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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리면서 그 글이 가져올 반향 같은 것을 미리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남긴 졸문이 다음날 <오마이뉴스> 메인 화면에 뜨게 되자 반나절 사이 용기를 주시는 수많은 답글들과 다소 악의에 찬 답글들, 그리고 엄청난 수의 바이러스 이메일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오마이뉴스> 시민 기자의 일상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을 오늘 배웠습니다.

신승렬 기자께서 반론의 글도 올리셨고,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 한번 더 의견을 남깁니다.

우선 <오마이뉴스> 측에서 제 처음 글의 제목과 부제를 완전히 새로 다셨더군요. 물론 <오마이뉴스>의 편집권은 인정합니다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제목과 부제의 사용은 시민 기자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면도 없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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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법과 독해는 죄가 없습니다

다시 한번 주장하자면 우리의 비뚤어진 영어 교육에 대해 문법과 독해는 '무죄' 맞습니다. 처음 글에서 제가 주장했던 것은 그 동안 공교육/사교육에서 영어 교육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문법과 독해조차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문법과 독해를 그렇게 많이 가르쳐 왔는데 무슨 궤변이냐?"고 반문하셨지만, 실상 우리가 배워 온 문법과 독해는 '문법'도 아니고 '독해'도 아니고 그냥 '문법/독해 문제 풀이법'이었다는 것이 제 진단입니다.

관계 대명사에 관한 기본 사항을 배우고 난 뒤, 우리는 수많은 연습 문제들을 앞에 놓고 괄호 안에 들어갈 적절한 관계 대명사를 찾는 훈련을 합니다. 이것은 제대로 된 문법 교육이 아니죠. 제대로 된 문법 교육이라면 관계 대명사절을 포함하는 무수히 많은 예문들을 입으로 말하고 글로 쓸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것이어야 합니다.

결국, 제 주장의 요지는 문법을 활용해서 말하고 쓰는 교육이 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 유명 참고서들의 문법 문제 풀이를 강화하자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신승렬 기자를 비롯해서 반론을 하신 많은 분들이 실은 '문제 풀이 위주의 문법 교육'을 비판하고 계셨던 것이고, 저 역시 그런 의견에 절대적으로 찬성합니다. 결국, 문법 교육을 강화하자는 저의 제안은 '기존의 문제 풀이 위주의 문법 교육'을 버리고, 문법을 통한 말하고 쓰기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 처음 글에 대안이 없다고 그러시는데, 실은 이제까지 우리 교육에서 시도하지 않은 전혀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답니다. 바로 문법을 '제대로' 가르치기입니다.

독해에 대해서도 비슷한 얘기가 가능합니다. 시험 문제 풀이 위주의 독해가 아니라 글의 내용을 깊이 있게 '제대로' 파악하는 독해 훈련을 강조한 것입니다.

서울대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답글을 다셨는데, 사실 서울대 얘기는 제 처음 글의 본질과 별 상관이 없습니다. 누구나 간단한 사례를 들며 글을 쓸 수는 있는 법인데, 가령 제가 서울대가 아닌 다른 학교의 사례를 들었어도 이렇게 뜨거운 반응이 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울러 '영어 교육' 자체도 제가 처음 글에서 제기하려 했던 핵심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영어 교육의 실패를 하나의 사례로 우리 교육이 당면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EBS 방송이 또 다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문제를 답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올렸던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문법과 독해는 무죄 맞고요, 신승렬 기자의 반론글에 나타난 '문법'과 '독해'는 확실히 유죄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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