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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논쟁이 되고 있는 맥아더동상 철거 논란과 강정구 교수 발언 관련 사건들이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증거이며, 또한 우리의 체제와 우리사회 공동체가 일구어온 성취를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들은 오히려 자랑스러운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 공동체의 선택과 지난 노력들이 보다 훌륭한 것이었음을 반증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관점에서 걱정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중도적인 분들이나 보수적인 분들에게 제 의견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법적 허용에 대한 규정

먼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헌법 조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한민국헌법 제21조

①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③ 통신·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④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미국헌법 수정 제1 조(종교, 언론 및 출판의 자유와 집회 및 청원의 권리)

연방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또는 자유로운 신앙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또한 언론, 출판의 자유나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및 불만 사항의 구제를 위하여 정부에게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The Constitution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mendment I)

Congress shall make no law respecting an establishment of religion, or prohibiting the free exercise thereof; or abridging the freedom of speech, or of the press; or the right of the people peaceably to assemble, and to petition the government for a redress of grievances.


미국과 대한민국의 헌법을 살펴보면 말할 자유와 표현할 자유를 모두 보장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헌법이 단서조항 ④번을 달고 있기는 하지만, 그 근본 취지나 지향이 다르지 않으며, 이번 사건들에 명확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헌법을 우리 사회 공동체의 근원적인 합의로 인정한다면, 사건 자체가 많은 사람들이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크게 우려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동시에 우리사회 공동체의 의식수준을 보더라도 하나의 생각이나 주장이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수준이 낮거나 단순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저는 오히려 이 사건을 통해 우리 대한민국이 그동안 얼마나 성장하고 발전했는지, 또한 우리 체제가 다른 체제에 대해 어떤 우월성을 가지고 있는지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 우월성에 대한 확증

미국의 '루이스 D. 브랜다이스 판사, 휘트니 대 캘리포니아 주 사건(1927)'에서 브랜다이스 판사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시민'이며, 시민이 자유롭게 자신의 주장을 말하고 토론하지 않고, 침묵하거나 침묵을 강요하거나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믿는 바를 자유롭게 주장할 수 없도록 한다면 결국 민주주의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주장했습니다. 자유로운 사고의 원칙은 ‘우리가 동의하는 사람들에게 생각의 자유를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증오하는 생각에 자유를 주는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을 통해 미국은 종교, 언론 및 출판의 자유와 집회 및 청원의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를 철폐해 갔습니다. 그 결과 미국이 베트남과 전쟁을 치르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베트남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순간에도 베트남전에 대한 반전시위를 허용했고, 성조기소각 행위와 같은 시위방식조차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런 조치가 전쟁에서 싸우는 미군과 시민들에게 어떤 결과를 줬는지는 '제임스 H.워너, 1989년 7월 11일 <워싱턴포스트>에 보낸 편지'에 잘 나타나있습니다.

...저는 (베트남에서 전쟁포로로 잡혀 있다 석방된 후)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성조기를 보았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고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습니다. 저는 그 순간보다 미국을 더 사랑한 적이 없었습니다. … 자유는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저는 미국 국기가 태워지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그렇다고 성조기를 태우는 사람들을 처벌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의견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

북베트남 사람들에게 받은 심문이 기억납니다. 그들은 내게 성조기를 태우며 전쟁에 반대하는 미국인들의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이걸 보시오"라고 관리가 말했습니다. "당신 나라의 사람들이 당신이 지금 싸우고 있는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소. 이는 당신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일이오."

"아닙니다"라고 제가 말했습니다. "이는 제가 옳았음을 증명하는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유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설령 그것이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의견을 지니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해도 말입니다." 그 관리는 화가 나 얼굴을 붉히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는 주먹으로 책상을 치면서 제게 입을 닥치라고 소리쳤습니다. 그가 소리칠 때 저는 그의 눈에 담긴 두려움과 고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 표정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성조기를 태우는 사진으로 그에게 반박할 때 느끼는 만족감을 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성조기를 태우는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해 헌법을 수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 자유를 퍼뜨립시다. 자유를 두려워하지 맙시다. 이는 우리가 가진 최고의 무기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맥아더 장군동상 철거 주장'과 '강정구 교수의 한국전쟁 관련 주장'은 우리 사회의 후진성의 결과물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공동체의 자유와 민주주의, 다양성의 증거로 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 더 많은 논쟁과 토론을 허용하고 그 논쟁과 토론이 이루어지는 공론의 장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문제인 것입니다.

우리가 100% 지지와 무조건적인 찬성의 사회를, 그 사회의 자유와 민주주의 성취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면, 그래서 자유와 다양성과 그것에 기반한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인정한다면 우리가 어떤 자세와 관점으로 이번 사건들을 바라봐야 할지는 명백하다고 생각합니다.

'불구속'과 '수사'에 대하여

저는 일련의 사건이 우리 헌법적 기준의 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법기관에서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다면, 실정법에 따라 수사를 하되 그것은 최소한의 범위에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꼭 수사를 해봐야 할 상황이라면 '불구속' 수사를 하는 것도 우리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구속' 수사와 '구속' 수사가 수사 기법상 어떤 차이를 가지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이미 드러난 주장에 대한 것이라면 가능한 차분하게 진행하는 것이 더 적절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들

우리 사회 공동체는 앞으로 더 많은 자유와 다양성 그리고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는 과거의 관점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변화에는 반드시 어려움과 위기가 있기 마련입니다.

어려움과 위기에서 사람들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쉽고, 감정적으로 흐르기 쉽고, 패거리 짓기가 쉽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파시즘과 독재의 유혹을 극복하고 자유와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면서 공동체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함께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더 많은 대화와 토론, 더 많은 논쟁이 이루어지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며 냉철하게 사건과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국가의 미래를 많은 부분 책임지고 있는 정치인과 사법기관, 언론, 지식인들도 한건, 한탕, 한방을 생각하기보다는 보다 냉철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무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고 판단해야할 때라고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의 인용은 주로 '국민의 권리- 개인의 자유와 권리장전'(멜빈Ⅰ. 우로프스키, 미국국무부발행, 주한미국대사관 공보과, 2004)에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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