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메 오메 어쩐댜… 선생님 어쩐대유… 지금까지 맹글어논 글자가 어디로 가버렸슈…

난 아무것도 안 건드렸는디… 속상혀서 어쩐댜… 에구 원제 다시 헌데유."

 

충남 보령시에서 주관하고 있는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2008 정보화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보령시 제일 아래자락에 있는 미산면 대농리 마을회관 2층 작은 사랑방에 들어서는 순간 들리는 소리다.

 

"방금 전까지 서울에 있는 우리 손주하고 대화방에서 대화했는데 넘 좋아유."
"제것 블러그 한번 보실래유? 이름이 영순네딸기, 어때요 제가 기른 딸기가 아주 먹음직 스럽고 탐스럽지 않아유. 이렇게 예쁜 딸기를 여기 저기 알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지난해 12월 초부터 시작한 전산교육을 받고 있는 조영순씨의 말이다

 

“집에 있는 손주가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유. 뭐가 좋아서 밥도 안 먹고 저러는지 화도 나고 짜증도 났는데, 그런데 내가 컴퓨터를 배우고 보니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유. 서울에 있는 자식들이 지가 보낸 메일과 사진을 보더니 깜짝 놀래서 전화가 왔어유. 이게 어찌된 영문이냐고 하더라구유. 이제는 하루에 한 번씩 애들과 대화도 하고 사진도 주고 받고 있어서 아주 가까이 있는것 같아 좋아요. 다만 글자를 빨리 빨리 만들지 못해 답답하기는 하지만 잘 할수 있을거예유.”


교육받고 있는 최고령 신인순(72)씨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이렇게 말을 한다.

 

"선생님 여기좀 와봐유… 얼렁와봐유~~~ 얘가 왜 그런데유… 난 아무것도 안 건드렸는디  지맘대로 왔다 갔다 해유…."

 

아주 난처한 얼굴로 선생님께 질문을 던지는 마을 주민. 모니터 속에 있는 손주 얼굴을 어루만지며 "이쁘쥬" 하고 웃는 할머니. 도시에 있는 자녀들과 인터넷을 통해 문자를 주고 받는 어머니.

 

지난 1개월 전 처음 컴퓨터 교육을 시작했을 때 두려움이 앞서 키보드도 제대로 눌러보지 못하고 가슴을 졸였던 우리의 어머니들. 하지만 이젠 어엿한 개인 블로그를 가지고 있는 컴퓨터 마니아들이 되었다.

 

"모두들 개인 블로그를 가지고 있어요, 메신저 하는 분도 있구요. 외지에 있는 자녀들과

메일로 혹은 쪽지와 대화방을 통해 매일 만나고 있습니다. 배우려는 의지가 너무 강해요"

 

처음으로 컴퓨터를 대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헌신적으로 지도했던 노삼래씨는 "몸이 아픈가운데에서도 지역 주민들을 지도하면서 기쁨을 느낄수 있었다"고 밝혔다

 

보령시에서는 올해 6000명의 주민들에게 전산화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7일부터 정보화 교육장(본청 2층)에서는 컴퓨터 기초, 인터넷활용, 파워포인트, 실버교육 등 다양한 맞춤식 정보화교육이 실시될 예정이다.

 

정보화교육의 주요 내용을 보면 시민 누구나 가능한 컴퓨터기초과정은 이달 7일부터 각 2주간에 걸쳐 19회에 나누어 실시되며, 컴퓨터기초반 이수자 또는 기초지식이 있는 시민을 대상으로 인터넷활용 과정은 3회, 엑셀은 2회에 걸쳐 운영된다.

 

아울러 시에 거주하는 노인들을 위한 실버정보화교육이 7월과 8월 두 달에 걸쳐 2주간 일정으로 2회 실시되며, 직장인을 위한 야간교육은 이달 21일부터 6개과정 23회에 걸쳐 실시한다.

 

"이제 새 세상을 사는것 같아요 눈이 떠진것 같구요. 저녁에 집에 들어가면 낮에 모니터에서 만났던 모든 것들이 아른거려 잠이 안와요. 이번 명절에 자식들이 내려오면 들고 컴퓨터 하나 사달라고 하고 싶은데…, 요즘 자식들 사는데 어려워서…."

 

말꼬리를 흐리는 할머니의 모습, 오늘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태그:#할머니의 블러그, #보령시 미산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하루 하루 살아가면 주변의 아름다운 소식을 공유하고 싶은 뚜벅이 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