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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은 '캐논인가? 캐논이 아닌가?'라는 말로 사진가를 흔들고 Nikon은 '니콘은 진실하다'라는 말로 사진가를 설레게 한다. 광학 분야의 영원한 라이벌 Nikon 과 Canon. 반세기를 이어온 둘의 대결. 2007년 11월, 그 7막 1장을 시작한다.

니콘과 캐논의 역사
<1959년>
'Nikon F', 전세계 사진가의 스포트라이트
<1976년>
'Canon AE-1', 저가형 보급기 시장 강세, 일명 'AE-1쇼크'
<1980년>
'Nikon F3', 일본 사진시장의 중흥기로 인도
<1989년>
'Canon EOS-1', 프레스 시장 강세
<1999년>
'Nikon D1' 초기 디지털 프레스 시장 석권
<2001년><2002년><2004년>
'EOS-1D'    'EOS-1Ds'   'EOS-1D MK2'
Canon의 전세계 프레스 및 스튜디오 시장 석권
<2007년>
Canon, 프레스 플래그쉽 'EOS-1D MK3'의 AI-SERVO(동체추적) 기능 이상
Nikon, 90년 사진 기술의 결정체 'D3' 발매
Part 1. Nikon 90주년 그 찬란한 광학 역사의 시작 'Nippon Kogaku'

광학 부분에서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칼짜이즈, 라이카, 핫셀블라드, 롤라이 등 세계 유수의 광학회사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세계 2차 대전'과 그 맥락을 함께 한다는 것이다. 니콘의 역사 또한 세계 2차 대전 군수 사업이 바로 그 시작이다.

당시 '철강, 화약, 광학'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할 만큼 '광학사업'은 전쟁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이에 일본은 국영기업인 니콘의 전신 '일본광학(Nippon Kogaku)'을 설립하여 측원기, 망원경, 쌍안경 등의 광학 병기를 생산한다. 하지만 일본의 세계 2차 대전 패배는 일본광학을 군수사업에서 현미경, 측정기, 안경렌즈 등, 생존을 위한 민생 광학 회사로 전환케 한다. 카메라 역시 니콘 광학사업의 일부였다.

 'Nikon'은 'Nippon Kogaku'의 합성어인 'Nikko'에 어감을 강하게 하기 위한 'N' 이 추가된 것이다.
'Nikon'은 'Nippon Kogaku'의 합성어인 'Nikko'에 어감을 강하게 하기 위한 'N' 이 추가된 것이다. ⓒ www.nomad21.com

1950년대 당시의 사진시장은 '라이카'와 '콘탁스'를 비롯한 독일제 카메라가 수요의 대부분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세계 포토그래퍼들은 니콘의 기술을 신뢰할 수 없었다. 비단 니콘만이 아니었다. 모든 'Made In Japan'이 그러했다.

하지만 한국전쟁은 조악한 일본제품 니콘에게 사진시장에서의 터닝 포인트였다. 한반도 북부 엄한의 추위 속에서 독일제 카메라들은 하나 둘씩 문제가 생기게 되었고 니콘의 'Nikon S'는 연일 전장을 누비며 그 모습을 기록해 나간다. 바로 '신뢰의 니콘'이라는 공식의 시발점인 것이다. 이후 1959년 발매된 'Nikon F'는 카메라 시장의 주요 무대를 유럽에서 일본으로 옮겨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Nikon S'와 'Nikon F'는 당시 사진시장의 일대 혁명이었다.
'Nikon S'와 'Nikon F'는 당시 사진시장의 일대 혁명이었다. ⓒ www.nomad21.com

그렇게 니콘은 우수한 독일 광학기술의 흡수와 탁월한 신뢰도, 앞선 기술로 사진시장에서 승승장구한다. '콘탁스의 모조품', '조악한 일본 카메라'라는 오명을 벗고 니콘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포토그래퍼의 격'이라는 하나의 코드가 된 것이다. 그렇게 30여 년 가까이 'Nikon 카메라'와 'Nikkor 렌즈'는 모든 포토그래퍼의 열망, 그 자체였다.

