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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겉 표지
ⓒ 웅진닷컴
바야흐로 처세술의 시대다. 특히 젊은 여자들을 위한 자기 계발서가 중점적으로 나오고 있다.‘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여자생활백서’등 남성중심 사회에서의 여자의 성공, 그를 위한 처세술을 다룬 책이 베스트셀러다. 성공을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신간들도 하루에 몇 권씩 쏟아진다. CNN부사장 게일 에반스의 <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를 연상시키는 강인선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의 <힐러리처럼 일하고 콘디처럼 승리하라>는 일종의 처세술 책이다.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은 처세술 책을 싫어한다. 처세술 책들 대부분 깊이가 없고 추상적인 나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목에 소위 낚인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대단한 내용을 담고 있는 듯한 제목과 다르게 빈약한 내용을 담은 책이 90%가 넘는다. 하지만 이 책은 기존의 처세술 책들과 다른 차별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우선, 현장이다. 이 책 안에는 기자가 직접 보고 느낀 현장이 있다. 미국이란 나라에서도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는 워싱턴 특파원으로 5년간 일한 저자는 미국 엘리트들에게 배워온 자기 관리, 자기 경영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별별 사람을 다 만나봐서 웬만한 사람 봐선 놀라지도 않는다는 강인선 기자의 생각을 당장에 바꾸게 한 인터뷰이 들의 이야기, 또한 많은 책을 읽으면서 줄치고 두고두고 외워놓고 싶은 구절들을 독자들을 위해 대신 전해준다.

@BRI@그리고 구체적이다. 일반 처세술 책들이‘성공하기 위해서는 상사에게 잘 보여라’라는 식으로 언급하고 끝나는 데에 비하여 그는 인터뷰이들이 가르쳐 준 방법, 자신이 좋아하는 선배에게 전수 받은 방법들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그는 책읽기에 대해서 좀 다른 태도를 갖게 된 것이 신문기자 출신의 어느 정치인의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된 후라고 말한다. 그 정치인은 한때 회사의 조그만 도서실 겸 자료실에 있는 책을 몇 년에 걸쳐 모조리 읽어치웠다고 한다.

강 기자는 정치인의 말을 인용한다. “한 1년 책을 열심히 일은 정도 가지고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3년만 계속해봐라. 그때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이 말은 강 기자의 마음을 울렸고, <월간조선>에 근무했던 당시 신간코너를 담당하며 3년 동안 한국에서 나오는 거의 모든 신간을 살펴봤다고 한다.

그리고 3년 후, 정말 변화가 생겼고 독서가 더 이상 취미나 의식적인 노력이 아니라 습관이자 생활이 되었다. 물론, 마구잡이로 읽은 덕분에 기대한 만큼 지적성장은 이루지 못했다고. 그러나 그는 경영학계의 권위자인 피터 드러커 의 저서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잡식독서의 해결책을 찾는다.

“나는 3년 또는 4년마다 다른 주제를 선택한다. 그 주제는 통계학, 중세 역사, 일본 미술, 경제학 등 다양하다. 3년 정도 공부한다고 해서 그 분야를 완전히 터득할 수는 없겠지만, 그 분야가 어떤 것인지 이해하는 정도는 가능하다. 그런 식으로 나는 60여 년 이상 동안 3년 내지 4년마다 주제를 바꾸어 공부를 계속해오고 있다. (중략)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 중의 하나는 지속적 학습을 삶의 한 부분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사회와 미국사회를 모두 경험하여 두 나라의 문화를 비교해줌으로서 좋은 것은 취하고 나쁜 것은 가리게 한다. 저자 자신이 직접 겪은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생생하다. 타자 지향의 한국문화와 자기 지향의 미국문화를 피부로 느낀 이야기, 공항에서 간단한 결정을 내리는 것조차 남에게 물어보는 자신의 모습에 실망한 이야기들이 강인선 기자라는 개인을 통해 두 나라를 비교해보는 틀을 제공한다.

강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정글법칙이 존재하는 워싱턴의 뉴스들, 그가 입을 통해 전해지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매우 즐겁게 읽힌다. 여자들만의 자기계발서처럼 보이지만 막상 읽어보면 남자든 여자든 관계없이 모두에게 자극과 도전 의식을 심어준다. 물론, 철저히 미국과 한국이 지향하는 성공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만 해당된다.

힐러리처럼 일하고 콘디처럼 승리하라

강인선 지음, 웅진지식하우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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