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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을 뒤적거리다가....정말 '자극적인' 제목의 책을 발견했는데....바로 이 책이다.

<3살 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정말 무시무시한(!) 제목의 책이다. 특히 일과 육아 사이에서 한동안 심각하게 고민을 했었고, 지금도 일을 시작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수많은 엄마들에게 더더욱 공포인 책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책을 사서 읽게 되었는데, 사실 원제는 'Rasing Babies'이다.(그다지 공포인 제목은 아니다...) 어쨌든, 내가 책을 덥석 집어 들게끔 만들었으니 제목에서부터 성공적인 북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겠다.

사실 이 책의 핵심은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민하는 맘들에게 마구마구 죄책감을 쥐어주며 무슨 일이 있어도 '3살 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라고 냅다 주장하는 그런 막나가는(?) 책은 아니다.

그보다는,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서 3살까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를 수많은 연구 결과와, 논문과, 또 오랜 시간에 걸친 관찰을 통해, 과학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분석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얼마나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는지 모른다. 예를 들어, 아기의 두뇌 구조는 6개월-12개월에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느끼는 뇌'의 부분이 먼저 자라고, 그걸 기반으로 그 다음에 '생각하는 뇌'가 자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단 한 사람으로부터 오는 넉넉한 관심과 사랑으로 인한 행복한 느낌'을 충분히 받고 자란 아이들의 경우 그만큼 '생각하는 뇌'도 잘 자란다고 한다. 따라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들일수록 머리가 좋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거의 매 페이지마다 밑줄을 치면서 읽었다. 아기를 키우면서도 늘 내 마음속에는 흥미진진했던 나의 일터와, 사람들과의 관계, 나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느꼈던 희열과 보람, 그리고 경제적인 자유...이런 것들에 (실제보다 아름답게 포장되어) 대한 미련이 맴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생활에서 내가 느끼고 배우는 것들이 결코 그것들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내 가슴에 손을 얹고 질문해본다. 물론 나를 그럴듯하게 보이게 해 주는 나의 직업과 커리어에 대한 미련이 남는다.

하지만 나는 지금 내 생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다. 처음 6개월간은 정신없고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훨씬 여유로워졌으며, 아이가 자는 시간에는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읽는다. 때로 이렇게 글도 쓰고, 생각도 할 수 있다. 남편의 하루 일과가 끝나고 돌아오면 우리는 아이에게 투자하는 시간을 우리 삶의 최우선으로 삼는다. 함께 눈을 맞추고 놀아주고, 사랑해주고, 귀여운 모습에 한없이 행복해하고....

내가 제일 행복한 시간은 주말 아침이다. 둘이 있을 때는 일주일 내내 일에 지쳐 주말이면 12시까지 잠을 자다가 외식을 하러 나가거나, 놀러 나가거나 했었다. 지금은, 주말 아침이면 햇빛을 받으며 느긋하게 아기의 재롱을 보며 세 식구가 침대에서 뒹군다.

내가 이렇게 여유롭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내 삶을 만끽한 적이 있었던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늘 바빴고, 일에 매달렸으며, 돈을 더 벌고 싶어 했으며, 그만큼 더 쓰고 싶어 했다. 내 마음은 천천히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나는 정신없이 살았다. 무언가 더 움켜쥐려고 하면서.

하루하루의 쌓여가는 친밀감과, 교감과, 아이와의 무언의 대화들로 채워지는 육아....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아이가 자라는 만큼 나도 처음 경험하는 수많은 생각과 느낌들로 채워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그리고 내가 집에서 아이를 키우기로 한 결정은 전적으로 옳은 것이다. 그리고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는 것도 나의 재능을 썩히지 않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이 책은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옳다는 확신을 갖게 해 주었다.

설령 지금 직장을 다니고 있는 맘이라 해도, 이 책은 꼭 읽어볼 만하다. 엄마가 키우는 것이 가장 좋지만, 워킹맘을 위해 가족의 도움이나 보모를 고용하는 등의 대안도 제시하고 있으니까. 다만 3살까지는 단 한 사람으로부터 1대 1의 관심을 받는 것이 꼭 필요하니,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육시설에 맡기는 것은 자제하라고 권한다.

"아기는 자신을 24시간 보살펴 주는 양육자의 소리, 냄새, 촉감 등을 좋아한다. 이 특별한 사람을 느끼고,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의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 자극이 되어 성장호르몬이 분비된다......생후 6~12개월 사이에 아기의 전전두엽피질은 폭발적으로 성장한다...이 시기에 뇌의 크기는 두 배로 늘어난다. 평생 이 시기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

두 살이 된 아이의 두뇌 발달을 살펴보면서 얻게 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아이에게 자제심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오직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아이를 이끌어줄 수 있고, 양심을 자라게 할 수 있다. 우리 인생의 몇 년을 어린아이들에게 주어도 될 만큼 우리 인생은 충분히 길다. 아이를 키우면서 우리는 투자하는 시간에 비례하는 즐거움을 얻는다.…그것은 우리 자신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사실, 우리 인생의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헌신함으로써 우리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책 속에서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스티브 비덜프 지음, 이승희 옮김, 북섬(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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