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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방송은 개국 초기부터 유독 '6mm 영상'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방송사 내에 '리얼 TV' 라는 '리얼다큐 제작팀'을 따로 꾸릴 정도로 '6mm 영상'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방송 3사가 대중 문화를 독식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경인방송의 이러한 움직임은 나름의 전략이 깔려있다고 여겨진다. 후발주자인 경인방송이 방송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법의 하나인 셈이다. 그리고 그 전략의 하나가 새로운 형식에 대한 실험성이다.

'경찰 24시'는 이러한 경인방송의 실험성을 반증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필자가 지난해 11월 모니터 한 이후, 주목해 시청해 온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비판의 지점과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왜냐하면 프로그램의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어떠한 변화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진보도 없고 퇴행도 없는 정체 상태이다. 따라서 이 글은 지난해 평가 했던 사항의 연속으로 봐야 한다.

'경찰 24시'는 경인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범죄와 경찰들의 탐문수사 과정을 다소 거친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형사들의 수사과정을 따라가는 카메라는 현장의 사실성을 보여주는 데 가감이 없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유일한 강점도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의 생생함이다.

프로그램의 형식은 크게 사건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사건추적'과 형사들의 수사과정을 리얼 드라마 형식으로 꾸민 '형사수첩, 시티헌터'로 구성되어 있다.

작년 '사건 추적 2002'와 인천 기동수사대 현장 이야기를 담은 '형사수첩, 기동 수사대 5반'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은 형식이다. 문제는 작년에 지적한 프로그램의 문제점이 여전히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건 추적'을 보면, 여전히 사건 수사과정의 현장성을 살린다는 명분 하에 방송에 적절하지 않은 화면이나 언어가 그대로 전파를 타고 있다. 작년 방송분(257, 258회)에서는 피의자와 피해자간의 민감한 부분을 다루는 과정에서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화면이 방송돼 지적을 받기도 했다. 올해 방송분(292, 293회)역시 지적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올해 6월 30일 방송은 '원조교제'를 다루었다. 우리 사회에서 원조교제는 도덕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이날 방송은 성매매에 대한 제작진들의 문제 의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프로그램은 시종 원조교제를 한 여학생과 남성의 부도덕한 관계에만 집중했다. 어디서 어떻게 만나 행위가 이루어졌고, 얼마를 받아 어떻게 사용했는지 여부가 주요 내용이었다.

또한 프로그램의 메시지는 우리 사회 원조교제의 현실과 문제점를 진단하고, 그 심각성을 시청자들에게 환기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프로그램은 원조교제를 한 여학생에게 주기로 한 돈을 떼먹고 도망간 남성들을, 파렴치한으로 몰아가는 데 열중했다. 성매매, 원조교제 자체가 사회적으로 비판받아 마땅한 행위임에도, 이에 대한 비판적 내레이션이나 시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프로그램이 주목하는 것은 소재의 선정성인 듯 했다. 붉은 색 자막으로 '거짓말', '금지된 아르바이트', '세 살 차이'라는 시청자들의 말초 신경을 자극할 만한 제목만이 강조됐다. 특히 감상적인 내레이션과 애잔한 음악이 배경으로 깔리는 장면에서는 제작자들의 제작의도와 상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프로그램 중간과 후반부에 성매매로 상처 입은 여학생들을 걱정하는 멘트가 들어가지만 냉정을 잃은 감상적인 멘트일 뿐이었다. 성매매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그것이 버젓이 자행되는 현실에 대한 물음은 기대할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마치 돈을 지불하고 사는 성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형사수첩'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단지 독백의 주체만 변했을 뿐이다. '형사수첩'은 1인칭 독백 형식의 내레이션으로 형사들과 시청자들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있다. 하지만 다큐라는 장르에 드라마 요소를 가미하다 보니 지나치게 오락화되어 다큐의 진정한 맛을 잃고 있다.

삽입되는 배경음악은 과장되어 있고, 내레이션 역시 독백형식이다 보니 형사들의 감정선 만을 따라가고 있다. 따라서 카메라는 객관성의 균형을 잃고 한 인물의 행위와 생각을 설명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애초의 목적이 방향을 잃은 것이다. 특히 형사들이 경쾌한 음악을 배경으로 등장하며, 영웅으로 그려지는 과장된 영웅주의적 시각은 변함이 없다.

'경찰 24시'는 경직된 영상에 새로운 실험성으로 다큐의 변화 상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연성화된 다큐라고 하기엔 이 프로그램은 오락물에 가깝다. 다큐멘터리의 옷을 입고 있지만 그 선정적인 접근방식과 소재주의적 경향은 오락물에 근접한 것이다.

제작진들은 '세상을 읽고 있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6mm 영상'이 가지는 다큐 화법의 다양화로 치부하기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형식적 실험성이 오히려 내용의 부실화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생생한 현장감과 사실성 역시 절제가 빠져있다면 선정성과 폭력성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

흔히 다큐멘터리를 무채색의 진실이라고 한다. 그것은 진실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인위적인 조작이나 과장은 불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진정한 리얼리티는 치열한 문제의식과 고민이 전제되어야 함을 뜻하기도 한다.

우리사회 어두운 거리를 담아내는 용기만큼 무엇을 보여주고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 것인가에 대한 제작진들의 뼈 아픈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을 담아낼 것인가'와 더불어 '세상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자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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