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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
바로 철도노조 KTX 열차승무원지부가 만든 책이었는데, 당시 승무원들의 파업 이유에 대해 자세히 몰랐던 터라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 책에는 이 땅의 노동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비정규직으로 전락(?)하는지 적나라하게 기록돼 있었다.

그뿐 아니다. 정부여당이 비정규직의 남용을 방지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겠다며 밝힌 이번 ‘공공부분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과연 실행될 수 있을까? 아니 실행할 의지가 과연 있을까하는 의문에 대한 답이 들어 있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정부는 그 종합대책을 실행하기에 앞서 KTX 여승무원들부터 철도공사의 직접고용형태로 복직시켜야 국민들은 그 대책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발표 시기를 KTX 승무원 파업사태가 국민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기를 기다려 의도적으로 늦췄을까? 우연히도, 그 대책을 발표하는 지난 8일, 승무원들은 엉망이 된 KTX 서비스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8일 오전과 오후 2차례에 걸쳐 자원봉사 서비스를 펼치며 승강장에서 안내 및 영접인사를 진행했고, 9일에는 직접 호남선 KTX에 승차해 각종 서비스를 펼쳤다.

이들이 탑승한 KTX열차에서는 연신 "전 철도유통 소속 열차 승무원들이 부당한 시위 목적으로 탑승하고 있다"며 "이들이 불편을 끼칠 경우 함께 탑승한 철도공안원에게 신고하라"는 안내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또, 다시 용산역에 도착하는 순간 철도공안과의 충돌로 역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는데, 용산역 관계자들은 이들에게 승차권 제출을 요구했으나 거부하자 승무원들 일부를 강제 연행하려 하면서 충돌이 빚어졌다고 한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6월 8일로 파업 100일째를 맞았던 그들은 계약 종료로 승무원 자격을 잃었고, KTX 여승무원 240여명은 철도공사의 정리해고 조치에 반발해 지난 6월 24일부터 서울역 대합실에서 단식농성을 벌였었다.

한국철도공사는 공기업인가? 민간기업인가? 그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곧바로 실현성이 희박한 대책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예산은 둘째 치고, 최근 철도공사의 외주화 확대 방침과 같이 이번 종합대책과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공공기관의 경영방침이 정부 스스로의 모순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뚜렷한 인식 없이 마냥 종합대책만 발표하고 보자는 식으로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참여정부의 지지도를 조금이나마 회복하고 싶어서 정권 말기에 마구잡이식으로 서둘러 발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판단을 지울 수 없다.

정부의 인식이 바뀌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해소대책이 추진될 수 있겠는가? 비정규직은 인간일까? 인간이 아닐까? 그들은 정규직이 아닐 뿐 아니라 인간 대접도 비정규직만큼 받고 산다.

현장에서는 비정규직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억울한데, 비인간적인 대접까지 이어진다. 같은 국민이되 정규직과 비정규직 국민에 대한 분명한 차별을 한다.

재계는 한술 더 뜬다. 정부의 생색내기(?) 대책이 민간 부문에 대한 압력이라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언론 보도의 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민간 부문에 대한 압력이라며 불만을 그대로 드러냈다. 하청, 재하청, 용역, 불법 파견 등 직간접 비정규직을 이용해 도를 넘어선 착취를 일삼아 왔던 재계로선 당연히 압력으로 비칠 것이다.”

정부가 진실로 심각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라도 있어서, 이런 대책을 발표했다면 혹시나 압력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생색내기에 그칠 대책을 놓고서는 정부여당이 압력을 행사한다며 엄살을 떨고 있는 것이다.

‘KTX의 꿈은 꿈의 속도로 추락했다‘는 제목의 한 승무원의 글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

“철도공사는 KTX관광레저라는 제3의 회사에 우리를 또다시 위탁하려 했다. KTX관광레저로 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철도유통에서 받았던 고통보다 더한 고통을 또 겪게 되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제대로 된 대책이 되려면, KTX승무원 문제부터 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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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1988~2014)와 프레시안(2018~2021) 두군데 언론사에서 30여년 기자생활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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