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목사들이 여간해서 설교시간에 입에 담지 않는 예수의 업적이 있다. 그것이 바로 성전 정화활동이다. 신약성서의 마태·마가·누가·요한복음에 나온 그 활동 내용은 이렇다.
예수가 명절을 맞아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가니, 경건하게 유지되어야 할 성전이 온통 장사꾼으로 들끓고 있었다. 소와 양을 파는 사람, 비둘기 파는 사람에다 돈바꾸는 자들까지 몰려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돈벌이에 눈먼 사람들이 점령하여 도저히 성전이라 할 수 없었다.
이를 본 예수는 성전 안에서 매매하는 자들을 내어 쫓고 돈 바꾸는 자들의 상과 비둘기 파는 자들의 의자를 엎어버렸다. 그리고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 되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강도들의 굴혈'로 만들었도다"라고 호통을 쳤다.
머리 깎은 목사와 예수
그러나 사립학교법을 재개정하라고 머리를 깎는 목사들은 절대 이 주제를 가지고 설교하지 않을 것이다. 2천년 전 타락한 성전의 모습은 바로 오늘날의 우리나라 사학이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는 개인이 영리목적으로 마음대로 세운 회사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국가의 임무를 위임받아 행하고 있는 공공기관이다. 초중등 사립학교들은 학교운영비를 지급받을 뿐 아니라 신입생까지 배치받는 등 여러 가지 특혜를 받고 있다.
따라서 사립학교의 운영에 관한 모든 내용은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려져야 한다. 불법이 있으면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
머리깎는 목사들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미국에서도 사학의 비리가 드러나면 그 학교는 곧바로 폐교시키고 학생들은 이웃학교로 전학시킨다.
실제로 2004년 플로리다주에 있는 'Heritage School of Florida'(플로리다의 헤리티지 학교)가 그랬다. 사립대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작년에 비리가 발각된 뉴욕소재 2년제 대학인 'Taylor Business Institute'(테일러 전문학교)가 올 1월부로 폐교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무지막지한 사학비리에도 불구하고 솜방망이 처벌밖에 없다.
성경에서 보면, 유대인 기득권자들이 예수에게 무슨 권한으로 그런 일을 하는지 따졌다. 예수는 그들에게 이 성전을 헐면 사흘 동안에 새로 짓겠다고 대답했다. 그렇다. 부패하고 추한 것은 해체하고 새로 지어야 한다. 우리도 사립학교들을 모두 없애고 새로 지어야 할지 모른다.
물론 건물을 헐어버리자는 얘기는 아니다. 사립학교의 개념을 새로 정하고 그 책임과 자율성의 범위를 정확하게 다시 규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유럽에서 사립학교라면,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운영하는 학교들이다.
우리처럼 종교재단이 운영하고 있더라도 정부의 교육재정으로 운영되는 학교들은 공립학교로 분류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사립 중고교들은 공립학교지 사립학교가 아니다. 따라서 운영자들은 학교 운영권만 있는데도 마치 소유권이 있는 것처럼 오기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사립과 공립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학의 대부분은 재단의 돈벌이 수단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모르는 국민이 없다. 공금횡령·인사비리·공사비리·급식비리·족벌경영 등 없는 곳이 있는가?
학교가 '만민이 공부하는 집이 아니라, 이사장이 돈벌이하는 강도의 굴혈'이 된지 오래다. 모리배들에게 빼앗긴 국민의 교육권을 되찾기 위해서 비리사학들을 모조리 둘러엎어야 하는 것이 옳다. 다시는 이들이 교육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재작년 말에 있었던 사립학교법 개정내용은 사학운영자들을 내쫓는 것도 아니다. 더 이상 그러한 범죄를 하지 못하게 이를 감시할 개방형 이사를 한 두명 추가하자는 것인데,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사학들은 학교에서 계속 불법을 행하겠다는 것인가?
미국 제일장로교회에서 운영하는 'Presbyterian School'(장로교회 학교)의 이사진 19명 가운데 제일장로교회 교단소속 교인은 12명이고, 나머지 7명은 학부모이거나 지역인사 등이다. 도대체 우리 사학들은 언제까지 어두운 장막을 걷지 않으려고 할 것인가?
이미 사학의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한 상황인데, 새로 개정한 사립학교법으로는 그 정화효과를 얼마나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시 재개정하겠다는 한나라당이나 무기력하게 이를 쳐다만 보고 있는 열린우리당, 아무 말이 없는 탈당파와 민주당 등은 이 나라의 교육에 대해 도무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말로 이 시대 사학의 예수가 여기저기서 나와야 되겠는가?
덧붙이는 글 | 박정원 기자는 상지대학교 교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