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큰일도 아닌데, 소문만 요란스레 났나 봐요."
지난 12일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솔랑마을아파트경로당(대전 삼성2동) 회원들이 폐품을 팔아 모은 돈으로 성금 10만원을 전달한 일이 알려졌다. 경로당 운영을 도맡아 하고 있는 총무 정성환(71)할머니와 회장 이상현(71)할아버지는 쑥스러운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하지만 성금 액수가 많고 적은 것을 떠나 사회의 도움을 받아야 할 노인들이 폐품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는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솔랑마을아파트경로당은 설립이래 주위에 불우이웃이 있다는 정보만 입수하면 꾸준히 그리고 조용히 ‘쉬쉬’하며 따뜻한 손길을 전해 왔다. 그리고 최근 동사무소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자연스레 “좋은 일을 한다”는 소문이 퍼지게 됐다.
경로당 회원들은 추석과 설날 명절, 위문품을 전달하는 성의도 잊지 않는다. 차례를 지낼 수 있도록 제수용품비용을 지원하는 등 푸근한 고향을 느낄 수 있는 인심을 베풀고 있다.
폐품을 수집하다보면 곧 동네 청소로 이어지기 마련. 아파트 단지는 노인들이 책임지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에 주민들도 적극 협조한다. 경로당에서 폐품을 수집한다는 것은 동네주민이면 다 아는 상식이기에 자신의 집에서 나오는 폐품을 직접 경로당으로 보내주는 사람도 있다.
매주 토요일은 폐휴지 수집의 날. 재활용 분리수거 등 아파트 주변 환경정비를 실시하는 날이다. 경로당 회원들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나오는 폐휴지는 100% 우리가 접수한다’는 각오 아래 폐휴지가 다른 곳으로 나가지 않도록 특별히 만든 날이다.
경로당은 솔랑마을아파트에 거주하는 노인 이외에도 인근 주택가에 사는 노인들도 이용하고 있지만 내 집안 일처럼 함께 한다.
경로당 회원은 서른 세 명. 할머니가 주를 이루고 회원 중 오로지 세 명만 할아버지다. “두 명은 일하러 다니고, 주로 경로당에 오는 할아버지는 나 혼자라우”라며 행복한 불만을 하는 청일점 이 회장은 “나이도 예순 다섯부터 일흔 여덟까지 있지만 모두 친구처럼 지낸다”고 덧붙였다.
이색적인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바로 종이접기. 경로당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꽃이며, 시계, 거울 모두 회원들 작품으로 경로당에 강사를 초빙, 종이접기 강좌를 펼치고 있다. 또한 방 한편에 마련된 노래방기계는 회원들끼리 모여 자체적으로 ‘노래자랑’ 등 즉흥적인 행사를 열어 즐거움을 만끽한다.
한 에 한번씩은 월 가 있다. 이날은 회원 모두가 집합하여 경로당이 앞으로 나아갈 방안을 모색하고 식사를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낸다. 꼭 정해진 날이 아니더라도 삼삼오오 모여 경로당 주방에서 요리를 해먹기도 한다. 회원들끼리 친목도모는 노력하지 않아도 절로 따라온다.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회원끼리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넘쳐 단합과 협동 면에서 일등 경로원이다. 회원 모두 한마음으로 경로당을 운영하고 지역사회 봉사에 이바지한 공으로 받은 ‘모범경로당선정서’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솔랑마을아파트경로당은 ‘경로당은 무일하게 보내는 곳’이라는 편견을 없애고 노인역할 찾기운동에 스스로가 노력, 지역사회를 밝게 하는데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