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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악사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제 행복이에요.”

 

오로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처럼 느끼는 사람이 있다. 꽃과 함께 음악을 전해주는 무한감동 전도사, 수원 팔달구 북수동에서 꽃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전영호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꽃과 음악, 둘의 궁합지수는 가히 환상적이지만 같이 병행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환상궁합관계를 잘 접목시키고 있다기에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여 한걸음에 달려가 보았다.

 

“내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인터뷰를…” 하며 마치 옆집 아저씨처럼 서글서글하고 호쾌한 웃음으로 맞이하는 전 대표를 보며 ‘아 정말 이 일을 재밌고 즐겁게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일을 즐기는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했던가? 여기 그 주인공이 있었다.

 

작은 공간, 무한 감동

 

약 6평 남짓한 공간에 전 대표 부부가 있었다. 여러 꽃들과 각기 다른 모습의 화초들. 여느 꽃집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꽃가게였다. 그렇게 생각하던 중 눈에 띄는 그 무언가가 있었으니 바로 색소폰.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색과 S라인을 뽐내는 자태, 바로 전 대표의 보물이었다.

 

전 대표는 “이 색소폰으로 얼마나 행복해지는지 모를 겁니다. 비록 여기 공간은 좁아도 감동은 무한으로 줄 수 있어요”라며 색소폰을 연주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지금 꽃 장사를 12년째 하고 있어요. 꽃 장사치고는 좀 됐지요. 그런데 무언가 부족한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2% 부족한 것 같은”이라며 “머리도 식힐 겸 광교산을 등산했었는데 마침 그곳에서 색소폰 동호회를 보게 된 겁니다. 정말 우연이었죠”라고 그때 일을 회상했다.

 

색소폰의 아름다운 음색에 반한 전 대표는 순간 ‘이거다!!’라고 느낌이 왔다고 한다. 그 길로 달려가 동호회 등록을 하고 배우기 시작했다고. “색소폰 배운 지는 이제 3년쯤 됐네요. 색소폰 연주가 다른 악기에 비해 쉬운 편이라 나 같은 사람도 금방 배울 수 있었어요”라고 색소폰 연주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구나 그렇듯이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전 대표의 경우 그 어려움을 없애주고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으니 바로 그의 부인 지은영(41)씨다. 지씨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이 좋아 독학으로 기타를 배워 연주를 했었다고.

 

“남편이 색소폰을 연주한다고 하길래 적극적으로 찬성했어요. 그것이 악기연주라 더욱 맘에 들었지요.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반갑잖아요”라며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 모습이 어찌나 멋져보이던지 색소폰 연주하는 모습에 또 한 번 감동 했어요”라고 말하면서 남편의 손을 꼭 잡았다.

 

 

이야기 도중 문득 즐거운 일이 생각난 듯 지씨는 웃으면서 “그러고 보니 처음에는 바가지를 좀 긁었네요. 세상에 꽃값으로 수금한 돈을 몽땅 동호회 등록비와 악기 사는데 쓰더라고요. 상의도 없이 말이죠.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이…”라며 “아마 제가 악기를 다루지 않았다면 그런 남편을 이해 못했을 겁니다. 남편은 저를 잘 만난 거죠”라고 말하며 가게가 떠나가도록 웃었다.

 

거리의 악사는 나의 꿈

 

전 대표는 추구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함께 즐기는 이벤트’. 혼자 만들고 즐기는 그런 이벤트는 하고 싶지 않다고. “전 같이 즐기는 이벤트를 좋아해요. 이벤트를 요청한 분과 이벤트를 받는 분, 그리고 나. 이렇게 모두가 함께 어울려 즐기고 싶어요”라며 “이벤트를 통해 그들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고 나 자신도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경영방침입니다”라고 혼자서만 제공하는 이벤트는 피하고 싶다고 한다.

 

현재 수염을 기르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전 대표는 “이벤트를 하다 보니 수염이 있는 것이 더 좋더라고요. 이벤트에 더 잘 어울리기도 하고요. 물론 사람들도 많이 좋아합니다”라며 “단, 우리 아내만 조금 못마땅하게 생각해요. 까칠까칠 하니까요”라고 말하며 크게 웃었다.

 

전 대표는 현재 ‘극단예랑시어터’라는 극단에서 주기적으로 연극 활동도 하고 있다고. “이건 그냥 제 취미생활이에요. 워낙 사람 만나고 즐기는 걸 좋아하다보니 이렇게 연극까지 하고 있네요”라며 연극을 통해 힘을 얻고 있어 앞으로도 계속 할 생각이라고 한다.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전 대표는 꿈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고 했다. 전 대표는 “들으면 우스울지도 모르겠지만 제 꿈은 거리의 악사가 되는 것입니다”라며 “길거리에서 연주복장을 입고 팻말을 뒤에 매달고 연주를 하는 겁니다. 팻말에는 ‘직업-거리의 악사, 생계수단-꽃집’ 이렇게 적고요”라고 말한다. 우스워 보여도 이것은 농담이 아니고 정말 자신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하고 싶다고. 전 대표는 “대부분 사람들이 꽃을 사치품이라고만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라며 “내가 꽃집을 하고 있지만 꽃집을 하기 전부터 꽃을 좋아했어요. 꽃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졌거든요. 다른 사람들도 단 한 송이의 꽃이라도 보고 마음이 안정되는 그런 기회가 많아지길 원해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꽃집입니다. 꽃을 전하고 싶어서요”라고 사람들이 꽃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얻길 바랐다.

 

인터뷰를 마친 뒤, 전 대표가 연주한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웨이’라는 곡을 들으며 왠지 이 음악이 전 대표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쉽게 하기 힘들어 하는 꿈을 가진 것만으로도 묵묵히 자신의 꿈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전 대표 부부의 웃음을 통해 한층 더 밝아지는 수원동네를 꿈꿔 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색소폰,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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