Part 2. 'Kwanon'에서 'Canon'까지 그 역경의 시간

 Canon의 'EF Mount'는 1987년 'EOS-650'에 처음 도입된다.
Canon의 'EF Mount'는 1987년 'EOS-650'에 처음 도입된다. ⓒ www.nomad21.com

캐논은 니콘보다 20년이 늦은 1933년 출발했다. 모든 후발주자가 그렇듯 기술, 자본을 비롯 모든 것이 불리했다. 또 니콘이 그랬듯 캐논 역시 독일의 'Leica 베끼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출발선상부터 시작된 캐논의 태생적 악조건은 니콘이라는 '수성의 벽'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캐논은 줄곧 '만년 2등'이라는 설움을 겪으며 정상을 차지하기 위해 절치부심한다. 니콘이 'Nikkor렌즈'를 사용하는 유저들의 호환을 위해 1959년부터 'F mount'를 고수해온 동안 캐논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렌즈의 호환을 배재한 'FD, EF'등 과감한 '마운트 변화'와 '인체공학적 유선형 디자인', '다양한 신기술 도입' 등, '탈 2등'을 위해 어떠한 공격적 시도도 주저하지 않았다. 또 광학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다각화하여 니콘을 따라잡기 위한 경영 제반을 확보해 나간다.

Part 3. 니콘의 패착과 캐논의 진화

"많은 사진 애호가들이 니콘에 환호했던 이유이자 호사스러우리만큼 영광스러웠던 30년의 시간을 누릴 수 있었던 결정체인 니콘의 '고집, 장인정신'은 캐논에게 역전의 빌미를 제공한다."

니콘의 플래그쉽 'F 한자리 수'의 제품군은 1980년에 'F3', 1988년에 'F4', 그리고 1996년에 'F5', 이렇듯 8년을 지키며 발표된다. 이에 캐논 역시 'F3'에 대해 1981년 'new F-1'을, 'F4'에 대해 1989년 'EOS-1'을 출시한다. 하지만 이후 캐논은 제품 사이클을 줄여 그간의 온순한 대응에서 탈피, 공격적인 정책을 펼친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EOS-1N', 그리고 2000년 아테네 올림픽에는 'EOS-1V'를 출시한 것이다.

즉 상위라인의 사이클을 니콘이 고집스러우리만큼 8년을 고수하는 동안 캐논은 5~6년으로 줄여 빠르게 발전하는 사진 기술과 포토그래퍼들의 요구를 반영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카메라 시장에 신속히 대응했다. 더불어 '카메라 메이커의 기술 격전지'라 불리는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대표적인 스포츠 행사가 있을 경우 그에 맞춰 기기를 발표해 프레스 시장의 기기교체 시기와 자사의 발매주기를 맞물리게 한다.

 기자단을 보라, 일명'캐논 백통'이 주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기자단을 보라, 일명'캐논 백통'이 주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www.nomad21.com

특히 니콘에서 1988년(F4발표)과 1996년(F5발표) 사이 제품의 공백기 동안 캐논은 1992년(바르셀로나 올림픽) 'EOS-5'와 1994년(LA 월드컵) 'EOS-1N'을 발매한다.('EOS-1' 이후 캐논은 화려한 메커니즘으로 유저들에게 더욱 주목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1987년부터 'AF(자동 초점)'가 도입된 EF마운트를 사용하는 'EOS-1'은 캐논이 자동화 기기 개발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카메라에 적용하여 신속한 AF 시스템을 선보였으며 대구경 비구면 렌즈로 얻어진 장 망원 렌즈를 통해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 니콘과의 프레스 시장 경쟁에서 더욱 입지를 굳히는데 일조한다.

Part 4. 니콘의 마지막 패권 D1 새로운 왕좌의 탄생 EOS-1D

1999년 니콘은 자사의 모든 기술을 총망라하여 자사의 첫 DSLR(Digital Single Lens Reflex) 플래그쉽인 'D1'을 발표한다. 캐논의 초기 DSLR인 'D30'과 'D60'에 실망한 프로들은 Film SLR의 정점 'F5'를 베이스로 한 'D1'의 성능에 감탄했고 이와 동시에 'D1'은 잠시나마 전 세계 초기 디지털 프레스 시장을 석권한다.

