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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서울 상계동에 사는 김아무개씨는 중소기업 부장인 남편과 두 자녀를 둔 평범한 가정주부이다. 지난 1월 생활비와 아이들 교육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던 차에 주식 투자를 하는 친구와 전화를 하게 됐다.

반찬값이라도 벌어볼까 해서 시작했다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친구의 말에 솔깃한 김씨는 과감하게 저축한 돈 300만원을 헐어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불과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400만원으로 늘자 자신감이 생겼다.

김씨는 투자금액을 조금만 늘리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두 카드사에서 현금서비스 200만원를 받아 새로 주식에 투자했다.

4월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500만원을 투자해서 650만원으로 늘려놨기 때문이다. 4월 말 주식을 팔아 현금서비스를 상환할 계획이었지만 주식투자에 맛을 들인 김씨는 수익을 내서 갚으면 된다는 생각이 앞섰다. 결국 다른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3월에 받은 현금서비스와 수수료를 결제했다. '돌려막기'를 한 셈이다.

그런데 4월 말 주식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650만원이던 평가금액이 5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주식을 처분할까도 생각했지만 미련이 남아 다른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또다시 돌려막기를 했다. 주가가 계속 하락하자 손실을 만회할 목적으로 현금서비스를 계속 받아 주식투자를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결국 지금까지 현금서비스 1000만원을 포함 총 13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지만 평가금액은 겨우 400만원에 그쳤다. 주식을 다 팔아도 현금서비스조차 결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다다랐다. 잠깐만 쓴다고 생각했던 현금서비스가 눈덩이처럼 커져 엄청난 빚으로 돌아온 것이다.

현금서비스, '딱 한번'의 함정

▲ 카드 현금서비스는 복잡한 절차없이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수수료 부담이 크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물가는 오르고 교육비는 한도 끝도 없고 정말 살아가기가 빡빡하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과연 무엇일까? 이런저런 방법을 모색하지만 뾰족한 해답은 없다.

평범했던 김씨처럼 막연한 기대로 불안한 투자에 과감성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빚을 내서라도 투자해서 수익을 얻으면 좋겠지만 과연 그 수익을 장담할 수 있을까?

김씨는 처음에 200만원 현금서비스 수수료와 이자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수익을 내면 그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해없이 원금은 건진다 하더라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내가 그동안 지불했던 현금서비스 이자와 수수료이다. 원금이 됐다 하더라도 수수료와 이자는 내 주머니에서 나갔기 때문에 결국 손해인 셈이다.

현금서비스는 이용하는 순간 곧 갚아야 할 빚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쌓이게 돼 추가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한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결제를 위해 또 다른 현금서비스를 받는 악순환이 계속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남고 뒤에서 까먹는다

카드를 사용하는 많은 소비자들이 아쉬운 소리 안 하고 간단하게 빌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현금서비스를 가벼운 마음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내가 지불하는 현금서비스의 이자와 수수료만큼 금융상품을 활용해서 얻으려면 얼마만큼의 노력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자.

평균 현금서비스 수수료율 26%, 취급수수료 0.5%(선취)로 100만 원을 한 달간 사용하면 수수료(2만1369원)와 취급수수료(5000원)를 합하여 2만6369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매월 100만 원씩 1년간 계속 돌려막기 식으로 쓴다고 가정하면 1년 동안 총 32만2761원의 이자를 부담하게 된다. 이 수수료만큼 비과세적금으로 세금절감 효과를 보려면 한 달에 얼마만큼의 금액을 저축해야 할까?

비과세로 1년간 매달 600만 원씩 적금(연리 5.5%, 비과세이자 214만5천원, 세후이자 181만4670원, 비과세금액 33만330원)을 부어야 얻을 수 있는 금액과 같다.

일반적인 가정에서 1년에 33만원의 비과세혜택을 보기 위해 월 600만원씩 적금을 붓는다는 것은 엄두도 못낼 일이다(월 600만원까지 가능한 비과세적금상품도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듯 편리함과 용이함만을 생각하며 사용한 대가로 카드사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는 일반 가정에서 세금 혜택으로 얻기 쉽지 않은 금액이다.

소득공제·비과세·세금우대 혜택을 생각하여 금융상품을 이용하고 활용한다. 그러나 일시의 현금서비스 이용으로 연체의 위험 부담을 감당하며 지불하는 수수료는 앞에서 남기고 뒤에서 소리 없이 까먹게 하는, 효과 없는 금융상품의 주범이다.

▲ 신용카드사의 고액 수수료를 비판하는 시민단체 퍼포먼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현금서비스, 안 쓴 만큼 효과는 2배

신용카드가 있는 사람들 중에는 현금서비스를 비상자금이나 여윳돈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금서비스는 신용을 담보로 한 일종의 대출이지 모아둔 돈을 쓰는 유용자금이 아니다.

만약 현금서비스를 사용하려다가 마음을 돌렸다면 나에게 어떤 효과가 있을까?

사용하지 않은 것만큼의 수수료가 절감된 것이고 그것은 소득공제 효과를 2배로 늘린 것과 같다. 나갈 수수료가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월급이 인상된 것과도 같은 효과인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높고 금리가 낮아 조금이라도 혜택은 더 받고 이자는 적게 내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그만큼 작은 돈에도 민감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상품을 활용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궁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감각하게 버려지는 수수료를 챙기는 것이 더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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