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많은 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삭막한 아파트로 둘러싸인 회색도시, 공장들이 밀집된 서울의 위성도시, 양귀자의 소설 <원미동 사림들>의 배경도시….
최근 부천의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 만화의 도시, 판타스틱영화제의 도시(2001년 이 영화제 개막작품이 <메멘토>였다. 매우 인상적이었다), 영상의 도시로 바뀌고 있다. 또한 최근 상동신도시를 중심으로 녹지공간을 활발히 조성하고 있기도 하다.
부천 '시민의 강'은 1997년에 계획되어 2003년에 완공된 인공하천이다. 시민의 강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데, 국내 최초로 중수도를 활용한 사례라는 것이다. 중수도는 하수를 재처리한 것으로 물의 품질은 상수도와 하수도의 중간쯤 될 것이다. 물부족국가로 분류되고 있으며 지금도 물이 모자라 댐을 짓느냐마느냐로 진부한 논쟁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적극적으로 활용할 만하다. 즉, 먹는 물만 아니라면 중수도는 충분히 활용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인공하천이지만 청계천하고는 많이 다른 것n같다. 청계천이 수도 서울의 도심을 지나는 오랜 역사의 하천으로 복원되었다는 상징성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인공미가 강하다면 시민의 강은 인공하천임에도 자연하천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사실 규모로 보면 시민의 강이라기 보다는 시민의 개천 정도가 어울리겠지만, 바닥을 모래와 자갈로 가꾸어 물도 깨끗하고 물고기도 많이 살며 하천변에는 풀과 나무를 많이 심고 잔디를 가꾸어 놓아 언뜻보면 자연적인 실개천같다.
청계천과 양재천, 수원천 그리고 제주도의 산지천 등의 사례가 거듭되면서 하천의 생태적 복원은 21세기 대한민국 지역개발의 트렌드가 된 것 같다. 개발독재 시대의 콘크리트 중심의 하천 정비가 아닌 자연생태계를 최대한도로 살리는 하천 정비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하천 주변에 식물을 가꾸고 바닥에 돌과 흙을 까는 방식은 흐르는 물을 자연정화하고 물고기의 서식처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친환경적 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의 강 폭은 3~5m정도이고 수심은 20~30cm, 전체 길이는 5.5㎞로 부천시는 점차 길이를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초속 20~40㎝의 속도로 자연스럽게 흘러 시민들의 좋은 휴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시민들은 강을 따라 산책하면서 맑은 물 속에 뛰노는 물고기들을 신기한 눈으로 처다본다. 어릴 적 가재 잡던 냇가에 다시 온 것 처럼. 아이들도 바지를 걷고 들어가 마음껏 자연의 소중함을 맛본다.
일부 물은 재활용수로도 판매한다고 하니 환경도 살리고 재활용수 판매로 경제적이익도 얻는 셈이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친환경적, 지속가능한 개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개발과 환경보전의 이분법적 대립이 아직도 엄연히 존재하는 한국에서 부천의 시민의 강은 앞으로 우리가 국토를 어떻게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이다. 아울러 공장이 가득한 서울의 위성도시라는 부천의 굳어진 지역이미지가 생태와 문화의 도시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가을햇살을 받으며 시민의 강을 따라 걸으니 다리는 뻐근해도 아름다운 하천을 보며 얻는 즐거움과 상쾌함이 겹쳐진다. 이제 우리도 유럽과 같은 친환경도시를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서울외곽순환도로 송내 IC에서 중동IC사이의 구간 밑에 시민의 강이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