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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는 8월 3일 오전 11시 진위천 시민유원지에서 '제4회 전국 민물고기 맨손잡이 축제'를 개최했다. 입장료는 1000원이다. 입장료는 유원지의 청소 등 시설 관리에 쓰여 진다고 한다.
나는 친구 3명과 함께 축제에 참여 하기로 했다. 아침부터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5 4 3 2 1 !! 시작 !!
"와~" 하는 함성소리와 함께 민물고기 맨손잡이 축제가 시작됐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물고기 찾기에 바쁘다.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물이나 뜰채를 사용해 물고기를 마구 잡는 참가자가 대부분이었다. 대회 취지에 어긋나는 이런 행동들이 구경꾼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했다.
나는 평범한 고등학교 3학년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니 모든 것에 '마지막'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마지막 체육대회, 마지막 학교축제... 그리고 이번 '마지막' 여름방학. 오늘만큼은 공부를 잊고 놀아보자고 했건만, 막상 물 속에 뛰어 드니 어제 다 못 본 인터넷 강의가 떠오른다.
처음에는 방학이라는 기쁨에 재잘재잘 떠들며 피서지를 찾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말수는 점점 줄어들고 어느새 한숨이 나온다.
"야 너 어제 공부 많이 했냐? 옆 반 누구는 A대 1차 수시 붙었다더라."
물고기 잡이 도중 친구가 힘없이 말을 건낸다.
"아 그 소식 들었어. 너 영어 숙제는 했어?"
"영어 숙제? 몇 페이지 까지더라?
"65 p ... "
"아 맞다. 깜빡했어."
우리는 물가에 나와 잠시 서로의 속내를 털어 놓았다.
순간 온다 리쿠의 책, 「밤의 피크닉」이 떠올랐다. 고교 시절 마지막 보행제를 하고 있을 니시와키 도오루는 이런 기분이었을까?
오늘 축제는 물고기를 색다른 방법으로 잡는 재미도 있었지만 친구들과의 오붓한 대화가 나를 더 끌어 당겼다. 깊은 속내까지 털어놓으며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진지한 가슴속의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위 '입시 지옥'이라고 하는 마라톤 코스를 달리고 있다. 우리는 오늘이 지나면 다시 의자에 앉아 지옥같은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
모처럼만에 즐긴 축제에 우리는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하지만 월척을 낚은 기분으로 길을 나섰다.
"얘들아 힘내! 우리 모두 길고 긴 마라톤 코스를 완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