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역사를 잘 모른다. 그러므로 내가 갖고 있는 관점이 잘못되었을 수도, 바람직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1회를 보면서 좋은 드라마라 느꼈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시청 기회를 갖기 바라면서 몇 자 적고자 한다.
일단 기획 의도를 몇 줄 옮긴다면….
...가장 암울했지만 가장 자유롭고 모던했던 1930년대 경성의 두 얼굴을, 전형적이고 고루한 시대극의 틀에서 벗어나, '퓨전 시대극'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드라마 속에 녹여내보고자 한다.(KBS <경성 스캔들> 홈페이지)
경성과 스캔들.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 아닌가? 이 낯선 제목이 한편으론 반가웠고 다른 한 편으론 염려스러웠다. 새로운 시도, 어쩌면 온 국민의 잠재의식 속에 남아있을 수도 있는 일제시대라는 치욕적인 과거의 한 부분을 새롭게 조명한다는 점은 반가웠고, 민감한 부분이기에 그로 인해 잘못 조명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이 염려스러웠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회피하는 것은 상상력의 부족일 수도 있으나 많은 점 그로 인해 유발되는 논란이 두려워서이기도 하다. 일제시대의 로맨스란 분명 그런 논란을 불러일으킬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제재이기도 하다.
6일 밤 1회를 보고 난 기분은 염려를 많이 감소시켜주고 다음 회에 대한 기대를 증가시켜 주었다. 드라마는 경쾌했고 현대적이었으며 연기와 음악, 편집은 훌륭했다. 제작진의 말처럼 여타의 시대극과는 다른 것들을 조망했고 그 시도는 신선했다.
그런데… 생각 외로 반응은 없었다. 동시간대 반영되는 SBS TV '쩐의 전쟁'에 시청률에서 밀렸고 그로 인해 조명을 받지 못한 것이다. 결국 상당수 시청자들은 이런 시도가 있었다는 것조차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생각해보면 분명 그 시대에도 다양한 인간 군상이 있었을 것 같다. 당연히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은 역사의 정도를 가신 고마운 분들이고, 조국의 현실을 외면한 행동이 합리화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그 시대를 조망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드라마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으나, 발랄한 웃음 속에 한 줄기 진정성을 담아낸다면 기억할만한 드라마로 남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틀을 깬 새로운 시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통해 한 번쯤 그 시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