 'Nikon D1' 유효화소 266만, 초당 4Fps 연사
'Nikon D1' 유효화소 266만, 초당 4Fps 연사 ⓒ www.nomad21.com

하지만 그것은 니콘의 영광, 그 마지막이었다. 2001년 말, 니콘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겨냥해 자사의 'D1'을 개량한 초당 5연사, 유효화소 266만의 'D1h'를 발표한다. 하지만 이듬 해 5월, 캐논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초당 8연사, 유효화소 406만의 'EOS-1D'를 발표한다.

화질, 화소는 물론 거의 모든 디지털적 측면에서 'D1'을 압도했다. 그렇게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해석했던 니콘은 소비자들에게 점점 '구식'이라는 인식이 짙어졌고 디지털 시대를 정확히 관통한 캐논에게 서서히 선두 자리를 내주기 시작한다.

Part 5. 디지털 시대의 통찰력

2004년 니콘은 필름유저에 대한 배려와 자사의 사진에 대한 가치관에 따라 35mm Film SLR(Single Lens Reflex)인 'F6'를 발표한다. 수익률이 불투명한 가운데 감성적 아날로그리즘으로 아낌없이 투자한 니콘에 많은 유저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무리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또, 'F6' 결국 니콘의 디지털 기술을 더욱 더디게 만든 원인이 되고 만다.

 'Nikon F6' 'F5'발표 후 정확히 8년만의 발표였다.
'Nikon F6' 'F5'발표 후 정확히 8년만의 발표였다. ⓒ www.nomad21.com

 CMOS(Complementary Metal Oxide Semi-Conductor)는  니콘이 'D2Xs'까지 사용한 촬상소자인 CCD(Charge Coupled Device)에 전력소비를 뺀 모든 이론적 성능면에서 뒤졌으나 캐논의 지속적인 개발에 따른 성능 향상으로 제조단가가 높은 CCD를 대체하고 있다.
CMOS(Complementary Metal Oxide Semi-Conductor)는 니콘이 'D2Xs'까지 사용한 촬상소자인 CCD(Charge Coupled Device)에 전력소비를 뺀 모든 이론적 성능면에서 뒤졌으나 캐논의 지속적인 개발에 따른 성능 향상으로 제조단가가 높은 CCD를 대체하고 있다. ⓒ www.nomad21.com

반면 캐논은 2000년 'EOS-1V' 이후 사실상 Film SLR를 개발하지 않고 Digital SLR 개발에 전념하며 디지털 기술 향상에 박차를 가한다.(이후 Film SLR이 발매되긴 하지만 신제품 개발이란 무게를 두기는 어려우며 캐논은 공식적으로 'EOS-1D'를 'EOS-1V'의 후속이라 발표한다.) 그렇게 사진시장의 디지털화라는 명제를 정확히 통찰한 캐논은 그 핵심기술인 '촬상소자(CMOS)'의 자체개발 기술력을 타사보다 한발 앞서 갖추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자체 생산이 불가능해 소니에게 생산을 위탁하는 니콘과의 디지털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리게 된다.

사세 역시 완벽하게 달라졌다. 3~40년 전, '기술', '인지도'는 물론 '자본'에서도 니콘에 압도적 열세였던 캐논은 그간 다각화된 사업의 성장으로 어느덧 일본 내 열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한 자본력을 갖춘 기업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렇게 캐논은 40여 년 전 니콘과의 관계를 완벽하게 뒤바꿔 놓았다.

Part 6. 캐논의 고질병 초점 그리고 니콘의 반격

"디지털 시대에 영원한 왕좌란 없다." 바로 캐논의 역사다. 하지만 지금, 니콘은 신제품 'D3'를 준비하며 역사의 시간을 되돌려 왕좌를 탈환을 노리고 있다. 그런 니콘에게 시운이 따르는 것일까?

현존 35mm DSLR시장에서 가장 완벽한 모델은 단연 'EOS-1Ds MK2'다. 필름 시절부터 그 뛰어난 성능을 입증해온 캐논의 플래그쉽인 'EOS-1' 시리즈는 그 명성을 디지털에서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그런 캐논에게 늘 대두되던 문제가 있다. 바로 초점 정확도 문제다. 인화사이즈 '3X4, 4X5'로 사진을 확인하던 필름 시절 '포커스 오차'는 충분히 감안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 해상력을 원본 100% 확대로 확인이 가능한 DSLR은 그 초점 문제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던 것이다.

