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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주화
배우 이주화 ⓒ 배우근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다 보니 영화나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연예인을 직접 마주하고 사진을 찍는 즐거움이 있다. 연기자는 자신의 배역이나 맡은 역할에 따라 화장을 하고 의상을 준비해 신문사를 찾는다. 또 외모뿐만 아니라 마음의 분장도 하고 사진 인터뷰에 임한다.

ⓒ 배우근
그래서일까. 연기자를 막상 대하게 되면 사람의 본질적인 향기보다는 인공으로 만든 냄새가 강하다. 또 공인이다 보니 개방적이기보다는 조금은 자신을 가리고 있는 장벽이 느껴진다. 연기자의 짙은 분장처럼 그 벽은 성곽처럼 두텁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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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연기자, 서로 몸은 가깝지만 마음은 멀고 아득하기만 하다. 그래서 나는 무턱대고 셔터를 누르기 전에 대화를 나누며 마음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한다. 대화는 일상적인 내용이나 맡은 역할에 한정된다. 하지만 상대방의 목소리를 확인하는 평범한 대화는 시나브로 상대방과 내적인 공통점을 찾아간다. 그러면서 연기자의 마음에 둘러쳐진 벽은 조금씩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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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장막이 걷힐수록 연기자는 카메라 앞에서 편하게 자신을 표현한다. 카메라 셔터가 꾹꾹 눌리는 횟수가 늘수록 연기자는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날갯짓을 시작한다.

ⓒ 배우근
어느새 두 사람 사이에는 입을 통한 대화가 사라졌다. 카메라 속으로 연기자가 빨려 들어옴을 느낀다. 기자는 카메라로, 배우는 손짓과 몸짓으로 대화를 나눈다. 카메라도 말이 없고 배우도 말이 없지만 서로 밀고 당기며 탐닉한다.

배우는 한껏 갓 물오른 표정을 짓고 우아하게 허리를 꺾는다. 그리고 카메라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담는다. 말이 없는 대거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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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배역을 충실히 표현하던 연기자는 연달아 터지는 조명의 리듬을 타며 조금씩 자신의 본 모습에 가까운 표정과 몸짓을 보였다. 예쁘게 꾸미던 모습에서 벗어나 본능적인 자아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카메라는 겉멋에 이어 속멋이 드러나는 그 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연기자는 맡은 배역에 가까워지기 위해 카메라 앞에서 애쓰지만 기본 토양은 배우이기 앞서 사람이기 때문이다. 연기자가 어떤 배역을 맡든 간에 소화하고 표현하는 주체는 배우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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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공의 인물은 배우의 토양에 기반을 둔다. 그곳에 뿌려진 씨앗에 따라 역할에 맡는 다양한 꽃이 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카메라는 감춰져 있던 배우의 토양이 드러나는 순간을 옹골지게 기록한다.

다양한 그림을 그리고 지우는 하얀 본바탕이 드러나자 배우는 각양각색의 모습을 부챗살처럼 펼쳐 보이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담기는 사진 하나에도 원형질의 배우가 강렬하게 뿜어내는 몸짓과 눈짓이 고스란히 담겼다.

ⓒ 배우근
대부분 배우는 연기하는 것보다 사진 찍는 것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사진기 앞에서는 대사 없는 연기에 몰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흥미진진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수많은 시청자와 관객을 감동시키던 배우는 사진기 앞에서 자신을 불태우며 화려한 무언극을 완성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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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가 끝난 후 컴퓨터에 저장된 사진을 살펴보니 그 속에는 한 사람의 다양함이 무지개처럼 그려져 있었다.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찰나에도 많은 표정과 마음이 남아 있었다.

그 사진들은 조명과 렌즈의 각도에 따라 다양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이 지닌 색과 향기가 그만큼 다채로운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 배우근
사진은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세련된 도구다. 마음의 거울과 달리 잘 닦인 사진기의 렌즈는 선명하게 배우 이주화의 스펙트럼을 담았다. 살아 숨 쉬는 배우가 지닌 뜨거운 생명의 아우라를 사진은 영원으로 기억한다.

자신의 얼을 아낌없이 보여준 배우 이주화씨에게 감사함을 보낸다

덧붙이는 글 | 홈페이지 www.seventh-hav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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