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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신문, 뎨국신문, 황성신문, 대한매일신보는 일제에 의해 강제로 폐간된 대표적 민족지(紙)들이다. 당시 민중들의 눈과 귀를 막아 독립 의지가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일본의 언로(言路) 통제 정책 때문이었다. 해방 이후에도 우리 언론은 수난을 길을 걸었다. 보도지침과 땡전뉴스가 상징하듯 신문과 방송은 권위주의 정권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언론의 자유가 우리에게 있어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인 것은 바로 이러한 가슴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87년 6월 항쟁 이후 정치권력에 의한 언론 통제는 서서히 사그라졌다. 그리하여 오늘날 언론은 민주주의의 제4부로서 기능을 회복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집권여당이 언론개혁안을 내놓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80년대 언론기본법을 거론하며 어렵게 찾은 언론의 자유를 또 다시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제 아무리 '개혁'이란 명분을 두르고 있더라도 그것이 일단 법제화 되면 정치권이 언론에 일정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언론개혁안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우리가 오늘날 진정한 언론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가정 하에서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언론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신문개혁에 한정해서 볼 때, 언론의 자유란 모든 신문사가 공정한 시스템 속에서 어떠한 간섭에도 구애받지 않고 보도할 수 있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여기서 '간섭'이란 기자들의 취재와 신문 편집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치권력, 자본권력, 사주권력 등 일체의 부당한 외압을 포함한다.

결국 언론의 자유는 이 두 가지를 철저히 보장한다. 기자들이 원칙과 양심에 따라 취재하고 자유롭게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신문사들도 나름의 철학에 따라 다양한 색채의 신문을 만들고 여론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비쳐 본다면 우리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는 아직 불완전하다. 우선 기자들이 소신껏 취재하고 보도하기가 쉽지 않다. 언론재단이 매년 현직기자와 언론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설문조사 결과가 그것을 잘 뒷받침한다. 대상자의 80% 이상의 편집권 독립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또한 보도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집단으로 언론사주와 경영진이 40%로 첫 손에 꼽힌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신문시장도 문제다. 물론 창간의 자유가 보장되므로 진입장벽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대형신문사들이 불공정 경쟁을 통한 과점체제를 형성하여 다양한 논조를 가진 신문사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최근 공정위의 신문배급소 실사결과에서도 잘 드러나듯 현재의 신문시장의 시장점유율은 무가지나 고가경품 살포 등 자본동원력이 강한 일부 신문사들의 불공정 거래에 상당부분 기인한다.

이런 점을 볼 때 우리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는 아직도 부지런히 추구해야 할 가치인 것이다. 특히나 사주에 의한 편집권 침해가 심각한 대형 신문사들이 비슷한 논조로 신문시장의 70%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이로 인해 독자들의 균형 있는 여론 형성이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언론의 자유는 하루 빨리 실현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문제의 초점은 여당의 언론개혁안이 그러한 목표에 도달하는데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로 모아진다. 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사안은 신문시장정상화를 위한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와 편집권 독립을 위한 편집규약위원회 설치이다.

1개 신문사가 30%, 3개사가 60%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고 불공정행위가 있을 경우 자본금의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일반 신문사들이 부담하는 2%보다 다소 높다. 이 조항의 경우 일부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이 70~80%가 넘어도 규제할 수단이 없지만 적어도 대형신문사들의 불공정 시장행위를 보다 엄격히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문시장 정상화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신문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규제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부당한 규제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인수∙합병 시에만 제한하는 등 규제방식이 조금 다를 뿐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한 언론정책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에 있다. 특히 우리의 경우 정당한 절차를 따른 판매량 증가는 문제 삼지 않는다는 점에서 규제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편집규약위원회의 경우도 일부의 비판처럼 신문사의 편집권을 제약할 가능성은 미미하다. 위원회 구성요건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고 내부 기자들로만 편집위원회가 구성될 경우 오히려 사주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에 편집권 독립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문제는 편집규약위원회의 실효성이다. 기자 및 편집국장이 자신들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신문사주의 뜻을 거스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자의 신분적 안정성 확보를 위한 소유지분시스템 개혁이 빠진 것이 이번 언론 개혁 법안의 한계이다.

이러한 점들을 두루 고려할 때 여당의 언론개혁안은 진정한 언론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기초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기자들이 눈치 볼 필요 없이 진실을 전달하고 다양한 신문사들이 신문시장에서 정정당당하게 실력대로 경쟁할 수 있기 위해서는 법안의 실효성을 극대화시킬 다양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런 정도의 법안을 가지고 일부 언론사를 길들이기 위한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신문시장의 위기라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은 요즘이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은 신문이 언론으로서 본래의 역할에 더욱 충실해지는 것이다. 이는 곧 신문시장에서 언론의 자유가 회복되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잘못된 시스템 속에서 편파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똑같은 목소리를 내는 신문만 넘쳐나면 신문이라는 매체자체의 신뢰까지 잃게 되기 때문이다. 여론 형성의 왜곡으로 민주주의 발전이 더뎌진다는 원론적인 지적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궁극적으로 모든 신문이 다 같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이번 언론개혁안은 희망찬 출발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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