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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를 타고 달링하버에 있는 시드니 수족관에 다녀왔다. 5천여 종류 이상의 오스트레일리아 어패류가 모여 있는 곳으로 열대어는 물론이고 악어까지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 바다속 산책을 즐길 수 있게 큰 수조 속에 사람이 지나 다닐수 있도록 터널이 만들어져 바다 생물의 신비를 느껴 수 있다.

ⓒ 이재성
크리스마스 연휴가 긴 이 곳 사람들 중 멀리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이 곳으로 몰려 왔는지 무척 붐볐다. 한참을 줄을 서 있는데 아버지와 함께 온 남자 아이가 앞에서 자꾸 사람들을 치고 다니며 못살게 군다. 아버지는 마치 이혼을 하고 부모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아들과 함께 나온 사람처럼 귀찮은 표정을 얼굴 가득담고 있었다.

얼마나 어족이 풍부한지는 모르지만 한시간 가까이 줄을 서서 들어간 아쿠아리윰은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았다.

아쿠아리윰에서 서큘러 키로 오는 길에 발만 이스트 스테이션( Balman East. St.)에 들러 보았다. 여기는 절벽을 깍아 마을을 세웠는지 언덕이 있고 좁은 길들도 꾀 있어 아주 가끔은 우리나라의 달동네 길을 떠 올리게도 한다. 물론, 그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들은 집안에 풀장이 있고 바닷가로 요트를 띄워 놓은 호화스런 집들이니 말이다.

ⓒ 이재성
호주와서 가장 좋은 것은 길을 찾기 쉬워서 편했는데 반면 재미도 없고 밋밋하다는 생각을 가끔했다. 울퉁불퉁 구불구불한 길에 길들여져 살다가 쭉쭉뻗은 길이 좋기도 했지만 다시 이런 느낌의 길을 걸으니 친근하게 다가왔다.

윌리엄스트릿으로 걷다보니 들꽃이 정원 가득 예쁘게 피어 있어 사진을 찍고 싶은데 그래도 되겠냐고 물었다.

괜찮다기에 사진을 찍고 새해 인사를 하니, 자기네 집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달링하버 풍경이 좋다고 올라와서 보고 가겠느냐고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한다. 테라스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차 한잔 마시며 밖을 보면 저절로 시인이 될 것 같은 그런 공간이었다. 그들은 여기서 달링하버의 불꽃놀이를 즐겼다고한다.

둥글둥글 푸근하고 착해보이는 젊은 남녀가 사는 집인데 여자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자 남자는 어제 파티때 썼던 아이스박스를 밉다며 치워준다고 나선다. 괜찮다고하자 멋적은 표정을 짓는데 친근하다.

▲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 이재성
거실 정면에 바다를 향해 걸려있는 그림 한 점이 있었다. 여행하면서 백팩커스나 가정집에서 흔히 보았던 그림은 고흐의 해바라기였다. 물론 고흐라는 화가가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화가이기는 하지만 여긴 노란 유채꽃을 가득 짖이겨 놓은 배경으로 키스하는 남녀가 있다. 그것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였다.

오스트리아에 아름답기 그지없는 벨베데르궁에 이 그림 앞에서 키스를 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었다. 직접보면 모든 그림이 그렇겠지만 클림트 작품들은 금색펄이 들어가기도 하고 보석이 붙어 있는 경우가 있어 프린트된 것을 볼 때와 아주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지긋이 눈을 감고 있는 하얀 피부의 여성과 강한 피부색의 남성이 특이한 포즈로 꿈이 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듯하다. 몽환적분위기의 색채, 독특한 에로티시즘은 들꽃이 기득한 벼랑이라는 약간은 비현실적인 배경에 놓여 있다. 그리고 오직 둘만이 느끼는 황홀함을 별들이 가득한 금빛 공간에 올려놓았다.

숙소로 돌아와 보니 조지는 새해에도 혼자였다. 쓸쓸해 보여서 저녁식사 후 술 한잔씩 하면서 같이 마실까 물었더니 술은 백해무익한 것이라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집에 전화를 하고, 조지를 보니 더 쓸쓸해 보였다. 돈도 벌고 친구도 사귀기 위해 이렇게 집을 빌려준다는 조지는 이탈리아에서 사십세가 넘어서 이곳으로 온 이주민이다. 이유는 모르겠고 나이 먹어서 남에 나라 땅에 혼자 맞이하는 새해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게 쓸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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