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지양산, 작년과 변한 게 있다면 산밭의 반쯤은 주말 농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전히 산과 길 사이에 길게 쳐져 있는 초록그물망은 1년 전 이맘때는 베짱이들의 놀이터였다. 베짱이들이 놀다 그물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어가기도 했던 그물망에 다다랐다. 마주 오는 사람을 향해 눈웃음 지으며 멀리서 사진도 한 장 찍어본다. 오랜만의 설렘이다.
그리고 그물망 속에선 베짱이가 아닌 지금까지 내가본 가장 큰 청개구리 한마리가 튀어나온 눈으로 나를 반긴다. 올해 들어 처음 본 청개구리다. 지난해 말라가는 웅덩이 속에서도 푸른 올챙이가 아기청개구리로 무사히 자라나 폴짝 폴짝 뛰어다니던 기억이 떠오른다. 혹시 그놈(?)이 아닐까? 청개구리에게 나도 모르게 연민을 느꼈다.
올라오면서 봤던 비닐하우스의 비닐이 겹쳐진 사이에 박제처럼 말라 죽어버린 나비와 벌들이 생각났다. 들어오긴 왔는데 나갈 곳을 찾지 못하여 죽어간 나비와 벌떼들의 모습과 그물에 갇혀 있는 청개구리가 오버랩 된다.
노파심일까? '이대로 두면 청개구리도 결국 나갈 곳을 찾지 못하고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급한 마음이 들었다.
위에서 내려다 본 그물은 입구가 두 겹으로 팽팽히 잡아당겨져 있다. 이대로 어미 청개구리는 아기 청개구리의 울음소리에도 망 속에 갇혀 울음만 울 것 같아 조금만, 아주 조금만 청개구리를 도와주기로 했다.
겹친 한쪽을 엄지검지로 지그시 눌러 출구를 만들어줬다. 눈치를 챈 청개구리가 다리를 뻗어 그물을 기어오른다.
어디로 뛸까? 한순간 펄쩍 뛰어내린 청개구리와 숨바꼭질을 한다. 풀잎이 청개구리 같고, 청개구리 등이 풀잎사귀 같다. 망 속에선 그렇게 커 보이고 한편으론 징그럽기까지 하던 청개구리가 비로소 귀여워 보인다.
살려준 은공도 모른 채, 잠시 포즈를 취해주고 사라진 청개구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아쉬워 풀숲을 뒤적여보지만 기척조차 없다.
비오는 날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면 오늘 구해준 청개구리야, 네 소리로 알아도 되겠지?
덧붙이는 글 | 2007년 9월 9일 지양산 주변에서 촬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