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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 대선에서 향후 4년간 미국의 지휘권을 쥐기 위해 싸우고 있는 부시와 케리, 이 둘의 운명은 미국민들이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는 듯하다. 이라크 전쟁은 천여명의 미군 사상자를 내고 우리 돈으로 220조원이 넘는 재정을 쏟아 부을 만한 가치가 있는 전쟁이었나? 아니면 케리 말대로 부시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이 부른 재앙의 전쟁인가?
기자는 지난 기사에 이어 '네덜란드에서 미국 대선 보기' 제2편으로 이라크에 배치된 아들의 안전을 기원하며 미군의 이라크 철군을 바라는 네덜란드의 한 아버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네덜란드 1방송 일일 시사프로 <네트베르크>와 인터넷을 통해 소개된 정보를 토대로 했다.
지난 3일 토요일 미국 워싱턴 D.C의 알링톤 국립묘지에서 백악관 남쪽 엘립스까지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군인 가족들의 모임 'Military families speak out(미군 가족 입을 열다)' 회원들이 관을 들고 행진했다.
그들은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 검은 천으로 덮힌 관 수백개를 놓고, 미군의 이라크 철수를 요구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이미 이라크에서 자식을 잃었으며 더 이상 희생자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모인 것이다.
이날 시위에서 방송 카메라를 들고 부모들을 취재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네덜란드인 톤 프린스(Ton Vriens). 그는 20년 전 미국 뉴욕으로 이주해 카메라맨으로 일해 왔다.
그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지만 아들 토마스는 9·11 테러를 보고 미국의 젊은이로서 테러 위협에 놓인 조국을 지키기 위해 이라크 전쟁 직전 미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다. 아버지 톤은 말했다. "아마 9·11 테러가 없었다면 제 아들은 미군에 자원하지 않았을 겁니다. 테러 이후 토마스는 많은 생각을 했고, 이라크 전쟁을 위해서 군대가 대규모 모병을 할 때 지원해게 되었지요." 이라크 전쟁을 두고 아버지와 아들은 반대와 찬성으로 나뉘었지만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부자지간이 가까워지기도 했지만 전쟁에 대한 각자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한달 전 토마스는 훈련을 마치고 이라크로 배치됐다. 그가 배치된 곳은 알 아사드로 팔루자 인근. 그가 첫번째 운행을 나갔을 때 트럭이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아 가장 친한 전우가 죽고 토마스는 천만다행으로 경미한 부상을 입는 데 그쳤다. 아버지 톤은 자신도 죽을 수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에 아들이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톤은 독일 방송의 요청을 받고 지난 주말 미군 가족들의 모임인 '미군 가족 입을 열다'의 활동을 취재했다. 미군 가족의 한 사람으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취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톤도 모임 회원으로 가입했다.
미군 가족들은 백악관 집회 하루 전에 상원의원들을 찾아가 이라크 철군을 요구했다. 하지만 상원의원들은 만나주지 않았고, 고작 하급 보좌관과 면담할 수 있었다. 톤은 "미군 가족 1600명을 대표해 상원의원과 면담을 신청했다. 하지만 의원은 나오지도 않고 3급의 하급 보좌관을 대신 만나게 하는 것은 이 나라 정치인들이 얼마나 국민을 무시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레센(여)은 "제가 분노하는 것은 2년 전 미국 정부가 온갖 거짓을 동원해서 이라크를 침략하기로 결정하고 우리 아들들을 이라크로 보낸 다음 지금까지 거짓말을 둘러 대로 발뺌으로 일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톤은 "내 아들이 스스로 원치 않으면서도 명령에 의해 무력을 사용하게 될 것을 생각할 때,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리처드슨(남)은 미군 가족들의 철수 운동이 효과가 있냐는 질문에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이라크 전쟁의 문제점을 인식하기 시작하고 있고, 특히 가족들이 나서서 입을 열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대답했다.
한 어머니는 "내 아들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어요. 이라크가 큰 위협이 아니라고 생각했지요. 제 아들이 이라크에서 죽은 후 저는 다른 아이들이라도 살아서 돌아올 수 있도록 뭔가 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신 아들은 무사히 돌아오길 바래요. 하나님의 은총이 있기를"이라고 말하며 톤과 포옹했다.
한 흑인 어머니는 "우리 군인들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어요. 그들이 왜 이라크에서 죽어야 하나요? 그 이유는 단 하나, 석유, 석유 때문이예요"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을 대표해서 "정부는 대량살상무기를 없애기 위해서 이라크를 침략한다고 했지만 대량 살상무기가 어디 있습니까? 이라크 전쟁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으면서, 정작 교육과 의료보장 같은 사회보장제도의 예산은 삭감되고 있습니다. 이 전쟁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그것은 석유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석유 때문에 희생되는 것을 볼 수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전쟁 중에 참전 군인 가족들이 조직적으로 전쟁 반대 운동을 벌인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가족들은 군인들의 안전을 염려하며 그들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도 지원하게 되기 때문이다. 전쟁터에 나간 자식을 대신해 전쟁에 반대하는 부모들, 이라크전에 대한 진실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는 지금 그들의 외침이 얼마나 큰 파장을 가져올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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