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입구로 들어서기 바로 직전에 예쁜 솟대가 낯선 이방인을 반긴다.
우측으로 미륵봉을 바라보며 황산마을로 들어서는 다리 난간에는 귀래초등학교 학생들의 벽화가 예쁘게 장식되어 있다. 꿈과 사랑을 담아 그린 벽화에는 허수아비며 가을들판이며 농촌의 가을 풍경을 아름답게 담아낸 것이 길게 늘어서 있어 절로 마음이 흐뭇해진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황산마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농촌마을 마당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나타난다. 하늘로 높이 솟아 오른 솟대와 조금은 무서워보이는 장승이 여행객을 반기며 서 있다.
정겨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미륵산은 코앞으로 다가와 있고 명상의 벽을 마주하게 된다.
명상의 벽을 바라보며 걷는 길은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장승들도 더불어 정겹기만 하다.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며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미륵산 입구에 도착하게 된다. 낙엽 깔린 숲 속 길을 걷노라면 세상사 시름 모두 낙엽 속에 푹 파묻힐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옛날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 또한 이 길을 걸으며 망국의 한을 달랬을 것이다.
황산사 3층 석탑을 지나 조금 더 오르면 드디어 미륵불을 만날 수 있다. 이 미륵불은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 머물면서 새겼다고 하며 덕주공주가 아버지 경순왕의 상을 새겼다고도 한다.
또 다른 유래로는 어느 석공이 큰 홍수가 났을 때 배를 타고 와서 조각을 하다가 물이 빠져 미처 다 완성하지 못하였다고도 한다. 상부가 뚜렷하게 조각이 되어 있는 데 비해서 밑으로 내려올수록 조각이 흐릿한 것은 물이 일찍 빠져나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참 미륵불이 내려다보는 세상을 같이 쳐다보며, 천년이 넘는 세월을 한결같은 모습으로 지켜보았을 부처님을 향해 경의를 표하며 두 손 모아 합장을 한다.
미륵봉에 올라 바라보는 세상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매일처럼 이곳에 올라 망국의 한을 달랬을 경순왕도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평화로웠을 것 같은 생각은 나만의 착각일까?
미륵골 미륵산에서 만난 부처님은 더없이 자비로운 모습으로 이곳을 찾는 모든 중생들에게 사랑과 평화를 베풀고 계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