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 의회 의원들이 주미 일본대사에게 보낸 서한
미 의회 의원들이 주미 일본대사에게 보낸 서한 ⓒ markey.house.gov
지난 1월 26일 민주당의 마키 의원을 비롯한 6인의 미국 의회 의원들이, 로카쇼 핵재처리공장 가동 중지를 요구하는 서한(기사 아래의 전문번역을 참조하기 바람)을 주미 일본대사 앞으로 보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군사적으로 전용될 위험성이 높은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를 강행하는 일본의 정책에 대해 비판하면서 "국제적인 핵확산 방지를 위해서" 로카쇼무라 핵재처리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도록 요구했다.

로카쇼의 핵재처리공장은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를 통해 처음 2년 정도는 연간 4톤, 완전 가동이 시작된 이후에는 연간 8톤의 플루토늄을 생산하게 되는 시설이다. 해외에 위탁해서 재처리한 양을 포함해, 이미 40톤을 넘는 플루토늄을 보유한 일본이 연간 8톤의 플루토늄을 추가로 생산하게 된다는 점에서 일본 국내외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원자력 당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원연(原燃)주식회사>는 2월 '시험가동'을 목표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2월 가동 계획은 그동안 기술적 결함 등에 의해 여러 차례 연기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 국내에서조차도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로카쇼무라(일본 혼슈 북단의 아오모리현에 위치) 현지주민들의 반발도 많다.

핵확산 방지를 위해 로카쇼 가동 중단해야

한편, 국제적으로는 핵확산 방지를 위해 가장 민감한 쟁점의 하나가 되고 있는 '플루토늄 재처리시설'을 추가로 가동하는 것에 대해 일본이 국제적인 핵확산 방지 노력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플루토늄은 원자력발전에도 사용되지만, 핵무기를 만드는 원료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주변국들은 일본의 막대한 플루토늄 재고량과 핵기술이 최근의 우경화 경향성과 맞물려 핵무장으로 이어질 것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연방의회 의원들까지 우려가 담긴 서한을 보낸 것이다. 마키 의원을 비롯한 6인의 의원들은 서한에서 "핵무기로 이용 가능한 플루토늄을 계속해서 추출하는 것은 국제적 안전보장과 핵비확산에 중대하고도 불필요한 위협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또한, '잉여 플루토늄을 가지지 않겠다는 원칙'을 선언한 일본이 대규모의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것은 그동안 일본이 제시해 온 정책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한 발송을 주도한 마키 하원의원은 미국 민주당 내에서 에너지 정책과 비확산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플루토늄 재처리에 대한 미국 민주당의 입장이 담긴 것이 아닌가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아오모리현에서 발행되고 있는 <토오(東奧)일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서한 발송 배경에 대해 "부시행정부가 1970년대 이후 계속되어왔던 정책을 전환해 핵재처리 재개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을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한은 "미국에서도 플루토늄 재처리를 재개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면 저지할 생각"이고 "모든 나라가 이러한 기술과 관행을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플루토늄 재처리와 사용을 금지시킬 수 있는 국제시스템 구축의 필요성"도 제안했다.

참고로 미국은 작년 5월의 NPT(핵확산금지조약)재검토회의에서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제안한 "우라늄 농축시설과 플루토늄 재처리시설에 대한 5년간의 동결"과 "다국적 관리와 통제"-이른바 '엘바라데이 구상'-에 대해 반대했었다. 일본 또한 비핵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를 실행하고 있는 자국의 '특권'이 침식될 것을 염려해 반대했었다.

로카쇼 핵재처리시설 논란에 새로운 파문을 던질 것인가

<쿄도통신>은 미국 민주당의 에너지 정책과 핵비확산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마키 하원의원 등이 주도한 서한인 만큼 관련 지자체 등에 상대한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했다(쿄도통신 1월 27일).

