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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일 분당쪽에서 바라본 판교 신도시 개발지역 철거현장.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부동산 신드롬은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공영개발방식의 부동산공급정책 때문이다.
11월2일 분당쪽에서 바라본 판교 신도시 개발지역 철거현장.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부동산 신드롬은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공영개발방식의 부동산공급정책 때문이다. ⓒ 이의준
부동산을 둘러싼 이러한 진풍경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인에게 부동산은 가장 중요한 목적이자 수단이다. 부동산 문제는 공급과 수요의 시장경제원리로 이해하면 되지만 한국적 상황은 그렇지도 못하며 여러 원인에 의해 문제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고 있다.

토지공급의 문제가 근본적 투기의 원인제공

부동산투기와 가격폭등의 근본원인을 보는 시각은 입장 차이에 따라 명확히 갈리고 있다. 끊임없이 공급부족을 내세우는 건설업체와 일부 투기자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정부가 대형건설사의 압력에 번번이 개혁안을 거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강하다. 토지의 유통단계와 가격구조를 왜곡하는 토지공사에도 많은 비판을 가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부동산 신드롬은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공영개발방식의 부동산공급정책 때문이다. 주택의 공급은 지역의 시장변화에 장기적이고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유독 우리나라는 단기간의 국가적 대규모 공영개발을 통해 이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한다. 아직도 신도시건설방식을 고수함으로써 공급과 수요의 과도한 집중을 초래한다. 그러다보니 부동산잔치판이 벌어지고 온 국민이 이돈 저돈 끌어서 '과열경쟁'을 하게 돼 어찌 부작용을 피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공급자주도의 대형공영개발은 토지공급의 문제를 야기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나치게 강제수용을 통한 공공택지개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11월 2일 부동산관련 연구원들이 공동주최한 한 세미나에서도 택지공급의 80%가 공공부문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어 앞으로 주택산업발전에 저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대형개발과 공공토지공급은 서로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한다. 대형개발의 논리는 토지공급에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가 공유지전환이나 수용을 통해 고밀도개발을 해야 하며 그래야 가격안정에도 기여한다는 등등의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제공하는 토지는 대부분 자연보호를 명분으로 수십 년간 건축을 제한했던 그린벨트의 해제 또는 국유지 활용이나 민간토지의 수용에 의해 이루어졌다.

차라리 점진적인 그린벨트 해제나 국유지 활용을 통해 친환경적인 주택신축을 해왔더라면 주택공급과 자연조화가 병행될 수 있었을 것이다. 민간이 보유한 토지의 개발도 강제수용보다 주거여건개선에 초점을 맞추어야 했다. 즉, 대형개발에 의한 아파트공급만을 고수한 것은 주택공급부족을 이유로 대형건설사 중심의 건설관행 때문이지 최선의 안은 아니었다.

강제수용이나 철거 등 비민주적 행태는 그만

대형개발은 국민들의 주거형태를 아파트일색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개인의 토지소유권과 주거권을 침해하기도 한다. 인구과밀은 물론 교통과 환경문제를 유발한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한다 해도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다. 강제수용이나 철거에서 발생하는 비민주적 공권력 행사는 많은 서민층을 거주지에서 내몰고 인명피해와 정신적 상처를 안겨준다.

이제 주택공급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반드시 신도시의 거대하고 질서정연한 아파트 행렬만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지역 곳곳에서 야기되는 난개발을 보다 지역중심의 체계적 개발로 유도한다면 유럽처럼 지역 전역에 쾌적한 주거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모든 것을 규제와 세금으로 묶어놓는 토지행정은 더이상 국민들의 주거형태와 건축취향을 충족시킬 수 없다.

이제 '강제수용'의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공권력의 남발을 없애고 건축규제와 토지이용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한다. 도시미관을 중시하는 환경친화적인 주택건축을 장려하면 대규모공영개발의 폐해를 줄이고 부동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대지, 전, 답, 임야 등으로 구분된 지역의 토지구분을 완화하여 친환경적인 건축이 가능하도록 마을단위의 소규모 토지구획정리를 실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지역특성에 맞는 주택건설계획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한다. 또한 토지공사의 기능에 대한 재검토와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폐합을 마무리해야 한다. 토지공사의 지구단위 계획변경과 택지개발인허가 업무는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해야 한다.

중소주택사업이나 건축설계업도 살려야한다

주택정책은 앞으로 중소형 주택건설업체의 참여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건축설계기술이나 주택디자인이 발전되고 고용창출에도 크게 기여한다. 중소형 주택단지의 활성화로 수평적인 주민공동체도 되살려야 한다. 경제논리만 앞세운 주택건설보다 국민요구와 시장원리를 존중한 주택건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도 국회는 전용면적 25.7평을 초과하는 주택의 택지매입원가와 택지비 공시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 대안을 법안심사 소위에서 통과시켰다. 건설업체의 아파트분양을 통한 폭리여부도 생필품의 가격통제와 같은 차원에서 관리되어야 하지만, 토지공사와 같은 공기업이 본분을 망각하고 토지조성이익을 챙기며 민간의 호화판 주상복합아파트에 직·간접적인 투자행태를 보이는 것도 근절되어야 한다.

선진국으로 가려면 개발방식의 민주화와 국민주거형태의 선진화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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