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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듣는 남편의 말에 딸아이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씩씩하게 대답을 했습니다. 그리곤 딸아이와 저는 남편의 교복 빠는 모습을 쭈그리고 앉아 바라보았습니다.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딸아이와 제는 그 신기함(?)에 낄낄 웃었습니다.
"아빠가 고등학교 다닐 때 교복을 빨아 입었거든. 그 솜씨가 녹슬지 않은 거야!"
"아빠! 엄마 손 놀림보다 훨~자연스러워요!"
제가 보기에도 그랬습니다. 마지막 헹굼에 섬유 유연제를 넣어주는 센스까지 잊지 않았습니다. 교복 빠는 시간이래야 10분도 걸리지 않았지만 딸아이와 저는 입이 귀에 걸렸었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딸아이는 학원 끝나고 집에 오면 밤 10시가 넘습니다. 그래도 교복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제 손으로 빨아 입었습니다. 남편은 이를 알고 있었기에 딸아이에게 힘이 되고 싶어 용기를 냈다고 했습니다.
무뚝뚝하고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아빠지만 누구보다도 깊이 사랑하고 있음을 딸아이에게 자주 이야기 해 주고 애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해 주면 좋겠다는 걸 실감했던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희망처럼 딸아이가 아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어려움을 이해해주는 가장 가까운 친구, 삶의 가장 소중한 동반자가 될 날을 기대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요즘 남편은 딸아이와 가까워지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늦게 퇴근하는 날엔 잠자는 딸아이 방에 들러 볼에 뽀뽀도 한다네요. 그래도 모른 채 쿨쿨 잠만 잔답니다. 한교닷컴에도 보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