그동안 로카쇼 핵재처리공장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그린피스와 같은 국제 반핵평화단체들과 한국의 시민단체들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었다. 미국의 비정부단체인 '우려하는 과학자 동맹'이 작년 5월 NPT재검토회의를 즈음해 발표한 성명서에는 4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페리 전 국방장관 등의 유명인사들이 서명했었다. 그러나 미국 의회의 '실력자들'이 공식적으로 가동 중단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일본 정부는 즉각 반론을 제기했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그동안의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추어 보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본 정부는 1월 27일 "일본은 비핵3원칙을 견지하고 있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기반해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엄격한 사찰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도 "비핵국가의 입장에서 핵비확산과 평화적 핵이용을 양립시켜가고, 핵연료주기를 완성시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것은 그동안 일본 정부가 반복해왔던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핵재처리에 대해 계속 집착한다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일본 정부는 그동안 사고로 중단되었던 몬주 고속증식로 가동 재개를 결정했다. 몬주 고속증식로의 가동중단은 사고도 원인이었지만, 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현지 주민들의 소송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작년 5월 최고재판소가 재개를 허용한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몬주 고속증식로의 후속형 고속증식로를 건설하고 2030년까지는 고속증식로를 실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고속증식로는 원자력 발전을 위해 사용된 원료보다 더 많은 플루토늄을 생산해내는 '꿈의 원자로'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고속증식로의 재가동과 신설은 또다시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한 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특히 '남아도는 플루토늄을 어디에 쓰려고 하는가'라는 일본의 플루토늄 재고량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다. 핵물질의 축적량, 핵기술 등의 측면에서 '핵강국'에 손색이 없는 일본의 행보가 주목된다.

*아래는 미국 의회 의원들의 서한 전문을 번역한 것이다.

[서한 원문 보기(pdf파일)]

미 의회 의원들이 주미 일본대사에게 보낸 서한 전문

카토료조 대사 귀하

우리가 본 서한을 보내 드리는 것은 로카쇼무라 핵재처리 공장 운전 개시를 진행하고자 하는 일본의 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핵무기로 이용 가능한 플루토늄을 계속해서 추출하는 것은 국제적 안전보장과 핵비확산에 중대하고도 불필요한 위협을 가져온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2006년 로카쇼에서의 시험운전을 중지하고, 그것을 로카쇼 재처리 공장 운전의 연기라는 더욱 광범위한 합의의 일환으로 만들어 갈 것을 요청합니다.

우리는 전세계적 차원에서 핵무기로 이용 가능한 핵분열성 물질─고농축우라늄(HEU) 및 재처리한 플루토늄─의 보유량을 줄여가야 한다는 세계적 구상의 일환으로서 이러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일본정부에 요청합니다. 이것은 국제사회에 있어서 높은 우선순위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행동이 핵군축과 핵확산 방지를 추진하고, 테러리스트들이 핵무기를 획득하는 것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1997년 12월, '잉여 플루토늄을 가지지 않는다는 원칙'을 약속한 IAEA에 대한 일본의 성명을 우리는 높게 평가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2003년 연말까지 일본의 플루토늄 보관 총량이 40.6톤까지 증가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상업용 규모의 증식로에 대한 계획이 없고, 혼합산화물(MOX) 사용 계획이 상당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새로운 재처리 공장에서 새로운 플루토늄을 분리, 재처리해 축적하는 것은 명백히 일본의 방침에 반하는 것입니다.

플루토늄의 새로운 분리 및 축적을 금지하기 위한 일본의 주도적 역할을 발휘하도록 제안하면서, 우리는 일본에게만 이러한 약속을 하도록 요구할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는 미국에서도 플루토늄재처리를 재개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면 저지할 생각이고, 또한 모든 나라가 이러한 기술과 관행을 폐기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핵무기로 이용 가능한 모든 플루토늄의 분리 및 재처리, 그리고 그 사용을 금지하는 포괄적으로 검증 가능한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 계획의 중단이 어려운 결정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도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인 핵확산방지 체제를 창출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비교해본다면, 강행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떨어진다고 할 것입니다.

이 문제와 관련한 답변을 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2006년 1월26일

에드워드 마키, 도널드 페인, 빅 스나이더, 시라 잭슨 리, 제임스 맥거번, 마티 미한

덧붙이는 글 | 이준규 기자는 평화네트워크 정책실장이며, 기사와 관련 자료는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