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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하늘은 넓다. 각다분한 삶에 숨이 턱 막히더라도 넓은 하늘을 보면 가슴이 탁 트인다.
그런데 사람들은 하늘을 잘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뭘까? 대개 여유가 없고 어깨에 짊어진 무게가 무거워서라고 답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하늘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가을이 깊어지면서 하늘도 하루가 다르게 깊어지고 있다. 여름내 머리 바로 위에서 화살촉처럼 쪼아대던 열기가 물러나며 푸른 물감을 듬뿍 머금은 가을 하늘이 시원하다. 가을 하늘은 유난히 맑고 선명하다.
밤과 아침이 몸을 섞는 새벽이면 짙푸른 기운이 검은 장막을 걷어내고 새벽녘 하늘이 희번해지며 태양을 맞이한다. 붉은 태양이 떠올라 하루가 시작되면 시나브로 햇귀의 따뜻한 기운이 하늘을 희푸르게 비춘다.
높고 푸른 가을빛이 세상을 구석구석 빠지지 않고 적시면 그 다음은 노을이다. 새벽 어스름과 닮았지만 서로 만날 수 없는 노을이 저뭇한 하늘을 붉게 물들인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지만 가을 하늘은 맑은 바다처럼 투명하고 깊다.
이른 아침에 허벙저벙 집을 나서는 사람은 푸른 기운이 가득한 새벽하늘이 눈을 맑게 씻어 준다. 그리고 저녁에 날짝지근한 몸으로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붉게 물드는 해거름녘 하늘이 지친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 줄 것이다.
똑같은 하루가 매일 반복되는 내용의 영화가 있었다. 주인공은 아침마다 눈을 뜨지만 오늘이 아닌 어제의 일이 반복된다.
그래서 그는 매일같이 같은 시간에 같은 사람을 만나고 같은 곳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목격한다. 그리고 매일 사랑하는 연인에게 청혼을 해야 했다.
쳇바퀴 돌듯 반복된 하루는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주인공은 어려움에 빠질 사람을 도와주고 사고도 미연에 막아주며 반복된 하루를 즐기기 시작한다.
영화속 오늘의 상황은 어제의 반복이지만 사람이 바뀌자 생활이 바뀌기 시작했다. 일상은 같은데 사람의 생각이 변하자 생활이 바뀌고 생활이 변하자 곧 삶 전체가 바뀌었다.
영화 초반 주인공이 반복된 일상에서 침울해 하던 모습은 오늘을 사는 도시인의 모습이었다. 반복적으로 그리고 습관적으로 거의 무의식에 가깝게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가던 우리의 모습이었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반복 된 일상에 지치고 의기소침한 사람이라면 하늘을 한번 바라보자. 특히 높고 푸른 가을하늘을 올려다보자. 하늘은 구름과 바람이라는 똑같은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푸른 배경에 늘 새로운 그림을 그려낸다.
하늘은 그렇게 우리에게 반복된 일상의 도화지에도 새롭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알려준다.
우리는 하늘을 바라보지 않지만 하늘은 우리를 항상 바라보며 속살거리고 있다. 우리도 가끔은 하늘과 자주 마주하고 대화하자. 그리고 가을 하늘을 닮아가자.
덧붙이는 글 | 홈페이지 www.seventh-hav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