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군기지로 인해 훼손되거나 사라졌던 미군기지 내 문화재 보호에 대한 제도적 절차가 마련되었다.
한미 양측은 7일 오후 용산기지 회의실에서 김숙 외교통상부 북미국장과 개리 트렉슬러 주한미군 부사령관이 참석한 가운데 제184차 한미SOFA합동위원회를 열고 주한미군기지 내 문화재 보호와 관리를 위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서는 지난해 12월 9일 체결된 한미SOFA합동위원회 환경분과위 산하에 문화재 보호를 위한 '공동실무작업반' 체결각서 이후 7개월만에 이뤄진 것으로 한미간 문화재 문제의 복합성을 인식한 데 따른 결과다.
한미 양측은 올해 3개 기지에 대한 시범문화재 조사를 실시해 조사 과정에서 나타나는 양상을 반영, 문화재보호절차서를 마련하고 반환되는 미군기지와 신규공여지에 대한 조사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미 양측은 올해 1월 말 상견례를 시작으로 총 4회에 걸친 회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미측 실무작업반장이 뇌출혈로 쓰려지는 일이 발생해 두 달 가량 공식적인 회의를 진행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이 지난해 1월 파주 스토리사격장 공사과정에서 상당한 문화재가 산재하는데도 국내법 절차를 무시한 채 불법공사를 강행해 시민단체와 정치권으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한미공동 실무작업반과 문화재보호분과위 신설은 스토리사격장 불법공사를 계기로 마련되었다.
미군은 한미SOFA협정, 합의의사록 등에는 문화재에 대한 규정이 전무한데도 자국 프로그램에 따라 철저한 조사를 했다는 일방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그만큼 한미관계에 있어서 문화재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게 현실이다.
문화재청 매장문화재과 주정습 서기관은 "주한미군기지 내 우리 문화재에 대해 보다 효율적인 보호와 관리를 할 수 있는 독자적인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문화유산연대, 파주녹색환경모임 등 주도적 역할을 한 시민단체는 문화재보호분과위 신설에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시범사업은 용산, 파주지역 그리고 신규공여지에 대해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용산기지는 근대문화유산이 산재해 있고 파주지역은 주한미군기지 밀집지역으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유적, 유물이 다수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번 합의서 체결은 몇 차례 공식 회의를 통해 미측이 문화재의 복잡성에 공감, 한미SOFA합동위가 권고하는 형식으로 체결되었다. 문화재보호분과위 한국측 문화재보호분과위원장은 문화재청 매장문화재과 최맹식 과장이 맡게 된다.
덧붙이는 글 | 김성한 기자는 문화유산연대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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