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져야 손해라는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벚꽃축제 기간까지는 아직 일주일여나 남아 있었지만, 날씨가 워낙 좋았다.
여행 목적지인 쌍계사 벚꽃길이라는 데가 또 전국적으로 워낙 유명한 곳이라는 사실도 그렇게 길을 나서게 만든 이유 중 하나였다. 축제 기간에 맞춰 갔다가는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차 안에서 죽도록 고생만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으로 길을 나서 남원과 구례를 거쳐 쌍계사가 있는 하동 쪽으로 방향을 트는 순간 갑자기 도로가 정체 현상을 빚기 시작했다. 처음엔 조금씩 막히는 느낌이더니만, 쌍계사를 8km 남짓 남겨둔 지점에서부터는 가는 시간보다 서있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로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그래도 답답하다거나 하는 조급증은 일지 않았다. 어차피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고, 급할 것 하나 없는 여행길이었던 데다가 이미 섬진강을 배경으로 흐드러지게 피어난 일군의 벚꽃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었기에.
하지만 이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쌍계사 입구 벚꽃길로 들어서는 순간, 하늘마저 온통 하얗게 뒤덮은 벚꽃터널이 앞서 본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좀 때가 이르지 않을까 하고 우려했던 바와는 달리 쌍계사 벚꽃은 이미 만개해 있었고, 이를 배경으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저마다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기에 바빴다.
부드러운 봄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하얀 벚꽃 꽃잎이 더욱 하얗게 빛을 발하고, 그 안에서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피워내는 환한 웃음꽃이 앙상블을 이뤄 함께 잘 어우러지는, 참으로 아름다운 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