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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본토에서 군산공군기지로 순환배치된 F-16 전투비행대대의 훈련으로 인해 토끼가 집단 폐사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14일부터 군산미공군기지에는 미 본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소재 쇼(SHAW) 기지에서 온 F-16 전투비행대대, 4백여 명의 병력, 그리고 독자적 작전수행이 가능한 작전 지휘소가 배치되었다.

이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낮은 고도를 유지하며 비행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군산미군기지 인근 장원마을에서 토끼를 사육하고 있는 이호경씨는 F-16 전투비행대대가 배치된 직후 밤낮을 가지 않고 지붕 위를 비행하는 전투기 소음에 시달리다가 새끼를 임신하고 있는 토끼들이 걱정되어 축사를 찾았다. 그런데 임신한 토끼 6마리와 새끼 130여 마리가 어미 토끼들에 밟혀 죽어 있었다.

이호경씨에 따르면, 지난달 20일경 전투기 소음 때문에 130여 마리가 집단 폐사했고, 21일 오전에도 40여 마리가 죽었다. 토끼가 예민한 동물이어서 평소에는 자연적으로 한두 마리 죽는 것이 보통인데, 요란한 소음을 내며 매우 낮게 비행하는 전투기 때문에 어미 토끼가 새끼들을 밟아 죽였다는 것이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4월경 아파치 헬기가 배치되어 시험비행을 한 직후 80여 마리가 시름시름 앓다가 폐사하기도 했다.

소음피해에 대한 환경분쟁 조정 사례들

환경분쟁 조정사례를 보면 군산미군기지에서 발생한 토끼 집단 폐사 사건과 미 공군 전투기 소음과의 연관성을 엿볼 수 있다.

2005년 5월 13일 아파트 신축 현장 소음 피해에 대해 ‘평사소음도가 50~74db(A)로서 소음피해 인정수준인 70db(A)를 초과해 소음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배상을 결정했고,

같은 해 6월 14일 도로공사장 소음에 대해 ‘사슴의 경우 소음이 60db(A)를 초과하는 기간, 관상 조류의 경우에는 50db(A)이 초과하는 기간에 대하여 배상, 발파진동에 의한 피해'를 인정했다.
이씨는 군산시 환경위생과에 이런 사실을 알렸고 소음과 토끼 집단 폐사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음측정기를 지급받았다.

하루 종일 토끼 축사에 머물며 전투기가 비행할 때마다 소음을 측정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지만 지난 11일 측정한 결과는 99db에 달했다.

군산시 환경위생과 관계자에 따르면, 21일 2차로 발생한 집단폐사 시 소음측정기에 기록된 결과는 90.8db이나 되었다. 통상 90db에 장시간 노출되면 사람도 ‘영구적 난청’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다.

군산시민모임 윤철수 사무국장은 21일 토끼 집단 폐사 현장을 방문했다. 그는 "현장에 나와 보니 이전에 헬기 훈련 때보다 전투기들이 매우 낮게 비행하고 있다"면서 "집단 폐사한 토끼 축사 지붕 바로 위를 날아다닐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음 수치가 높아질 때마다 토끼가 집단 폐사한 것"이라고 전했다.

전략적 유연성, 토끼 집단 폐사를 넘어 동아시아 긴장 고조

이번 토끼 집단 폐사 사건은 농민 피해를 넘어 향후 동아시아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들 소속은 주한미군이 아니라 미 본토 소속으로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한국에 순환배치된 것이다.

군산미군기지 우리땅찾기 시민모임, 전북 진보연대 참가자 등은 F-16 전투비행대대가 군산기지에 순환배치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전투기 순환배치 등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전략적 유연성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독자적 전쟁연습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미군이 한반도 안전을 위해 주둔한다는 전제로 맺어진 한미주둔군지위협정에도 위배되며 한국의 국가안보 및 주권에도 큰 제약이 따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철수 사무국장도 “쇼(SHAW) 기지에서 F-16 전투비행대대가 한반도에 배치된 것은 전략적 유연성의 한 부분”이라며 “명시적으로는 한반도 지형 숙지 훈련이라고 하지만 속내는 미 본토에서 군사훈련을 하려면 까다로운 절차와 기준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속 편한 직도사격장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토끼 집단폐사 사건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미군은 한미SOFA협정에서 벗어나 미 본토에서 이동해 남한 내에서 독자적으로 전력을 운용하고 있다"면서 "전략적 유연성으로 인해 SOFA협정 범위에서 벗어났고 동아시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WHO는 항공기 소음 대책과 관련하여 정부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환경보전정책의 한 부분으로서 소음으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소음경감을 위한 단기, 중기, 그리고 장기에 걸친 목표를 포함하는 행동계획을 마련하여야 한다. 

또, 정부는 장기 목표로서 WHO가 제시하고 있는 소음 지침(Guideline for community noise)을 이행해야 하며, 법률로서 소음의 위험 수준을 하향 조정하고 현행 법률을 강화하여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소음공해에 대한 정책 지향적인 연구를 보다 지원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Birgitta Berglund, Thomas Lindrall and Dietrich H Schwela(ed), Guide for community Noise(Gevena : WHO, 1999), 90면)

덧붙이는 글 | 블로그 '생명은 힘이 세다'(http://blog.naver.com/storyrange)'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태그:#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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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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