 <조선일보>는 NEIS시스템의 정보 유출 및 사생활 침해 우려, 예산낭비 가능성 등에 대해 문제점을 집중 점검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교육부 교육정보망 추진싸고 말썽'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NEIS에는) 교사들의 인사카드 내용도 고스란히 입력된다. 교사 신상기록에는 연금번호, 결혼일자, 통근수단, 생활 수준, 종교, 재산총액, 동산, 부동산, 부업 내용과 전 가족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적게 되어 있다. 문제는 이 정보들이 교육부·교육청·학교를 잇는 네트워크를 통해 전국적으로 공유된다는 점. 일선 학교에서 다른 학교의 자료를 열람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학생 700여만명과 학부모 1400여만명 등 2000여만명 이상의 개인 정보가 한 곳에 모이는 셈이다. 교총 등 교원단체들은 '전국의 모든 교사가 이용하는 만큼 정보가 쉽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교육청·교육부 등 국가 기관에서 자유롭게 정보를 검색할 수 있어 내부자에 의한 정보 유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교조와 인권단체 등이 주장해온 우려와 별반 차이가 없는 논조였다. 그러나 서교장 자살사건, 전교조 반미수업 등을 기점으로 <조선일보>의 태도는 바뀌었다.
앞서 기자수첩을 통해 정보인권과 사생활 침해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던 양근만 기자는 불과 8개월만에 '인권'에 대한 가치관념을 바꾼 듯하다.
그의 앞선 기자수첩(2002.9.23일자) 의견을 최대한 수용한 것에 다름없는 인권위 권고안에 대해서도 부정적 이미지 덧씌우기에 여념이 없다. 이달 14일 쓴 그의 기자수첩에는 인권위의 NEIS권고를 '뻔한 인권위원'들의 '뻔한 인권 타령'의 차원으로 격하시켜 그 자신의 '인권 타령'에 대한 기억이나 성찰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인권위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윤 부총리의 잇따른 발언에 대해서도 교육부 직원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한 인사는 '인권위원들의 성향으로 봐 인권 침해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을 알면서도 발목을 스스로 잡는 결정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실무진 사이에서는 '정보화시대에 NEIS가 무슨 인권 침해냐'면서도 '인권위 결정은 권고안에 불과한데도 이를 존중하겠다고 한 부총리 때문에 대놓고 반박할 수도 없고…'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300만부에 이르는 발행부수로 한국사회의 의제 설정을 좌지우지하는 언론사의 좌충우돌 논조가 사회분열과 혼란을 야기하는 하나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지나칠까?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이 갈등을 조정하기보다는 증폭해 위기론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보수언론은 '현 정부의 언론적대 정책'의 일환으로 몰아붙였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할 뿐이다.(<연합뉴스>가 '이창동 발언 동감 여부'에 대한 실시간 여론조사를 한 결과 5월28일 10시 현재 '이창동 발언 동감한다' 69.4% '동감하지 않는다' 30.2%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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