보급기의 경우 그 정도가 다소 편차가 있는 편이었고, 한자리수 플래그쉽인 'EOS-1' 시리즈의 경우 안정적임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2007년 2월 발표한 캐논의 프레스 플래그쉽인 'EOS-1D MK3'는 최근 기기 설계의 문제로 'AI-SERVO(동체추적)' 사용시 초점 정확도가 허용오차를 훨씬 상회한다고 나왔다.

 EOS-1D MK3는 서브미러의 설계상 오류로 인해 AF 및 동체추적 사용시 포커싱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EOS-1D MK3는 서브미러의 설계상 오류로 인해 AF 및 동체추적 사용시 포커싱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 www.nomad21.com

사실 캐논의 초점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 문제를 더욱 크게 만드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캐논의 프레스 플래그쉽이라는 것이다. 자사의 기술 집약체인 초호기가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은 캐논의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성능은 둘째 치더라도 프레스 기종을 사용함에 있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신뢰도를 땅에 곤두박질 치게 만들었다는 것은 찰나를 포착하는 프레스 기종에겐 절대로 있을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두 번째는 캐논의 미온적 대응이다. 'EOS-1D MK3'의 제조상 오류로 인한 이상이 밝혀지자 사용자들은 객관화된 자료를 토대로 오류를 주장하며 리콜 및 환불을 요구했다. 이에 캐논은 2006년 'IXUS 400리콜 사건'과 같이 암묵적인 사안으로 취급하였으나 문제가 불거지자 공식적으로 기계에 이상이 있음을 밝힌 상태이다. 그럼에도 캐논은 기기에 대한 리콜 및 환불 불가를 통보하고 이상 부속의 개선 및 공급 수리에 대한 준비 역시 정확한 일정을 잡고 있지 못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해 소비자의 외면과 언론의 빈축을 사고 있는 것이다.

 EOS-1D MK3 초점문제와 관련하여 1인 시위중인 사용자
EOS-1D MK3 초점문제와 관련하여 1인 시위중인 사용자 ⓒ www.nomad21.com

그런 지금, 니콘은 그간 자사 제품들이 가진 모든 단점을 개선하고 유저들의 요구를 충실히 수용한 'D3'와 'D300'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한동안 '니콘의 신뢰'라는 이름으로 '캐논의 신기술'에 맞서왔지만 이제 니콘의 신제품들은 대등 혹은 그 이상의 성능을 보이고 있다.

또 '성능만 좋다면 인정받을 것이다'라는 식의 원론적 마케팅에서 벗어나 언론사에 전폭적인 물량공세를 펼치는 등 예전보다 더욱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며 캐논을 바짝 뒤쫓고 있다.

 Nikon 90년 광학 기술의 집결체 'D3'
Nikon 90년 광학 기술의 집결체 'D3' ⓒ www.nomad21.com


Part 7. 생존경쟁의 마침표, 현실적인 '컨슈머 서비스'

필름 시절, 제조사의 '렌즈 특성'과 '적정노출의 기준' 등의 차이로 캐논의 색, 니콘의 색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현재 디지털 사진시장 역시 '브랜드 색'을 운운하고 있는 있으며 캐논은 특유의 부드럽고 화사한 색감으로 사용자들에게 선택의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제조사의 칼리브레이팅의 결과일 뿐 필름과 달리 후보정의 폭이 넓은 디지털에서 색감을 선택의 기준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기계 성능 역시 마찬가지다. 연사, 화소, 렌즈군 등 캐논과 니콘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궤도에 올라 있는 상태로 우열을 가릴 수 없다. 다시 말해 선택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사진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지금. 'EOS- 1D Mk3'와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은 컨슈머 파워에 대한 재고의 시간이다. 즉 캐논과 니콘 모두 진정한 컨슈머리즘이 수반되어 있지 않다면 디지털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것은 양사의 노력에서 비롯된다. 소비자는 그저 이 소리 없는 전쟁의 '수혜자'가 되길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WWW.NOMAD21.COM에도 실렸습니다.



#니콘#MK3#D3#캐논#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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