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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이라는 다소 생소한 경제용어가 보통 사람들의 대화에서까지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이 말은 ‘화폐단위 변경’을 뜻하는 말로 주무 부처인 재경부와 한국은행의 ‘구상’에 따라 현행 1000원을 1원으로 단위를 바꾸는 방식이 핵심이라고 합니다.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이 새로운 화폐 단위와 이름을 만들어서 과거의 화폐 단위와 이름까지 바꾸는 포괄적인 조치라고 볼 때 이것은 제한적인 조치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1953년 처음 화폐개혁을 단행할 당시 100원(圓)을 1환(圜)으로 한 것이 디노미네이션이라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단순‘단위변경’은 리디노미네이션으로 구분해서 불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화폐개혁은 사회가 대규모 인플레이션을 겪은 후에 금융거래의 계산, 기장(記帳), 지불 따위의 거래 절차를 간략화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으로 통화의 평가절하로 국민들이 고통을 겪거나 일상적인 경제활동에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다만 “장롱에 있는 뭉칫돈을 끌어내겠다”고 호언한 박정희 군사정부가 쿠데타 이듬해(1962년)에 단행한 제2차 화폐개혁은 많은 무리수를 자초해서 어려움이 불가피했습니다.

화폐가치를 10대 1로 평가절하 하는 외에 ‘환’을 ‘원’으로 변경하고 구 화폐의 통용기간을 한정하는 조치를 취해서 엉뚱한 서민들까지 상당 기간 혼란을 겪어야 했습니다. 구 화폐를 정부가 예고한 기간 내에 급히 ‘소비’해야 했던 서민들은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까지 사들이는 등 기이한 ‘과소비 현상’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당시 어린 나이였던 필자는 세뱃돈 모아놓은 것을 못 쓰고 버리게 될까봐 몽땅 들고나가 갖고 싶던 비싼 야마하 하모니카를 샀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어두웠던 시절에는 코미디 같은 일들이 일상으로 일어났습니다.

화폐 단위 변경 필요성은 지난 김대중 정부 때부터 거론되어 왔던 고액권 화폐발행 주장과 함께 당국과 관계 연구기관에서 실현성이 높은 과제로 꾸준히 검토해 온 모양입니다.

고액권 발행보다 단위 변경이 유리하다는 여론이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5만원권’이라든가 ‘10만원권’은 현실적으로 물 건너간 것 같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평가절하나 단순한 화폐단위 변경은 한마디로 말해서 금액표기 때 ‘동그라미 개수’를 줄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00원을 1원으로 단위 변경하면 10,000원은 10원으로,100,000원은 100원으로 되는 셈입니다.

리디노미네이션으로 얻을 수 있는 다른 효과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한은 주장에 따르면 선진국으로 가는데 반드시 필요한데, 유로화 출범에서 보듯 물가상승 가능성은 없다는 것입니다. 시기상조론으로 가진 자들의 심리적 거부감을 걱정하는 재경부측 우려에 한은은 “무기명 무기한 무제한 교환으로 돈의 출처를 묻지 않기 때문에 노출을 꺼리는 돈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한은 주장 중 눈길을 끄는 부분은 재경부의 경기위축 주장과 상반되는 대목입니다. 화폐단위를 변경하면 현금 입출금기, 각종 자판기, 회계 소프트웨어 등 교체수요로 경기부양 효과가 상당하다는 주장이 그것입니다. 금융분야에 새로운 사회간접자본(SOC) 수요창출로 경기부양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 복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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