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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 어제 새벽 김선일씨가 이라크 저항세력에 의해 참수된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국민들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광화문 네거리로 반전평화의 촛불을 들고 거리로,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민들은 미국의 침략적이고 야만적인 전쟁을 규탄하고, 김선일씨 죽음 앞에 이라크 파병 결정을 철회하지 않고 부시 대통령처럼 테러단체를 응징하겠다는 담화문을 발표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과연 이 나라가 자주권을 가진 나라인가 묻고 있는 것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노무현 대통령은 김선일씨가 이라크 저항세력에게 납치되어 한국군 파병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24시간 내에 참수된다는 내용과 김선일씨의 절규하듯 살려달라고 외쳐대는 동영상을 한 번이라도 봤는지 묻고 싶다.

정말 진지하게 검토했다면, 정말 국민 한 명의 생명이 그 어떤 국익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했다면 절대로 김선일씨를 죽음의 늪으로 내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살려달라고, 제발 살려달라고 피맺힌 절규 앞에 정부와 여당은 한미공조를 운운하며 이라크 파병강행 원칙만을 강조했다. 실망을 넘어 분노와 치가 떨린다.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한 김선일씨 납치사건 이후 보수수구언론인 조중동은 물론이고, 진보개혁세력이라고 자칭하는 열린우리당도, 전대협 출신 국회원들도 청와대의 입장 앞에 침묵했다. 아니 한 발 더 나서서 어떤 의원은 “어느 나라가 이라크에 가있는 자기 교민이나 국민이 납치되었다고 해서 군을 철수시킨 나라가 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히는 상황인가? 결국 우리 정부가 국익론·현실론 앞에 김선일씨를 버린 것이다. 고 김선일씨의 영령 앞에 “이라크 파병을 철회하겠다, 한미공조를 앞세운 우리 정부의 입장이 잘못됐던 것이다”라고 반성하지는 못 할 망정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인지 개탄스럽다.

참여 정부가 말하는 이라크의 평화 재건을 위한 파병은 미국의 명분 없는 침략 전쟁에 동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파병은 우리가 어떠한 말로 포장을 하던지 그 자체로 전쟁에 동조함과 동시에 점령군으로서의 지위를 갖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진정 이라크의 평화를 바라고 재건을 바란다면 즉각 파병 결정을 철회하고 서희·제마부대도 철군해야한다. 파병군인 3000명이 고스란히 시체가 되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당당히 미국에 의한 더러운 이라크 전쟁 그 반대편에 서야한다. 그것이 진정 평화이자 재건인 것이다.

“한국군은 이라크 국민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주받을 미국을 돕기 위해 왔다"는 것은 더 이상 이라크 저항세력만의 주장이 아니다. 광화문에 촛불을 들고 거리로, 거리로 나오고 있는 주권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들의 주장이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이 정부는 국민에 의해 탄핵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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