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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2월 19일 아침, 북한에 관해 보도하고 있는 일본 방송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일본의 텔레비전 화면 갈무리
현재 일본에는 두 개의 '코리아 붐'이 일고 있다. 한반도 남쪽과 북쪽에서 온 붐이 그것. 욘사마로 대표되는 '남쪽 코리아' 붐은 한류라는 이름으로 정착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 개선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북쪽 코리아'에서 온 붐은 납치문제, 핵실험, 미사일 등의 이름으로 대표되면서 적대적 이미지 정착과 조선학교 학생에 대한 테러, 경제제재 등 극단적 대결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6자회담 재개와 맞물리면서 북쪽 코리아에 대한 일본사회의 관심에 다시 불이 붙었다. 그 선두에 신문과 방송 등 미디어가 서 있으며, 이들 보도에 따라 북한에 대한 일본 국민의 인식은 굳어져가고 있다.

현재 일본 미디어가 전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보도는 적대적이며, 심지어 증오를 느끼게 하는 경우까지 있다. 특히 텔레비전 보도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경향은 극을 달리고 있다. 이러한 영향 탓인지 <요미우리신문> 12월 16일자 보도에 의하면 '북한은 군사적 위협인가'라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BRI@텔레비전 보도프로그램에서는 북한에 대해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까? 12월 3일, 일요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마이니치방송>에서는 '북조선 미사일과의 관련은? 실종된 일본인 특수기술자'라는 제목으로 북한 관련 방송을 내보냈다.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1984년 회사가 도산하여 고향인 톳토리현에서 어업 일을 하고 있던 한 금속가공 기술자가 1988년에 배를 타고 나간 뒤 실종됐는데, 이것이 북한에 의한 납치라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이 기술자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에 동원됐다는 것.

한편 지난달 19일에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탈북자 증언을 토대로 북한의 잔혹하고 비인도적인 정치범 수용소의 실상이 소개되었다. 최신 그래픽 기술이 동원되어, 보고 있기만 해도 소름 끼칠 정도의 분위기로 그려졌다.

물론 이러한 보도태도는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후에 더 심했다. 한 예로 북한의 핵실험 직후에는 일본 도쿄에 북한 핵무기가 떨어졌을 때를 가정한 시뮬레이션이 보도되어 국민적 공포감을 조성하고 핵무장에 대한 불씨를 지폈다.

이밖에 12월에 들어서만 해도 '최신영상 독점 입수, 북한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체제동요의 진상', '북한 위협의 기술, 구분하기 불가능한 위조지폐' 등 북한에 대한 적대적 보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보도들에는 몇 가지 공통점과 문제점이 있다.

먼저 북한에 대한 충분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책임하게 보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의 근거가 되는 것은 대부분 북한에 적대적 감정을 가지고 있는 탈북자의 증언들이다. 또한 전문가도 북한에 비판적인 몇몇 인물로 한정되어 있어 어느 방송국을 보더라도 같은 인물이 나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실상이다.

예를 들어 모 교수가 출연하여 자신의 '독자적인 비밀조사'에 의해 '북한 국민 70%가 이번 핵실험 성공을 환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면, 진행자는 신빙성 검토 없이 사실인양 인용하는 식이다.

이 같은 보도태도에 대해 북한에서 태어나 20여 년간 생활하다 3년 전 일본으로 온 한 일본인은 "어느 사회든 좋은 점, 나쁜 점이 있는 법인데 지금 일본의 방송을 보면 북한에 대해 나쁜 것들만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청진 출신의 탈북자 증언을 바탕으로 전력난이 심해 전력공급이 하루 2~3시간 정도이며 이는 평양도 마찬가지라는 일본의 방송보도에 대해, 이번 달 초에 일주일간 평양에 다녀온 일본인 모리토모리(27)씨는 "전력난이 있어 매일 2시간 정도의 단전, 단수가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주 이른 오전 시간이어서 생활에는 지장이 없었으며 단전단수가 없는 날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물론 지방의 사정이 평양보다 나쁠 수도 있겠지만, 일본 미디어의 보도는 지방 일부 지역의 상황을 들어 전체 상황인양 쉽게 일반화하는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

둘째, 일본의 미디어가 전하고 있는 북한의 실상이라는 것이 대부분 90년대 중반 김일성 주석의 사망과 경제재제의 시작, 대홍수 등으로 북한 스스로 '고난의 행군'이라 불렀던 어려운 시기의 영상들이다. 그 지역도 국경지대 등의 일부 지역에 한정되어 있으며, 심지어는 한국에서 90년대에 한창 방송되었던 것을 이제 일본의 방송국에서 사서 방송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셋째, 본질에 대한 접근보다는 현상 위주 보도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북한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왜 발생했으며 주요 대립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은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지, 해결방안은 없는지 등에 대한 보도는 소홀히 하고 있다.

아사노 켄이치 도시샤대학 미디어학과 교수는 "일본사회에는 조선을 깔보는 의식이 만연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일본 미디어 관계자들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싸움에서 자본주의가 이겼다고 믿는데 아직도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조선이라는 나라가 싫은 겁니다"라고 말했다. 일본미디어가 본질이 아닌 북한경제의 어려운 현상을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지적이다.

그밖에 국민의 안보심리를 이용하여 시청률과 판매부수 등을 통해 이윤을 챙기는 모습도 한국 언론의 안보상업주의와 닮은꼴이다. 또한 일본 언론에서 인용하는 대북 관련 한국 언론 보도도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에 한정되어 있으며 그러한 시각이 마치 한국 언론 전체의 시각인양 보도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10~17%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이들 텔레비전 보도프로그램들은 신문 등 인쇄매체와 함께 일본 국민의 대북관 형성에서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요리우리신문>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텔레비전 보도에 대해 65%의 국민이 신뢰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렇게 형성된 일본국민의 대북여론은 일본정치의 정책결정 근거가 되고 있으며 이는 북일 간 관계는 물론 긴박하게 돌아가는 동북아시아의 국제관계에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후 군국주의를 막지 못한 것을 반성하며 다시 시작한 일본 언론. 60년이 지난 지금, 북한을 둘러싸고 격동하는 동아시아의 정세에서 저널리즘 정신에 근거한 객관적 보도와 지역평화에 대한 기여라는 60여 년 전 약속을 어느 정도 지킬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북한 거주 경험이 있는 일본인 인터뷰 당사자는 본인의 익명요구에 의해 익명처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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