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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었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곧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졌고, 신문의 정치면은 ‘그들만의 잔치이고 주책’이었을 뿐 정작 주권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일은 터지고 말았다.

일부 정치인들의 목숨을 건 대통령 탄핵결의에 대해 대다수의 국민들은 응집, 탄핵을 결의한 다수 야당의 야합과 부패 그리고 무능력에 대해 촛불집회로 화답했다.

거침없이 쏟아낸 시민들의 말은 옳았고 정당했던 것 같다.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빙자한 국회의 탄핵결의에 대해 민주 시민다운 행동으로 응답했고, 탄핵을 주도했던 정치인들은 긴장했다.

위기를 느낀 한나라당은 대표를 박근혜 대표를 바꾸었고, 여성이 갖는 여성적 유연함과 부친의 전근대적 카리스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해 보수 시민층을 끌어모았다.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당시, 민주적 경선을 거쳐 대통령을 배출하고도 이후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면서 정치적 지도력을 잃었다.

열린우리당 또한 차이는 있지만 국민을 실망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지난 촛불집회에서 만난 한 중년의 시민은 "집회 참가자들은 나름대로의 정당에 대한 판단을 이미 하고 있다. 이 집회에 참가한 것은 다만 시대적 착오와 오류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느냐를 공유하기 위함이며 시민 사회 속에서 나름의 가치 판단 기준을 세우기 의해서이다"라고 지적했었다.

이 말이 어느 당에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탄핵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의지와 목표를 보여주는 시민의 이야기인데 반해, 촛불집회를 당리당략에 이용하여 불법집회로 몰아갔던 두 야당의 정치적 행태는 권한을 부여한 자로서 반추하기에도 부끄러운 정치 수준이었다. 시민은 열린우리당과 무관하다. 다만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데에 공감할 뿐이다.

성숙한 시민들이라면, '17대 총선에서 어느 당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가' 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그 후보가 우리가 원하는 정치적 리더십을 갖추고 있느냐' 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찾아야 할 리더십은 어떤 것일까.

기본적으로 정치적 리더십에서 요구되는 것은 시민사회에서도 요구되는 도덕성과 청렴성이다. 도덕성과 청렴성이 결여된 수많은 정치인들이 우리에게 준 것은 일명 ’차떼기 정당’이라는 악취 나는 부패뿐이었다. 그 여파는 그들에 그치지 않고, 그들을 선택한 우리에게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좀 더 세심하게 후보가 비리 혐의나 부패와 관련된 전력이 없는 지를 살펴야 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후보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사람은 뽑아줘도 언젠가 반드시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그 다음 고려할 점은 후보가 공약과 정책을 실행할 능력과 의지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그는 그의 공약을 실행하는 데에 그다지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여기에 몇 가지를 추가한다면, 정치인으로서의 철학에 근거한 소신과 원칙, 책임 있는 통찰력과 협상력 등을 들고 싶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의 구체적인 실천력이다. 정치인들이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후보가 필요하다. 특히 쉽게 뒤집을 수 있는 말보다는 실제로 그 후보의 과거 자취가 어떠했는 지를 살피는 것이 이번 총선에서 후보자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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