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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1년 1월 15일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인해 발발한 '걸프전'은 세계 화약고라 불리는 중동에서 미국과 반미세력간의 직접적인 충돌이 처음으로 발생했다는 점 외에도 첨단무기의 시험장으로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더구나 전쟁 발발과 동시에 미 CNN 등 전세계 24시간 뉴스채널과 각 통신사를 통해 마치 전쟁영화나 오락게임을 보는 듯한 영상들이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결국 현대전에서 첨단무기의 역할은 과거 보병과 기병을 대체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중요한 요인이 되었고, 21세기 첨단무기 개발에 대한 각국의 경쟁은 더욱 가속화 되고 있는 현실이다.
기업 및 기술 분야의 저널리스트 존 에드워즈가 쓴 <진화하는 전쟁>은 갈수록 첨단무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현대전에서 획기적인 신기술이 무기로 이어지는 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1998년 대한민국 육군에서는 이런 대화가 있었다
흔히 우리는 첨단무기라 하면 영화 <스타워즈>, <터미네이터> 등에서 보았던 레이저 빔이나 광선포, 로봇들을 떠올리곤 한다. 우스갯소리지만 1998년 기자가 말년병장이던 시절 신병이 들어오면 "제대는 언제 하냐?"며 놀렸고, 자신 있게 2년 2개월 후인 2000년 몇 월쯤 제대 날짜를 말하는 후임들에게 "2000년이 오냐?"며 그때가 되면 레이저 총을 쏘는 시대가 될 것이라 장난을 치곤했다. 그러나 그 당시 군에서 그냥 주고받는 농담 속, 혹은 영화에서나 존재했던 첨단무기들이 이제는 하나하나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책에서 제일 먼저 소개하는 오브젝티브 포스 워리어(Objective Force Warrior), 즉 하이테크 군인은 현재 병사가 가진 능력의 20배에 달하는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기(전투복)를 개발하고 있고, 2010년부터는 실전에 배치하려는 미 육군의 계획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무기의 위력에 대한 것은 책에 소개한 2017년 10월 30일 미래의 한 병사가 부모님께 보내는 가상 편지글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제 군복은 총탄을 막아줍니다. 신축성 있는 물질로 되어 있지만 강철처럼 단단해서 총알이나 칼이 뚫고 들어올 수 없습니다. 또한 그 물질에는 신선한 공기는 투과시키고 생화학 가스는 막고 파괴하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습니다.(중략)
이처럼 총탄뿐만 아니라 생화학 가스를 막고 스스로 파괴하는 화학물질이 들어있는 군복의 등장은 미래 첨단 무기 발명의 시작일 뿐이다. 이 책에서는 정보, 통신, 정찰, 재난 구조, 보건, 의학, 생명공학, 운송, 군수, 보안, 암호기술 그리고 군복과 보호 장비에 이르기까지 전쟁 수행 과정에 동원될 수 있는 모든 분야를 점검하고 있다.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에서 개발한 새로운 형태의 세라믹 타일을 이용한 방탄소재나 곤충의 눈을 모방해 만든 자기유도 장치를 장착한 스마트 무기 등 다소 우리에게는 생소해 보일지 모르는 다양한 신무기들의 개발 과정과 활용 그리고 그 실현가능성에 대해 저자는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추악하지는 않은 '전쟁'을 올바르게 '사용' 하는 법
이 책은 "전쟁은 추악한 것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추악하지는 않다. 그보다 더 추악한 것은 전쟁만큼 '가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부패하고 타락한 도덕심과 애국심이다. 국민은 지배자의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군대에서 대포를 쏘고 총검을 휘두르는 하나의 단순한 인간 도구로 사용될 때, 전쟁으로 인해 타락하게 된다"는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의 말로 시작한다.
이는 저자가 현재도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는 신무기들에 대해 꽤 어려운 전문용어를 사용해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즉, 저자는 이렇게 개발된 신무기의 놀라운 위력을 바탕으로 그 어느 누구도 도전할 수 없게 무지막지한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신무기들을 개발해 얻은 강한 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해 전쟁을 막을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저자의 의도는 화려한 신무기들의 면면 속에 숨겨져 있는 사실이지만 반세기 전 인류 전쟁사에 대해 집필한 영국의 장군 몽고메리가 <전쟁의 역사>를 통해 전쟁사와 전략,전술 뿐 아니라 전쟁을 수행하는 이들의 인간적인 면을 강조했듯이, 이 책을 통해 가장 추악하지 만은 않은 '전쟁'을 올바르게 '사용' 할 수 있는 힘과 보는 눈을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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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전쟁 - 미래 전쟁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존 에드워즈 지음, 류동완 옮김, 김민석 감수, 플래닛미디어(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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