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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리베라노동조합이 지난 5일부터 유성리베라호텔 후문에서 천막시위를 벌이고 있다.
호텔리베라노동조합이 지난 5일부터 유성리베라호텔 후문에서 천막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미정
만약 당신이 20년 동안 제빵사 일해오다 하루 아침에 온천탕 근무자로 발령이 난다면? 만약 당신이 한식 요리사로 14년 동안 일해 오다 어느 날 갑자기 보안담당으로 발령받는다면?

가상의 얘기가 아니다. 실제 유성 리베라 호텔(대전광역시 유성구 봉명동)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 부당 인사 이동 사례다.

이 호텔에서 14년간 한식 요리사로 일해온 이아무개(43)씨는 지난 5월 호텔측으로부터 갑자기 보안담당실로 가라는 어이없는 발령통지를 받았다. 이씨는 부당인사라며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사직했다.

유성리베라 노동조합(지부장 박홍규)이 이런 사측의 부당인사 발령과 관련하여 지난 5일부터 호텔 후문에서 8일째 천막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조측은 부분파업을 벌이면서 사측과 12일 현재까지 26차에 걸쳐 임금 및 단체교섭을 벌여 왔다. 당초 양자 교섭의 핵심 의제는 전임자 문제와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였으나 교섭 과정에서 부당한 인사이동과 부분직장폐쇄 문제가 보태졌다.

노조측은 부당인사와 관련하여 "사측은 노조 간부들을 부당하게 인사 이동시킨 후 직장을 부분 폐쇄했다"면서 "마치 노동조합원들을 위협하기 위해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호텔 측은 "호텔 업무구조상 인사이동은 흔한 일"이라며 "직장 폐쇄 또한 인사 이동 조치를 문제삼아 노조측이 집회와 시위를 벌여 운영을 계속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맞대응 하고 있다.

호텔 리베라노동조합 김환일 씨는 노조 전임자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현재 서울과 유성에서 각각 2명의 전임자를 두고 있는데 회사측은 각 각 1명씩으로 축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만약 그렇게 될 경우 대내외 일들은 어떻게 관리할 것이며 노조활동의 활성화는 꿈도 못꾼다"고 말했다.

또 "리베라호텔과 인접한 다른 호텔의 경우 노조 전임자수를 3~4명 정도는 두고 있다"며 "전임자를 1명으로 줄이라는 회사측의 요구는 지금 현재 186명의 인원으로 조직된 유성리베라호텔노동조합원을 없앨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쟁점사항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문제이다. 지금 현재 유성리베라호텔의 비정규직은 12명으로 그 중 8명이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상태다.

노조파업으로 인해 호텔 전반적인 운영에 진통을 겪고 있는 유설리베라호텔.
노조파업으로 인해 호텔 전반적인 운영에 진통을 겪고 있는 유설리베라호텔. ⓒ 사미정
그들은 2년 간의 계약직 과정을 거쳐 정규직이 되기로 계약했으나 사측이 2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비정규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6월말까지 과장급 이하 계약직, 연봉계약직에 대해 서울 12명, 유성 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내년 6월말까지 서울 12명, 유성 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으나 이것도 사측의 거부로 무산되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지금 현재 유성리베라호텔의 경우 214명의 정규직원 중 12명이 비정규직원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다른 일반기업의 비정규직원 수가 40%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5%도 안 되는 수치"라며 "회사 운영 상 어느 정도의 비정규직원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호텔 리베라 노동조합 김용성 지부장은 " 요즘 임대회사에서 나온 청소아주머니들과 학교에서 실습 나온 대학생들이 객실청소를 하고 있다"며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실습교육을 받아야 할 학생들이 단순청소업무를 하고 있는데도 불만조차 표시하지 못하는 것도 안타깝고 답답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호텔, 인력충원 안 되 비정상적인 운영 진행중

"여기 식당 왜 안하나요?"

한편 유성호텔 프론트 앞에서 이렇게 묻는 한 고객의 질문에 "노조 파업으로 임시 휴업합니다"라고 말하는 한 호텔 직원은, 매출은 물론 호텔 운영에 전반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호텔을 이용하려고 하는 손님들의 문의가 있어도 인력 부족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성리베라호텔 총무과 관계자는 "서울과 대전의 리베라 호텔의 경영진은 다르나 노동조합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 거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전 유성리베라 호텔에서는 두어 차례 노조측과 교섭이 성사될 기회가 있었으나 서울 본사에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실패로 끝났다"며 "각 지역마다 그에 맞는 특징이 있고 근무조건이나 내용이 일치될 수 없는데도 회사 움직임 특성상 지역에서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게 연계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하루 빨리 문제가 해결되어 호텔 운영을 정상화해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그 어떤 것도 결정할 권리가 없다"고 덧붙이며 답답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실습생들이 전문적인 실습이 아닌 단순 청소업무를 맡고 있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호텔의 운영 성격상 기본적인 서비스부터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회사 운영이 정상화되어 실습할 기회를 얻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분명히 사회라는 더 큰 세상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성 리베라 호텔은 50여 비노동자조합원과 10여 대학생 실습생들로 사우나, 체련장만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뿐 커피숍, 연회장 홀, 주방, 남녀 대온천탕 등이 폐쇄되는 등 파행운영이 계속되고 있다.

유성리베라호텔조합원들은 12일 서울에 있는 (주)신안 본사를 방문해 서울 본사 노동조합원들과 함께 대규모 집회를 가졌고, 13일에는 노동청을 들러 단체시위를 갖고 문제가 해결되는 그날까지 총파업은 물론 시위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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